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하야 촉구 시국연설회
    “박근혜는 이제 우리의 대통령 아니다”
    시민 “박근혜 찍었다. 그런데 지금 너무 쪽팔린다”
        2016년 10월 28일 0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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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이 원내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28일 오전 여의도역 4번 출구 앞에 모인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들이 ‘박근혜 대통령 시국대회’에 나섰다. ‘신라엔 미실, 한국엔 순실’과 같은 현 사태를 꼬집는 당직자들의 피케팅도 진행됐다. 전날 저녁부터 본격 장외투쟁에 나선 당 지도부들은 “권위를 상실한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하야 촉구에 목소리를 높였다.

    첨예하게 이해가 상충하는 국회와, 국회 담장 밖 거리의 온도차는 상당했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은 원내 6석 밖에 되지 않는 정의당의 연설에 주목했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연설을 보던 시민들 사이에선 간간이 박수도 나왔다. 한 버스 운전기사는 “대통령 하야를 위해 서명운동을 하는 거라면 당장 하겠다. 서명지를 내놓으라”며 차를 멈춰 세웠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지금, 국민들은 모두 하던 일을 손에 놓고, 가던 길을 멈춘 채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에 분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의 탄핵·하야 운동을 함께 할 수 없다”고 밝혔고, 국민의당은 답하지 않고 있다. 두 당 모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대한 정치적 이해와 각자의 전략이 존재하겠지만, 시민들은 대통령의 이후 행보에 기대가 없는 분위기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라고 국민들은 말하고 있다”며 두 야당이 국민 속으로 들어와 그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배신의 대통령’…진실을 밝히고 하야하라
    노회찬 “박근혜는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이날 오전 여의도역 사거리 한 가운데에 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낮의 대통령’으로, 최순실 씨를 ‘밤의 대통령’이라고 지칭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우리는 그 동안 통째로 속아 살아왔다”며 “국민에게 선출된 낮의 대통령과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로 밤의 대통령이 된 최순실이 국가의 그 엄청난 일들을 서로 의논하고 주고받으며 이 나라 끌고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있는 대통령은 국민 앞에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있고, 독일에 있는 또 한 명의 대통령은 도망자 신세”라며 “나라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 자격을 존중하며 믿고 따라온 국민들을 배신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똑같은 것인 줄 알고, 자신의 권력을 복권에 당첨된 돈인 양 맘대로 썼다. 박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 판명된 것”이라며 “권위와 신뢰를 내팽개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더 이상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새로운 비서실장 임명하든 총리를 임명하든 대통령 뜻으로 임명한다면 존중할 국민은 없다”며 “이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으면 국정 공백이 생긴다. 이미 진행된 이 공백 상태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듭 “신뢰와 권위를 가질 수 없게 된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자신의 진퇴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대통령이 해야 할 마지막 일은 진심으로 사죄하고 물러나는 일”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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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하고 있는 심상정 상임대표(사진=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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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탁 부대표는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이 하야를 촉구하기 위해 거리 집회에 나섰다고 전했다. 김 부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조 위원장은 말로 할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며 “그런데 역대 정권 중 가장 참혹한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보면서 어제 광장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나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연 이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새누리, 몸 사리는 민주·국민의당
    심상정 “국민과 함께 할 때만 대통령 통치불능 사태 해법 나온다”

    정의당은 지속적으로 두 야당에 하야·탄핵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해왔다. 그러나 두 야당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하야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언뜻 이성적인 판단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의 요구와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이날자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박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사과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14%까지 폭락했다. 전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대통령 ‘탄핵·하야’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10명 중 4명 이상이 바라고 있다. 여론조사가 실제 민심보단 보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노하는 여론을 정치권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심상정 상임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에게 국민의 뜻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 상임대표는 “야당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새색시처럼 조신하게 행동하면 정권교체가 되느냐. 국민이 느끼는 모멸감과 분노에 눈감으면 집권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의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하야는 국민의 정당한 요구이며,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대안보다 합리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국민과 함께 할 때만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권 불능 사태를 책임있게 해결하는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상임대표는 대통령이 임명권자인 상설특검을 요구하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지금 대통령의 측근인지, 윗분인지 분간이 안 되는 핵심 수사대상이 셀프 수사를 하겠다는 건가”라며 “국민 절반이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고 있는데 새누리당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심 상임대표는 “주제파악도 못하는 새누리당은 헌정유린의 공범”이라며 “얼마 전까지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며 최순실 일당을 온몸으로 지켜내던 세력이 바로, 새누리당이다. 이런 새누리당이 협상을 말할 자격이 없다. 국민과 야당의 요구를 조건 없이 수용하고 국민 앞에서 석고대조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27일 정의당 시국연설회 모습(사진=조햇님님 페이스북)

    “저 박근혜 찍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너무 쪽팔린다”
    “세월호에 무너진 가슴…요즘 뉴스 보면 상실감 너무 크다”

    앞서 전날인 27일 오후 심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단순한 정책 실패였다면, 국정운영 기조의 차이였다면, 보수와 진보가 대립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 의해 민주화 이후 최악의 헌정유린 사태가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유지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하야 촉구 행동 돌입을 선언했다.

    당 지도부는 기자회견 직후 서울 종로 보신각 광장에서 연설회를 시작했다. 100여 명의 시민들이 정의당의 연설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규탄 발언에 나서겠다고 손을 들었다.

    한 남성 시민은 “이제 정치에 관심도 없다. 그저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운을 뗐다.

    이 시민은 “박근혜 제가 찍었다. 대통령이 여자 분이라고 해서 찍었다. 그런데 지금 정말 쪽팔린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바보인가. 연세 많은 분들은 다음 대통령도 새누리당 후보 찍겠지만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다. 나를 운영하는 사람이 이 정도로 쪽팔린 일을 했다면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일 비롯해 새누리당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여성 시민은 “요즘 뉴스 보면 상실감이 너무 크다”며 “솔직히 말하면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세월호 때문에 망연자실하게 무너진 가슴, 국민들 모두 상실감에 힘들어하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자신을 24살의 대학교 휴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청년도 “하고 싶은 거 많은 꿈 많은 청년인데 이 시간에 보신각 한복판에 나와 피켓(대통령 하야 촉구) 들고 있어야 하나. 정말 화가 난다”며 “국민을 절망으로 내몬다면 그게 지도인가. 그런 대통령 원하지 않는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시민과 함께 하는 하야 촉구 운동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11월 12일까지 하야 촉구를 위한 시국대회를 매일 진행할 방침이다.

    정의당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자 처벌, 탄핵에 준하는 조치 등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통령 퇴진 운동’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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