• 박근혜 ,국회의장 방문
    국회 추천 총리 임명 의사 밝혀
    야당, 제안에 아직은 비판적, 시민사회는 강력 반발
        2016년 11월 08일 03: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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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추천 국무총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정 의장과 여야3당 원내대표가 관련한 협의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주면 그 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 지명 철회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총리 철회 외에 탈당, 2선 후퇴 요구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렵다”면서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내부적으로 조선 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데 어려운 경제위기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데 국회가 나서달라”고 했다. 야권에서 요구하는 2선 후퇴 등은 없다는 뜻을 밝히며, 국정 주도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정세균 의장은 “국회가 적임자 추천을 하면 임명을 하고 권한을 부여한 뒤 차후 권한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했으면 좋겠다”며 “힘들더라도 국민의 의견과 국회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13분만 끝났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국회 본관 도착했다. 박 대통령이 본관 2층 출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맞은 건 정의당 의원단 전원과 2야당 일부 의원들의 하야 촉구였다. 박 대통령이 지나가는 동선을 따라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노회찬 원내대표, 이정미 부대표, 윤소하·추혜선·김종대 의원 등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손피켓을 들고 서 있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일부 의원과 당 관계자들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떼라’ 등 하야·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바근혜 국회

    국회를 방문하는 박 대통령과 하야 피켓팅을 하는 정의당 의원들(사진=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야당들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싸늘하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자신의 2선 후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며 “여전히 국정 주도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국회까지 방문해 한 것이라곤 ‘김병준 총리 지명 철회’, ‘국회 추천 총리’ 뿐이다. 국무총리는 원래부터 여야가 동의하는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결정해왔고, 박 대통령은 김병준 총리 지명 당시에도 총리 지명자에게 전권을 주겠다며 이를 사실상 거국내각이라고 칭하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국회까지 찾아와 야당의 제안에 응답한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국회 방문이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명분 쌓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변인은 “자신은 수습을 위한 노력을 다했지만 야당이 거부했다는 명분쌓기용이라면 오늘의 제안 역시 국면전환을 위한 것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국민들은 국정 농단을 묵인하고 국정을 마비시킨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2선 후퇴 요구는 민의를 반영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라며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결자해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대통령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야당 협조로 무마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진정으로 협조를 구할 대상은 국민이다. 대통령은 탈당과 책임총리의 권한에 대해 명확한 입장부터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3당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야권이 2선 후퇴 등 박 대통령의 최소한의 거취 문제도 정리하지 못한 채 총리 추천권을 받아 영수회담까지 진행한다면, 야권도 만만치 않은 역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이 총리 추천권 제안을 덥썩 받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국회 밖 시민사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국회는 대통령직 유지를 전제로 한 총리 추천이나 임명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는 내치뿐만 아니라 외치 역시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중총궐기본부 또한 “민주당, 국민의당에 경고한다”며 “국민이 퇴진 국면을 열었음에도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두 야당이 국민 투쟁의 열매만 따먹으려 잔머리나 굴리고 있다. 이러한 야당을 국민이 수권 정당으로 인정해 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야2당이 국민의 뜻을 거스른 채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해주고 그에게 외교와 국방을 넘겨주는 식으로 야합한다면, 국민은 야2당을 ‘새누리당의 2중대, 3중대’로 간주하고 박근혜 정권과 함께 퇴진 대상으로 규정, 더 큰 항쟁을 전개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준)도 성명에서 “‘퇴진 없는 총리교체’는 박근혜에게 면죄부를 주는 용납할 수 없는 꼼수”라며 “야당이 청와대의 2중대라는 비판을 받고 싶지 않다면 ‘선 하야’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야권을 압박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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