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이 그들을 ‘왕’으로 만들었는가?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모든 왕들》(김진/생각비행)
        2016년 10월 29일 03: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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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모든 왕들》은 8명 왕들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에 소개된 ‘왕’은 전통적인 개념의 왕이 아니라 각 분야 최고의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욕망과 능력으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가 주목하는 점도 8명 왕들의 드라마틱한 삶이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이다. 이 책에 나오는 왕들은 마약밀매꾼, 작가, 해적, 첩보원, 학자, 금융인, 정치인, 기업인 등이다. 이들은 직업도, 살았던 시대도, 나라도 다르다. 저자는 마약왕을 탄생시킨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극왕을 만든 일본 제국주의를, 건국왕을 낳은 배타적 민족주의를, 투자왕을 옹립한 금융 자본주의의 허상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세상의 모든 왕들

    개인의 욕망과 능력 뒤에 숨어 있는 시대의 실체

    이 책에 등장하는 8명 왕들은 모두 왕위에 오를 만한 충분한 능력을 지녔다. 그들의 능력이 부정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사용되었지만, 확실한 것은 모두 부정과 긍정적인 면이 공존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의 능력 뒤에는 시대가 욕망의 똬리를 틀고 있었다.

    잔악무도한 마약밀매꾼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라는 괴물을 만든 것은 미국의 남미패권주의와 콜롬비아의 오랜 내전 그리고 불안으로 점철된 폭력의 시대였다. 비극왕 마시마 유키오는 일본 제국주의를 거치면서 패망한 나라의 촉망받는 최고 작가에서 극우 또라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잔악한 해적인 처세왕 정일수는 서구 열강의 침략이 한창이던 18세기 청나라의 비운의 창녀에서 7만 명의 해적을 호령하는 해적 두목이 되었다. 첩보왕 리하르트 조르게는 역사상 최고의 첩보원이었지만 조국이라고 믿었던 소련의 배반으로 첩보의 끝은 곧 배신임을 입증한 인물이다.

    투자왕 제롬 케르비엘은 최악의 금융 스캔들로 역사상 최고의 마이너스 투자자가 되었으며, 건국왕 골다 메이어는 유대인에겐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팔레스타인인에겐 삶의 터전을 빼앗아 비극을 안겨준 원조 ‘철의 여인’이었다.

    알브레히트 형제는 극강의 할인 제국 알디를 건설하여 유통업계를 석권했지만 은둔과 검소함의 끝판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이들은 각자의 욕망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왕’에 등극했다. 그러나 그들의 욕망과 능력, 최후 뒤에는 언제나 시대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8명 왕들 외에 세상에는 많은 왕들이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죽었지만 새로운 마약왕인 호아킨 구스만이 탄생한 것처럼 새로운 투자왕이나 새로운 비극왕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탈세왕이나 기부왕, 절도왕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시대나 나라를 달리하며 곳곳에서 군림하는 이들이 등장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잘 몰랐던 인물들을 통해 그들이 살다간 시대를 소개하고 있다. 8명 왕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왕들을 탄생시킨 시대의 실체를 대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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