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2차 대국민 담화,
    야당과 시민들 반응 더욱 싸늘해
    심상정 ‘하야촉구, 헌정질서회복 국민운동본부’ 제안
        2016년 11월 04일 05: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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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로 정치권 내 대통령 ‘하야’ 요구가 ‘퇴진’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으며 여야가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 책임총리제 등 모두 거부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국민 담화 발표가 끝난 직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노하는 민심에 전혀 대답이 되지 않았다.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정을 붕괴시킨 뿌리가 대통령 자신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특검·국정조사 수용 ▲총리후보 지명 철회 ▲국정에서 손을 떼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수용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상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 대표는 이번 대국민 담화에 대해 “국정 문란을 초래한 책임을 통감한다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민심을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직 미봉책으로 민심의 목소리를 막고자하면 안 된다”면서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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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 번째 사과를 요구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며 대국민 담화가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내에 나오는 탄핵 당론 확정 요구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국민 여론과 함께 가도록 하자는 생각이다.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 대해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이어 “(대국민 담화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미심쩍게 생각하지만 국민 반응을 주시할 것”이라며, 대통령 하야·탄핵을 당론을 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인 강제모금 의혹을 두고 박 대통령이 ‘국가경제를 위한 일’이라며 ‘경제인들의 선의’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선 “아무도 대기업의 발목을 비틀어가지고 돈을 걷어 한 일이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순실과 그 일당들이 한 일이 어떻게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서 한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담화 발표 즉시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오늘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조차 걷어차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유일한 책무는 하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화에 대해선 “민심과 어긋난 책임회피 담화이자,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통령의 자리 보전을 위한 담화였다”고 혹평했다.

    심 상임대표는 “오늘 대통령이 담화에서 했어야 할 첫 번째 말은 국민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소상히 이실직고 대통령으로서의 그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어야 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은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핑계로 국민에 대한 설명은 단호히 생략했다. 검찰 이전에 국민에게 먼저 설명하는 것이 대통령의 당연한 도리일 것”라고 비판했다.

    심 상임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이 맡긴 권력을 멋대로 최순실에게 넘겼을 때, 이미 대통령 자격을 상실했고, 90초 사과로 모면하려 했을 때 국민들은 이미 신뢰를 거뒀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고 대한민국 정상화되는 길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치권과 정치지도자들이 국민과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 제 정당과 정치지도자, 시민단체, 국민들이 참여하는 ‘대통령 하야 촉구,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구성을 제안했다.

    윤종오·김종훈 무소속 의원 등도 ‘민중의 꿈’ 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이 진정 원하는 사과는 대통령의 하야와 처벌”이라며 “당장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 등을 수용한 점을 부각하며 ‘진성성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모든 것을 수용해 결단을 내려주셨다”며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에까지 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내려놓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강한 의지와 진정성을 담은 호소”라고 했다.

    여당 내부, 특히 비박계는 다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대통령 측근 인사가 국정운영을 할 때까지 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데 대해 사실상 ‘친박 해체’ 정도의 진정 어린 용서를 구하는 부분이 왜 빠졌는지 아쉽다”며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친박이 해체되고, 무한한 책임을 같이 질 수 있는 그런 공감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담화 내용이 국민 여론과는 완전히 괴리돼 있다는 것이 시민사회계의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하야와 탄핵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임에도 대통령직 진퇴와 최근 진행된 일방적 개각 등에 대해서도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오늘의 담화는 국민과 맞서 제 갈길 가겠다는 일방적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오늘 담화를 통해 드러났다. 박근혜는 기업의 뒷돈을 받아 챙기며 최순실과 더불어 국정을 농단했고 성과퇴출제 등 노동개악 정책을 재벌들에게 갖다 바쳤다”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탄압받고 구속되는 등 피눈물을 흘렸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장 내려오는 것 외에 다른 사죄의 길은 없다”며 “끝내 거부한다면 검찰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청와대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도 ‘진정한 사과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진정한 사과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고, 제대로 된 수사는 권력을 놓고 받을 때 가능하다”며, 하야를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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