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국민 담화,
    거취 언급 없이 감성적 사과로 일관
    "선의의 도움 주셨던 기업인에 송구", 민심과 큰 괴리
        2016년 11월 04일 11:4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예상대로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책임총리제나 거국중립내각과 같은 여·야당에서 나오는 요구, 하야·퇴진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아예 무시하고 담화에서 언급조차 없었다. 퇴진이나 하야는커녕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거나 2선으로 물러서겠다는 언급은 단 한마디도 않으면서 감성적 사과로 일관한 담화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 30분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25일 녹화방송으로 진행한 대국민 사과에 이어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이 이날 검찰 수사 수용 등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은 나왔으나, 자신의 정치적 권한, 즉 정치권 안팎으로 쏟아지는 하야·퇴진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이냐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끝내 박 대통령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면서 앞으로도 국정주도권을 놓을 생각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박 대통령은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을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한다”며 “국민들께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와 종교 지도자, 여야 대표와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 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 성장동력 만큼은 꺼트리지 말아줄 것을 호소드린다”며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있고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특히 국무총리, 비서실장 임명 과정에서 국회와 소통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최 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에 있어선, 부모님을 일찍이 여읜 개인사를 거론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60대 이상,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진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해 가족과의 교류 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가진 최순실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모든 국정이 마비된 상황이다. 이번 대국민 담화는 지난 대국민사과와는 달리, 이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심경보단 향후 계획에 대한 자세한 입장을 밝히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시종일관 자신의 ‘찢어지는 마음’을 부각했다.

    박 대통령은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며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친 점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며서도, 이번 사태가 자신이 고의적으로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취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들,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할 것을 기업인들에게 압박했다는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등의 증언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전면으로 반박하는 해명을 내놓은 셈이다.

    또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의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협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도 했다.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최순실 씨와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최 씨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에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필요하다면 특별검사의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

    다음은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

    어제 최순실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입니다.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듭니다.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나라의 미래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만큼은 꺼뜨리지 말아 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다시 한 번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이미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습니다.

    그동안 경위에 대해 설명해 드려야 마땅합니다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칫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오늘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 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입니다.

    또한,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더 큰 국정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합니다.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님들과 종교 지도자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