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리컵’ 시판을 허하라
    여성들에게 동정 대신 당당함을
        2016년 11월 08일 11: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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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다른 글 ‘지잡대여 일어나라’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쓴다는 여고생의 사연이 알려진 뒤 이재명 성남시장이 생리대 무료 지원을 약속하면서 환호를 받은 일이 있다. 선한 동기와 뚝심 행정의 결과로 볼 수는 있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1년 10만원 가량의 생리대 비용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여학생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리대를 지원받은 여학생은 필경 20살 이상의 자매 또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후반일 모친과 함께 나눠 쓰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적은 양의 생리대를 아껴 쓰며 자주 교체하지 못한 데 따른 불쾌함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한편 굿네이버스 등에서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다. 게다가 상당액이 운영비에 쓰일 것이 의심되고 국가의 사회복지 책임을 민간 부문에서 떠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생리컵(moon cup)’이란 게 있다. 여성의 몸 안에 넣어 생리혈을 받아내는 것인데 실리콘 재질로 되어 있어 길게는 1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탐폰의 경우 부작용으로 인한 쇼크가 있지만 생리컵은 의료용이라 매우 안전하다고 한다. 또 이용자들에 따르면 6~12시간에 한 번만 교체하면 되고 수영을 포함해 격렬한 스포츠 활동도 가능하다. 비용뿐 아니라 안전성과 편리성에서도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유튜브에서 ‘mooncup’을 쳐보라. 수많은 리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생리컵은 한국에서는 시판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생리컵 이용자들은 대개 해외여행 때 구매해 오거나 해외 온라인 직구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 아마존을 검색해보니 16달러 안팎짜리가 눈에 많이 띤다. 경험자들 얘기로는 배송비까지 3만원이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생리컵

    생리대를 쓸 경우 35~40년 동안 사오백만원이 필요하지만 생리컵은 10만원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국내 시판이 허용되면 그보다도 낮아진다. 반면 생리대 가격은 해마다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단체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생리대 소비자 물가지수는 2010년 4월보다 25.6% 올랐다. 펄프가 주재료인 기저귀(8.7%)와 화장지(5.9%)의 상승률보다 각각 2.9배, 4.3배가 더 뛰었다.

    생리컵 사용의 이점은 비용뿐만이 아니다. 생리대의 주재료인 펄프 사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고 쓰레기 감소에도 영향을 준다. 결국 생리컵 판매금지로 해서 덕을 보는 것은 생리대 제조회사뿐이다.

    한국에서 생리컵은 생리대, 탐폰과 함께 의약외품의 범주에 들어가 식약처의 판매허가를 필요로 한다. 현재 허가된 생리컵은 없으며 허가받지 않고 판매할 경우 무허가 의약외품으로 고발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다.

    식약처는 미국 식약청(FDA)에서 허가하고 있는 생리컵을 불허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예산 확보에 골몰할 게 아니라 식약처에 불허 근거를 밝힐 것과 함께 시판과 안전장치를 요구해야 한다.

    성남시에 이어 생리용품을 무상지원을 약속한 자치단체들이 늘어나고 있고 무상지원에 따른 수치심을 줄여주고자 가구별 배송 등 여러 수단이 강구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정 받는다는 마음이 전적으로 사라지기는 어렵다. 더욱이 여성에게 생리용품은 여중, 여고를 졸업한 뒤에도 약 30년 간 몸에서 뗄 수 없는 물품이다. 생리대 무상지원을 공적 예산으로 부담한다면 가임기 연령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결국 생리컵 시판이 답이다.

    생리컵 시판을 허하라. 여성에게 동정 대신 당당함을 허하라.

    필자소개
    대학과 대학원에서 차례로 역사학과 행정학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주요 연구 분야는 정치사회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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