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퇴진’으로 국민대통합
    20만 시민들 광화문 일대 가득 채워
    5일 이어 다가오는 12일 대회가 정국 분수령 될 듯
        2016년 11월 05일 10: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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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민심이 광화문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준)의 주최로 5일 오후 4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10만을 훌쩍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계단, KT 건물 앞 등 광화문 일대는 분노한 민심이 가득했다.

    오후 6시경 어둑한 광화문 사거리는 촛불로 빛났다.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부터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들, 대학생들과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까지 모든 연령층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국민대통합’이라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0만의 시민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드 한국 배치, 개성공단 폐쇄,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 세월호 참사, 노동개악, 공공부문 민영화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비상식적 정책들을 모두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범국민대회 집회가 끝난 후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숭례문-서울시청 대로를 행진한 후 다시 광화문 사거리로 모여 2부 집회를 진행했다. 이 때에는 20만 명의 시민들이 더 모였다. 광화문 광장은 물론 인근 종로와 서울시청 일대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민심으로 마비됐다.

    이날 집회가 경찰과 주최 측 모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참여 규모와 박근혜 정권 퇴진에 대한 열기에 비춰볼 때 다음 주 12일 예정돼 있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집회 현장에 역대 최대 수준인 220개 중대 1만 7천 600여명을 배치했다. 당초 경찰은 이날 2차 범국민대회의 행진을 교통소통의 이유로 불허했으나, 전날 참여연대가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행진 바로 직전에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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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국민대회 시작 무렵의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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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승화님 페이스북

    행진 후 2부 문화제의 모습

    행진 후 2부 문화제의 모습

    분노한 청년·학생들
    “박근혜 퇴진을 위해 우리는 거리로 나선다”

    이날 범국민대회엔 대학생부터 집회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경쟁 강요받아온 청년·학생들은 국정농단의 한 축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 의혹 등으로 나타난 불공정한 한국사회의 ‘민낯’에 분노했다.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요즘 사태를 보면 우리가 과연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민주주의 국가는 맞는 것인가 의문”이라며 “이화여대 정유라 부정입학·학사특혜 논란과 최경희 총장의 사퇴.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최순실은 전국 곳곳에서 정부에 개입해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주의 침해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책임 회피와 박근혜의 대국민 담화는 국민들의 목소리 잠재울 수 없다. 우리는 박근혜와 최순실, 새누리당에게 빼앗긴 권력을 반드시 되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 공백을 우려하며 박 대통령 퇴진에 유보적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겨냥해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최순실과 같은 정체를 알 수없는 사람에게 넘겨서 제 맘대로 쓰는 일보다 더 나쁜 일은 벌어질 수 없다”면서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지 않으면 제2, 3의 최순실이 박근혜 뒤에 숨어 국정농단, 국기문란, 민주주의 파괴를 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년간의 무능함과 무책임, 그 연막 뒤에 숨어 국민농단을 한 정치쇼에 모든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면서, 박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를 언급 “대통령으로서 자괴감이 든다면 더 이상 국민들을 괴롭게 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쟁과 패착을 강요하는 고등교육 정책과 이번 사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반의 문제이며 박근혜 정권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라며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이들, 대학 교육 전체에서 경쟁을 강요하고 사유화와 비민주적 대학 운영을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대학생시국회의를 만든 김무석 건국대 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최순실과의 사사로운 연을 끊겠다고 했다. 제발 저희와의 연을 그만 끊어 달라. 이것은 사적인 일이 아니라 공적인 일이며 당신이 우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오직 유일한 일”이라며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려오라”고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들에 강제모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무석 학생은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주고 박근혜 정권은 노동개악을 선물했다. 기업들은 피해자가 아니다”라며 “피해자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안정적 일자리가 줄어들고 희망과 미래를 공격당한 건 우리다. 부패의 덩어리를 침몰시키고 노동자, 청년 학생들의 희망과 미래를 인양하자”고 외쳤다.

    중고등학생들이 범국민대회에 집단적으로 참여한 모습

    중고등학생들이 범국민대회에 집단적으로 참여한 모습

    “2야당, 박근혜 퇴진이 전제하지 않는 거국내각은 반국민적 행동”

    손미아 강원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퇴진하고 노동자, 민중을 중심으로 한 해방된 사회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연구자 2,243명은 최근 헌정파괴와 국기문란을 야기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손 교수는 “박근혜 정권의 부패와 추악함 뒤에는 이를 눈감아주고 옹호한 자본가 계급이 있다. 부패한 국가기구에 자신들이 노동자 민중으로부터 착취한 이윤을 떼어주면서 더 많은 이윤을 추구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에는 박근혜 정부 하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계급의 정경유착이 종교적 외피를 쓰고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 파괴및 국기 문란을 엄호해온 새누리를 당장 해체해야 한다”면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거국내각도 인정 못한다. 박근혜 퇴진이 전제되지 않는 거국내각은 대통령과 보수세력을 보호하려는 반국민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섬기지 않는 권력, 이미 존재가치를 잃었다”

    종교계 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박근혜퇴진 기독교운동본부의 김경호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며 울먹였다. 우리는 2년 전 세월호 사건에 대한 담화에서 그의 눈물을 보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진상규명을 방해했고 조작했는지 유가족들을 모욕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며 “이것이 박근혜가 흘린 눈물의 진실”이라고 비판했다.

    김경호 목사는 “사드 배치 결정과 개선공단 폐쇄는 국정농단의 최대의 피해 결과”라며 “그들은 교활하고 강하지만 지금, 어둠을 내쫓기 위한 수만의 촛불이 밝혀지고 있다. 이 촛불은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흑암을 내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힘차게 여는 촛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백남기 농민은 단지 한 사람, 백남기가 아니다. 백남기 농민은 불의한 권력에 의해 뭉개진 모든 국민을 대표한다”며 “그의 주검은 이미 존재가치를 잃어버렸다, 더 이상 국민을 섬기지 않는 권력은 폭력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도 했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이름, 고 백남기 농민 41일만에 시민사회장 영결식 열려
    “박근혜가 저지른 모든 국정농단, 우리가 끝내겠다”

    범국민대회에 앞서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선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317일, 사망한 지 41일 만이다. 영결식엔 1만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영결식 행진

    영결식장으로 이동하는 고 백남기 농민의 만장 모습

    상임장례위원장인 김영호 전농 의장은 “우리는 추모에 멈춰있지 않다”며 “박근혜 정권이 백남기 농민을 죽였다. 백남기 농민을 보내는 자리에서 청와대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순탄한 삶을 살지 못한 아버지의 가시는 길까지 가시밭 길이었다. 자식으로서 죄스럽지만 오늘이라도 보내드릴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저희에겐 여러 가지 숙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백도라지 씨는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살인 경찰들을 꼭 처벌받게 하고, 정치권에서 약속해준 대로 꼭 특검이 실시돼 강신명 이하 모든 살인경찰들이 법의 심판을 받길 원한다”며 “의료지침까지 어겨 사망진단서를 작성해 부검영장이 발부되는 근거를 제공한 서울대병원의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해마다 떨어지는 쌀갑, 농촌의 현실, 농업의 문제에 관심 가져달라”고도 했다.

    백남기 농민의 부인인 박순례 씨는 “저희 가족이 오늘 이 자리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 덕분”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영결식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비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대선주자와 당 지도부들 모두가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도사에서 “오늘 우리는 흙의 정직함을 믿으며 순박하게 살아온 한 농민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불의에 맞서 싸운, 누구보다 먼저 행동했던 한 국민인 백남기 농민을 우리는 이렇게 처절하게 보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살수차의 살인적인 물줄기, 그 물줄기가 생명을 앗아갔다. 이것은 명백한 국가적 폭력이며, 국가의 이름으로,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행위”라며 “이런 몰염치한 행동과 이런 부도덕한 권력을 우리가 용서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그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정당한 집회를 진압 목적으로 하는 경찰의 소방수 사용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이 저질렀던 모든 국정농단, 우리가 이제는 끝내겠다”며 “당신이 꿈꿨던 상식과 정의의 나라를 위해 이제 우리가 모두 들고 일어나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 이제 주권자인 국민이 이땅에서 주인임을 확인하는 섭리를 이뤄보겠다. 우리가 불의한 권력의 정점,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온전한 생명 하나 죽음으로 내몰고도 죄의식 하나 느끼지 못하는 정권이었다. 최소한의 사과는커녕 유족과 시위대에 책임을 전가하던 정권이었다”며 “이제 백남기라는 이름은 우리 역사에 인권과 민주주의의 이름이 됐다”고 말했다.

    심 상임대표는 “당신은 가고 우리는 남았지만, 어르신께서 소중히 파종한 그 씨앗을 무럭무럭 키워내어 반드시 결실을 맺게 할 것”이라며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민의 생명을 빼앗은 무도한 정권을 단호히 심판하고 민주공화국의 이름으로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땅에 묵묵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농민 노동자 중소상공인 등 서민들의 삶의 희망을 열어가고 정직하게 사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행복한 시민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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