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박근혜 탈당 요구
    "헌법가치 위반한 대통령"
    이준석 "이정현 사퇴 거부, 지역구 예산 챙기려는 것"
        2016년 11월 07일 1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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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비주류’ 비박계가 ‘주류’ 친박계를 강도 높게 압박하면서 두 계파의 주도권 싸움이 더욱 가열화되는 모습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7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유린’으로 규정하며 탈당 등을 공식 요구했고, 최고위원 중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의원은 이날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께서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살려야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당적을 버려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우리 당의 지지기반인 보수의 궤멸을 막아야 한다”고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탈당이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여권 내에선 김 전 대표가 처음이다.

    김 전 대표는 “헌법의 최종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며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직이라는 공적 권력이 최순실 일가가 국정을 농단하고 부당한 사익을 추구하는 데 사용됐다”고 질타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을 박 대통령의 헌법유린으로 규정한 셈이다.

    김 전 대표는 “현 정국 상황은 국정 마비를 넘어 국정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을 인정하지 않고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 국정 표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며, 대통령 퇴진 촉구 여론을 직접 거론했다.

    다만 “헌법 가치를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의 길로 가는 것이 헌법정신이나, 국가적으로 너무나 큰 충격이고 국가의 불행이자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비박계에서 대통령 퇴진·탄핵 운동에 대해선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퇴진 여론을 직접 거론한 만큼, 박 대통령이 이러한 제안을 모두 거부하며 국정 주도권을 고집할 경우 여당 일각에서의 탄핵 주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전 대표는 “리더십은 신뢰”라며 “국민의 믿음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국가 리더십은 설 자리가 없다”며 박 대통령이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그는 “국정 표류의 시발점이 된 대통령께서는 국민에 대한 도리, 지지층에 대한 도리, 당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 한다”며 “국민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너진 국격과 국민의 자긍심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최순실 씨 개인 일탈로 축소하는 친박계 의원들이나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 내용이과도 상충한다.

    김 전 대표는 “대통령께서는 대다수의 국민과 정치권 모두가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즉각 수용하고 총리 추천권을 국회로 넘겨야 한다”며 “이를 위해 야당에서 이미 전면 거부하는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 공천사태 등을 겨냥해 “청와대와 당내 패권세력의 발호와 농단으로 정당민주주의를 위한 정치개혁은 유린당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당 지도부 거취에 대한 질문에 “사퇴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을 위한 충정을 갖고 얘기하는 것을 당권 싸움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과 더 이상 대화할 의욕이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친박을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들은 대통령의 탈당과 지도부 총사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표의 대통령 탈당 요구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친박 지도부가 이날까지도 사퇴를 거부하면서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직을 던졌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회의에서 “우리의 퇴진 시기를 건의했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에 어느 누구도 저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며 “오늘부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는 새로운 인물로 구성을 해서, 당의 쇄신, 심지어는 당명과 당 로고까지 바꾸는, 뼈를 깎는 혁신적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에는 돌아선 민심을 다시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국민의 소리, 당원의 소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며 지도부 사퇴를 압박했다.

    이정현 대표는 최고위회의에서 “헌정 중단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국민에게 피해가 최소화 되는 선에서 사태가 수습되도록, 당 대표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저에게 조금만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달라”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대표직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제 개인적인 이득을 얻기 위함은 진심으로 말씀 드리는데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강경 친박인 이장우 최고위원도 “저는 표류하는 이 배에서 최선을 다해 폭풍을 헤치고 나갈 수 있도록 모든 헌신을 다 할 생각”이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못 박았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지도부가 12월 예산을 챙기기 위해 대표직을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광주·전라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0%인 상황에서 예산이라도 챙기겠다는 꼼수 아니냐는 것이다.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광주·전라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0%인 점을 거론하며 “이정현 대표의 가장 큰 가치는 호남 출신의 당대표라는 것인데 그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대표직을 사퇴하게 되면 지역구에서 비전이 없다”며 “지금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이정현 대표가 결국에는 12월 예산안까지 챙기고 가겠다는 얘기 아니냐’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믿지 못한다면, 믿을 건 본인 지역구의 예산폭탄밖에 없는 거 아니겠나”라며 “지금 상황에서 ‘당이 먼저냐 아니면 개인이 먼저냐?’ 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친박 지도부 같은 경우 전부 어떻게든 예산 국면까지 가서 예산폭탄이라도 지역구에 쏟아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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