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만하다 파업!"
    파업 첫 경험 2030 모임
    청년노동자의 경험과 대화 나눠
        2016년 11월 04일 07: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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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첫 파업을 경험한 청년노동자들이 모였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달 28일 충정로역 근처 한 카페에서 ‘첫 파업 어땠어?’라는 주제의 2030 워크샵을 개최한 가운데, 서울지하철, 5678 도시철도,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 가스공사, 서울대병원, 철도, 청소년활동진흥원 등 지난 9월 27일부터 시작된 공공부문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약 40여명이 참가했다.

    노조는 첫 파업을 경험한 조합원들의 사업장을 넘은 만남을 기획했다. 아직 투쟁은 진행 중이지만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 의미를 보편적인 것으로 확대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특히 파업에 처음 참가한 청년노동자들과 세대를 대변하는 메시지를 찾고, 2030세대의 적극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행사는 각 사업장에서 일하는 2~30대 조합원을 중심으로 기획단을 만들어 직접 참여하여 준비했다. 기획단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인 점을 감안해 ‘만나다 → 말하다 → 나누다’의 순서로 우선 서로를 알고 나서 본격적으로 파업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획했다.

    우선 어색함을 덜기 위해 총 36개의 질문과 미션을 준비하고 게임을 통해 질문지나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은?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등과 같이 개인적인 질문이나 ‘노동조합 자랑, 노동조합 내 청년조합원으로서의 애로사항’처럼 노조에 관한 것도 있어 다양한 얘기들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참가자 4~5명씩 8개조로 나뉘어 파업기간 중에 있었던 다양한 경험을 공유했다. 핵심적인 논의는 파업 기간 중 ‘가장 좋았던 것, 별로였던 것, 바라는 것’ 3가지였다. 각 조에서 말한 내용은 다시 3가지씩 핵심단어로 정리, 모두가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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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은 또 다른 휴식, 그리고 만남”

    참가자들이 냈던 의견을 정리한 핵심 키워드는 이렇다.

    외부적으로는 “다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고, 한마음 한 뜻이 된 점과 조직력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던 점”과 내부적으로는 “동료와 선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점과 동료들과 친해진 계기, 동기들과의 재회,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등을 이야기했다. 특히 “늦잠 등 일상과 다른 삶” “인간다운 식사시간과 휴식, 산책” “간식과 나눠 먹는 것” “뒤풀이” “칼 퇴근” 등 파업이 또 다른 휴식이 되고, 인간적인 만남의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들이 있었다.

    이 밖에 “노조의 힘을 알게 됨. 전국에서 모임. 신입사원들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음. 숨어있던 젊은 조합원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힘을 느낄 수 있었음. 사진 찍는 것. 일상 탈출, 새로운 경험. 집회 때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힘이 남. 파업기간동안 사측에서 담당업무를 하며 곤욕을 치른 것. 여행. 무노동. 즐기는 분위기에서 할 수 있었던 파업. 단결의 시간을 통한 소속감 고취” 등이었다.

    특히 “첫 파업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파업 참가가 별 거 아니구나’하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파업 시작하기 전 얼마나 파업에 참가할까 걱정했는데 많이 참석하고, 고생한다는 주변의 격려가 힘이 되었다”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색 다른 집회로 모두가 참여할 수 있었으면”
    길고 긴 설교식 투쟁사, 한정된 집회 장소 지적도

    반면 별로였던 점에 대한 핵심키워드는 “철도, 부산지하철과 함께 돌아오지 못함” “성과 없이 복귀” “미약한 파급 효과” “파업 참여, 비참여자 간 갈등” “파업의 다양하지 못한 콘텐츠” “무심한 언론” “남아있는 업무 부담감” 등 지금도 진행 중인 투쟁 결과에 대한 우려들이었다.

    특히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성과만 같이 하려는 “무임승차”에 대한 지적은 중복되어 나올 정도로 반감이 많았다.

    그 중 “숙취”라고 적은 서울지하철 조합원은 집회 참가 후 3일 동안 내리 술만 마셨다는 고백을 해서 참가자들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일이 너무 많았음.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 하는 데 얌체족 있음. 축구와 족구. 핑계를 만들어 참석 안하는 선배들에 대한 배신감. 개인적인 시간이 없었음. 재미 없는 집회. 술 너무 많이 마심. 파업답게 파업하자! 도망가는 사람들. 개인생활 부족(집회, 파업, 출장). 설교·교육식의 투쟁사. 무임금. 형식적 집회 분위기. 집회와 일을 모두 소화하기가 힘들었음” 등 재미없는 집회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바라는 점에 관한 의견 핵심 키워드를 보면 그동안의 집회에 어떤 문제의식들이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다.

    “파업기간에도 휴일 보장” “교육” “언론과 시민의 관심” “보다 나은 근무환경”등의 단어도 있었지만 특히 집회와 투쟁과 관련한 지적이 많았다. 특히 “파업 말고 파티” “여러 프로그램 재미있고 길게” “짧고 마음을 움직이는 투쟁사” “재미있는 집회” “새로운 쟁의전술” “집회공연의 다양성” “청년 눈높이에 맞는 문화행사” 등이다. 심지어 “하도 재미가 없어서 자리를 뜨고 말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밖에 “투쟁사 말고 다양하게 했으면 좋겠고, 집회 장소도 다양했으면 좋겠음” “파업 승리, 박근혜 하야” “노동조합 청년조합원들의 조직” “모두가 함께 하는 파업으로 우리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 “짧은 투쟁사” “일반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긍정적인 언론 기대” 등이었다.

    특히 “정형화된 집회가 아닌 색다른 집회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집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기저기 간부들의 연설이 아닌 젊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회가 좀 더 재밌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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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마치고 헤어지기 직전 전체 참가자에게 구글 독스를 이용해 스마트폰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결과 후속사업으로 하고 싶은 것으로는 “모임 위주 행사(영화관람, 치맥파티, 번개 등)”가 제일 많았고, 뒤이어 체육대회 또는 문화제, 워크숍 또는 좌담회, 교육 또는 강좌 순이었다. 이후 청년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고려할 지점들이다.

    자신이 속한 사업장에서 청년들과 해보고 싶은 것으로는 “파업 후 집에 가기 급급했는데 오늘과 같은 정리 및 소통의 장이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 사업장에서도 청년조합원들과 맥주 한잔 마시면서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인원을 더욱 늘려 다양한 이야기위주로 했으면 한다” “모임을 만들고 싶다” “다른 사업장과의 교류 및 이해를 높이고 싶다” 등을 들었다. 이외에도 “청년모임, 가을소풍, 야자타임, 단체 체육대회, 동호회 모임, 청년들의 일일 현장 간부 체험” 등의 의견도 있었다. 파업을 진행한 각 노조에서 고민해 봄직한 내용들이다.

    이 외 전체평가로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남겨달라는 설문에 대해서는 “파업의 강도를 높여 굳은 의지를 다지고 싶다” “모임이 자리 잡기 전까진 이 모임들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이 서포트해 주면 좋겠다” “뉴 페이스 많이 발굴해 달라” “청년조직사업이 모든 사업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청년사업을 많이 해서 연대하고 조직화를 해나갔으면 좋겠다” “청년조합원들 만남의 장이 좋았다” “파업은 경제를 마비시키는 건데 그러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라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할 만하다 파업!!”이라 적었다.

    이어진 뒤풀이는 새벽4시까지 진행되었다. 충북지역에서도 조만간 청년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획팀은 평가를 통해 청년노동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수렴해 나갈지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필자소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 정책실장. 정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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