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 장기파업 동력,
    조합원의 힘과 시민들의 연대"
    김영훈 "최순실 국면, 조직노동의 마지막 기회"
        2016년 11월 01일 11: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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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의 알 수 없는 집착은 모두를 의아하게 했다. 거의 대부분의 정부 정책 추진의 동력은 ‘생떼 부리기’였다. 누구 말마따나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개’와 같았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목표인 노동개악도, 그 일부인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추진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은 안중에 없었다. 대통령과 정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이야 목숨을 잃든 말든 박근혜 정부는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노동개악, 성과연봉제 도입을 향해 내달렸다. 마땅히 거쳐야 할 절차들은 무시됐고, 때로는 돈으로, 때로는 불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회유와 협박을 반복했다. 그런데 이른바 ‘최순 국정농단’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박근혜 정부가 왜 그토록 노동개악, 성과연봉제에 집착했는지 어렴풋 드러나고 있다.

    10월 31일로 파업 35일 차,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기 위해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코레일의 교섭 거부와 이사회 성과연봉제 불법 의결로 중앙노위원회의 조정 등 적법 절차를 거친 후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필수업무유지비율도 준수했다. 정부 부처의 내부 대책회의에서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조차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외적으론 불법파업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 박근혜 정부 등에 올라탄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0원’짜리 월급명세서를 파업 참여 조합원들의 집에 일괄 발송하는가 하면 야당의 중재 개입에도 ‘정치권은 나서지 말라’는 식의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홍순만 사장은 “아직도 여러분(조합원)을 사랑한다”면서도 위원장 등 지도부를 파면하겠다고 하고, “대화하자”면서도 교섭장에 나오지 않는 자기분열을 반복하고 “국민의 안전”을 운운하면서도 외주화와 대체인력에 군대를 투입하는 것을 파업 대책이라고 내놓는 기묘한 행보를 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정권이 사실상 식물화되면서 모든 정부 정책이 올스톱됐지만 홍순만 사장만은 여전히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이라며 일편단심이다. 노조는 이런 사장님과 한 달이 넘는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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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이하 사진은 곽노충)

    “홍순만, 지도부 파면 시 자신도 사장직 걸어야 할 것”

    8천 명이 넘는 파업 조합원을 이끌고 있는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을 31일 철도회관 위원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상 최장기 총파업인 만큼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는 걱정과 우려의 질문이 앞섰다. 그러나 김영훈 위원장은 강경한 태도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는데, 파면시킨다는 거죠. 그렇게 통보한 이상 홍순만 사장도 자기 직을 걸어야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 : 전반적으로 현재 사측과 어떤 상황에 있는지 궁금하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 : 10월 25일 열린 국회 국토위원회 회의에서 국토교통부는 공식 문건에서 불법이라 주장하는 문구를 모두 뺐다. 전날인 24일에 저는 경찰에 자진 출두해 모든 것을 소명하고 귀가 조치됐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미 정부 주요 부처들은 자기 살 길 찾아서 발을 빼고 있는 실정이라는 거다. 오로지 코레일 홍순만 사장만 천지분간을 못하고 있다. 바로 어제 (30일)까지도 홍순만 사장은 ‘지금이라도 복귀하면 선처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저한테 11월 10일자로 징계위원회 출석하라고도 했다. 파면시키겠다는 거다. 홍순만 사장이 저에게 파면시키겠다고 징계를 통보한 이상 홍순만도 자기 직을 걸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120개 공공기관 전체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은 3가지 유형으로 이뤄졌다. 한전과 마사회 등 노사 합의를 통해 도입한 경우와 철도처럼 노사교섭을 하는 도중 돌연 이사회를 개최해 통과시킨 경우, 그리고 교섭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도입한 경우다. 첫 번째 경우를 빼면 모두 불법이다. 코레일은 노조와 교섭을 진행하다가 기습적인 이사회 결정으로 성과연봉제가 통과됐다. 이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쳐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되, 차후 법적으로 불법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정부가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의 근거가 됐고, 코레일은 여전히 이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영훈 : 파업 도중 국정감사에 홍순만 사장이 나왔고 야당으로부터 국회 중재 제안이 있었다. 그때 홍사장이 강경하게 야당 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꾸 정치권에서 개입하니까 노조가 자기랑은 상대 안하려고 하고 정치권만 기웃거려서 파업이 장기화된다. 자율적인 노사교섭으로 해결하겠다’ 고. 한 마디로 정치권에서 손 떼라는 거다.

    공기업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그런 제안을 받으면, 최소한 ‘국회의 노력에 대해선 존중하는데, 그래도 저희들한테 맡겨주십시오’라고 정중하게 거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홍순만 사장은 야당의 제안이 있기가 무섭게 그런 식으로 답을 하더라. 그런데 국토위원회 여당 위원 구성을 보면 ‘친박’ 일색인데, 친박계에 자신의 강력한 충성심을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데 국감이 끝난 후로도 사측은 교섭에 나오지 않는다. 홍순만 사장은 노조와 교섭은 못하겠다는데 대화는 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무슨 상조회 하는 것도 아니고, 동호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위원장을 파면시킨다고 하면서 도대체 누구랑 대화하겠다는 건가.

    “파업도, 교섭도 싫다…사리분별 못하는 홍순만”

    정종권 :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도, 새누리당 친박도 힘이 빠진 상태인데 전혀 미동이 없나.

    김영훈 : 모르겠다. 나도 정말 궁금하다. 실무선에서 실무 접촉은 하는데, 실무선에서도 컨트롤타워가 붕괴돼서 보고할 곳도, 지시받을 곳도 없다고 말한다. 멘붕 상태인 거 같다. 국토부도 (철도노조 파업이) 불법이라고 하는 문구를 다 뺐다. 불법파업이 아니라면 파업 사태는 교섭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홍순만 사장) 혼자만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홍순만 사장이 저러는 이유를 유추해 보면, ‘교섭으로 풀라는 지시는 못 받았다, 별도 지시가 없었다’ 이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별도로 그런 걸 지시할 자가 누가 있나. 이 상황에선 홍순만 사장, 당신이 알아서 해결하면 되는 거 아닌가. 지금 파업 사태를 교섭으로 해결한다고 돌 던지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도대체 그것조차도 못한다면 코레일에 있을 이유가 뭐가 있나. 어차피 공기업 사장들은 다 낙하산으로 오지만, 그나마 경찰 출신인 허준영 전 사장보다도 못하다는 소리가 나와선 안 된다고 본다.

    경찰이 백남기 어르신의 영장 재청구를 포기했다. 경찰도 그 정도 사리판단은 하는 거다. 경찰이 엊그제 (박근혜 하야) 촛불시위에서도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고민하는 거 같더라. ‘지금 이 상황에서 이거라도 해결해야 한다. 국민을 더 분노하게 해선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최소한 공직자로서의 도리 아닌가.

    “파업은 불편하지만, 대체인력은 위험”

    정종권 : 홍순만 사장이 최소한의 정치적, 정무적 감각도 없다는 것 아닌가. 그런 상황이면 더 걱정이 되는 점은 철도 안전 문제다. 겉으론 보기엔 철도가 파업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잘 굴러가고는 있는 것 같지만 잦은 안전 사고 등 안전에 대한 점검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불안감이 든다. 대체인력 투입으로 인한 사고도 많지 않았나.

    김영훈 : 홍순만 사장이 그동안 기대는 곳은 청와대와 국방부였다. 대체인력 핵심은 기관사이고 열차승무원인데, 이 2개는 대체인력을 고용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다른 분야에 대해선 퇴직자 쓴다고 하지만 기관차와 열차승무원은 고도로 숙련된 자가 아니면 오작동이나 판단 착오로 인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노조의 파업에 운행률을 100%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훈련되지 않은 대체인력 투입으로 인한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1호선 소요산행 전철은 대체인력의 전동차 출입문 취급 미숙으로 승객 2명이 팔목과 어깨가 끼어 경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1호선 동인천 급행전철은 10일 오후 4시 20분 경 노량진역 정차 후 전철 승강문을 반대쪽으로 개폐했다. 지난 9월 30일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351열차는 대체 열차팀장의 열차 승강문 취급 미숙으로 승객이 타고 내리는 도중에 문이 닫히는 일이 벌어졌고, 10월 16일 용산에서 여수로 가는 KTX열차 발차 도중 출입문이 열려 운행이 지연되기도 벌어졌다. 이 밖에도 전동차 차장이 냉난방을 조작을 하지 못하거나 KTX 대체 팀장이 객실 의자 등받이 조절과 안내방송 등 매우 기본적인 업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KTX의 경우는 12월 8일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의 수도권고속철도 운영사인 ㈜SR 기장 50여명이 배치되어 운전하고 있고 수도권 전동차는 거의 군인 대체인력이 운행하고 있다. 수도권 전동차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 대부분이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특전사 군인들이 내는 거다. 오히려 그들이 재난을 만들고 있다. 노조는 국방부에 대해 군 투입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더 이상 군대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파업으로 좀 불편할 수 있지만, 어설픈 대체인력으로 사고가 나는 건 더 위험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다. 군 투입 근거는 국가안전재난관리기본법에 의해 재난상황이라고 규정할 때다. 이 법에 의한 재난의 정의는 국가 기간망의 마비를 의미한다. 그런데 철도는 적법한 절차도 거치고 필수유지비율을 지키면서 파업에 돌입한 거다. 불편은 있지만 재난이나 국가기간시설의 마비라고 볼 수 없고, 군 투입의 법적 근거 자체가 없는 것이다.

    정종권 : 이런 지적을 홍순만 사장 등 철도공사에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반응인가.

    김영훈 : 대체인력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해 국회에도 계속 얘기해왔고, 파업 초기 때 부터 홍순만 사장에게 지적해왔지만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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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파업 동력, 조합원의 이해와 시민의 연대”

    정종권 : 3년 전 2013년에도 철도 민영화 저지 투쟁의 큰 파업을 치렀다. 그 과정에서 많은 탄압도 받았고, 노조로서 힘든 시기를 버텼다.

    김영훈 : 파업이 끝난 이후 3년 동안 그야말로 조직을 건사하기도 벅찬 하루하루였다. 박근혜 정권이 어느 정도로 치졸하고 악랄하냐면 해고나 구속, 손해배상 이런 일반적 탄압을 뛰어 넘어서 세무 조사까지 했다. 그것도 기관사나 열차승무원에게 지급되는 여비, 출장 가면 나오는 여비를 받은 것을 세금을 안냈다는 거다. 여비는 급여가 아니라 비과세인데다 비과세로 하자고 노조가 정한 것도 아니다. 그걸 가지고 세금을 안냈다고 꼬투리를 잡더라. 그리고 2012년 받았던 성과평가가 C였는데 알고 보니 D였다면서 기본급의 140%를 토해내라고도 했다. 1인당 4~500만원 정도다. 그런 식으로 전 방위적으로 노조를 탄압했다. 그런 정권 차원의 보복과 사측의 압박을 조합원들이 꿋꿋하게 버텨내면서 조직을 건사해왔다.

    이번 파업 23일차에 조합원들과 얘기를 했는데, 조합원들 모두 이 박근혜 정권하에서 철도노조를 그대로 두지 않을 거라고 직감하고 있었다고 하더라. 조합원들이 마음속에 항상 파업 배낭을 옆에 두고 생활해왔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정종권 : 그리고 지금, 3년 만에 다시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최장기 파업 중이다. 복귀율도 거의 없다. 대오를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김영훈 : 우선 상당히 기적적인 일이라고 본다. 파업 날짜 갱신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사실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다.

    3년 전, 철도민영화 파업을 떠올리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몇 가지 벌어졌다. 그 첫 번째가 시민들이 ‘불편해도 괜찮다, 힘내라 철도파업’이라고 응원하며 파업 노동자들의 손을 잡아준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철도노조가 멀게는 김영삼 정부부터 탄압도 받고 투쟁도 해왔는데, 3년 전 민영화 저지 투쟁은 비로소 시민권을 획득한 파업이라고 본다. 그동안 우리가 외쳐왔던 ‘민영화 반대’, ‘공공철도 건설’이라는 우리의 진정성을 시민들이 이해해준 것이다. 그게 큰 힘이 됐다.

    이번 파업을 준비할 때에도 정부나 사측에서 시민들과 노조를 분리하려는 ‘귀족노조’, ‘철밥통’ 프레임 강하게 제기할 것은 예상했다. 그래서 노조도 ‘우리의 생산물은 시민의 권리다, 자본의 탐욕보다 우리의 권리가 우선한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민중의 복지이다’는 내용의 우리의 생각과 이념, 노선은 담은 이번 총파업 선언문을 발표했다. 제 표현대로면 저항담론을 뛰어넘는, 거창하게 표현하면 ‘사회연대적 노조주의’다. 여기에 대한 조합원의 공감이 컸다.

    지금은 조합원들이 무슨 일을 할지 스스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하면 ‘나의 노동조건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사회·정치적으로 결정되고, 공공부문에선 작은 실리조차 정치적이다.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노동운동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이 스스로 인식하고 움직였다. 파업을 단순한 작업 거부 넘어서서 우리가 그토록 얘기했던, 공장 밖을 박차고 나와서 시민사회에 자기 몸을 던진 결과라고 본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거기에 화답해줬고, 다시 조합원들은 거기에 힘을 받았다.

    우리 노동운동이 때늦은 성장과 때 이른 쇠퇴라고 하는 그런 87년 체제의 한계를 십 수년째 겪고 있는데, 그 원인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시민사회 형성의 역사가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을 통한 강한 국가는 있었고, 그 강한 국가는 탐욕스러운 시장을 뒷배로 했다. 노동운동은 있었지만 시민사회와 괴리돼 있었다. 국가-시장-사회라고 하는 3개 주체 중에 유독 시민사회 형성이 미약했고 그 역할을 했어야 할 노동운동은 IMF 이후 고립과 탄압에서 자리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파업을 통해 조심스럽게 시민사회가 비로소 형성되는 과정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종권 :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생계문제이고 임금문제인데, 파업이 한 달 넘어가고 사측은 월급 명세서를 파업 조합원 가정에 일일이 보내면서 압박을 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김영훈 :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고 다들 한 달 벌어 빠듯하게 먹고 사는 건데. 그걸 과연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고민 많은 지점이었다. 조합원들은 돈만 아니면 석달 열흘도 파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조합원들의 현재 인식이다. 돈이 문제긴 문제다. 필수유지업무 제도의 역설이 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에서 철도는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은 하는데, 어찌됐든 현재의 제도가 그런 거니까. 정권은 파업권을 제약하기 위해 필수유지업무를 도입했다. 그러다보니 파업의 위력이 떨어지고 승부가 단기간에 나지 않고 장기화 된다. 대략 필수유지업무에 50~60%까지 넣고 군대까지 동원하니까. 노조 차원에서 같이 파업을 결의했는데 누구는 현장에 남아야 하고 누구는 파업에 참여한다. 그래서 우리가 임금형평성 기금(필수유지업무에 배치된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임금 일부를 파업 조합원 생계를 위해 내는 기금)을 하는 거다. 그것도 쉬운 건 아니다. 월급의 절반을 내야 하자나. 이건 가족들하고 사전에 양해가 안 되면 어려운 거다. 그런데 지금 임금형평성이 90%까지 들어왔다. 돈이. 파업하는 동료들한테 필수유지를 위해 남았던 조합원들이 급여를 반을 떼서 주고 있다는 거다. 그것도 자발적인 기금 참여인데, 90%가 참여하고 있는 거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거다.

    정종권 : 사측의 행태를 보면 기금 자체에 대해 시비를 걸고 방해를 할 거 같은데

    김영훈 : 걸고 있는데 걸 수가 없다. 자발적으로 내는데 어떻게 하겠나. 제도 자체가 그렇다. 이걸 안하면 웃기는 일이 벌어진다. 파업 찬반투표 같이 해서 파업이 결의됐는데 나는 남아서 월급 받고 동료는 깡통계좌가 되고.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입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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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연봉제,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었을까

    정종권 : 파업이 한 달을 넘기고 다른 사업장의 파업 대오가 빠지면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철도 파업의 성공적인 출구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김영훈 : 보수와 진보 막론하고 많은 언론이 철도 파업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는 진단이 ‘출구 없는 파업’이었다. 일개 공기업 사장 차원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정책 추진이었기에 철도 파업의 출구가 없는 거 아니냐는 우려들을 했다. (정부와 노조) 어느 한 쪽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데, 대통령의 신념은 2개 아닌가. 하나는 북핵 대응이고, 하나는 노동개악 추진이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하고 대통령이 꺼낸 이야기도 북핵 대처와 중단 없는 노동개악이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라는 거다.

    그런데 이제와 보니, 이 2개의 국정철학이 과연 대통령의 생각이었는지 의문이다. 최소한 노동개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성과연봉제는 (미르. 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에 대한) 전경련에 보은하는 청부입법이다. 총선 이후 법제도 개악이 어려워지면서 대통령이 성과연봉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했을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행정 지침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자기 손안에 있는 낙하산으로 구성된 공공기관 비틀어서 최소한 800억 중 300억이라도 보은을 하고, 공공부문이 안착이 되면 민간으로 확산하겠다, 이 프로젝트가 작동된 결과라고 본다.

    저희 시국선언문에도 나오지만 대통령이 성과연봉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뭔가. 저희들이 하는 합리적 의심은 바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의 관심 사안이었고 그 관심사안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댄 전경련의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을 공공부문부터 선도하는 것, 그에 대한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그래서 출구 없는 파업이라는 진단은 객관적이지만, 이런 상황(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문제 등)이 생길 줄 누가 줄 알았나? 그래서 이제는 출구가 어느 정도 열렸다고 본다.

    정종권 : 박근혜 정권과 최일선에서 맞서 싸우는 건 철도노조지만, 오히려 정권을 파괴하고 무너뜨리고 있는 건 최순실 같은데, 이 상황 어떻게 보나

    김영훈 : 노조의 오랜 궁금증은 정권이 왜 저렇게 성과연봉제에 집착하냐는 거였다.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 그 의문이 다 풀렸다. 이 상황에서 철도공사가 지금이라도 이성적으로만 나오면 파업 사태는 해결될 수 있다. 교섭의 자리에 나와 대화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오면 해결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서울시도 다 그렇게 했다. 헌법과 법을 지키라고 하는데 그걸 지킬 의사가 없다면 공공기관장으로서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는 거죠. 그래서 출구는 우리 가까이 와있다고 온다. 성과연봉제 내년 1월 1일에 시행 안한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나라는 다른 것 때문에 망하게 생겼는데…

    최순실 게이트, 조직 노동운동의 마지막 기회

    정종권 :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권이 사실상 식물정부가 됐다. 앞서 위원장의 말처럼 박근혜 정부가 확신범처럼 추진했던 것이 노동개악인데, 노동개악 저지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든 조직 노동자의 1차적 목표였다. 지금 이 시점, 노동개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정권이 수세에 몰리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철도노조 등의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한국노총의 양대노총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김영훈 : 양대 노총과 관련한 얘기는 제가 답할 문제는 아닌 거 같다. 철도노조 파업은 정권 퇴진 파업은 아니다. 하지만 그 투쟁 과정에서 온 국민이 진실을 알게 됐다. 철도 투쟁 등 노동자 투쟁에 시민들이 화답해주고 연대해줬다면 이제 전체 노동계가 현재의 국정농단에 분노하고 시민들, 노동자에 연대했던 시민들에게 화답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지금이 조직 노동운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양대노총의 조직 노동자들이 지금의 정세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명확해졌다. 그게 무엇인지 딱 부러지게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각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주저함 없이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것이 양대노총의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그 중에서 가장 쉬운 게 시국선언 발표다. 학생, 시민사회, 지식인들도 시국선언에 나서는데 전국의 조직된 노동자들도 그 대열에 나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의 대규모 대중집회 자리에서 민주노총이 어떤 메시지와 입장을 천명할 것인가에 있다고 보고, 민주노총 지도부들도 고민하고 있을 거라도 생각한다.

    “철도노조,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로 보답할 것”

    정종권 : 철도노조 파업에 연대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김영훈 : ‘불편해도 괜찮다, 힘내라 철도파업’은 단순 구호가 아니고 저희들이 볼 땐 시민사회의 심오한 철학과 혜안이 담긴 구호라고 생각한다. 파업은 불편하다는 전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불편할 수도 있다. 또 나아가 ‘파업은 불편해야 한다. 하지만 민영화나 공공부문의 성과만능주의는 위험할 수 있다. 그 위험을 같이 막자’ 그것은 공공부문의 실소유자로서 시민사회가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본다. 공공부문이 정권의 하수인, 낙하산들이 좌지우지하는 낙하산의 놀이터가 아니라 납세자로서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로서 시민의 참된 주인의식을 이야기해주신 거라는 생각이다.

    일종의 노동과 시민의 복지동맹이라고 할까, 서구의 공공부문 형성의 역사를 보더라도 우리 노동과 시민의 동맹은 대단히 무겁고 의미 있는 것이다. 그 구호가 지금 한 달 째 파업 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파업을 끝내고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로 보답할 것이다. 끝까지 지켜봐 달라, 그리고 우리가 파업을 마치더라도 우리가 할 일은 남아있으니 끝까지 함께 해달라.

    대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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