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최순실 도움 받았다, 그래서 죄송하다?
    무엇을 사과하는지도 모호한 대통령의 사과 회견문
        2016년 10월 25일 05: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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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최순실 씨에게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 유출하는 등 이른바 ‘최순실 연설문 수정 사건’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 개편 등 민간 사안이 담긴 국무회의 자료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에 대해선 일절 거론하지 않은데다, 해명 또한 일부 거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향후 더 큰 파문이 예상된다.

    최와 박

    오른쪽은 25일 대국민 사과하는 박 대통령.왼쪽은 최순실 씨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연설문을 사전 유출하고 최순실 씨가 이를 수정했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이어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며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최순실 씨의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서나 있을 일”이라며 강력 부인하며,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에 대해선 “아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지만, 절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은 JTBC보도 내용과 시점 등에 있어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는다. 대국민 사과문을 빙자해 유례없는 권력형 게이트 축소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JTBC가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씨에 의해 수정된 연설문은 모두 44개인데 ‘통일 대박’을 외친 드레스덴 연설문이 대표적이다. 이 연설문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통일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힌 것으로 2014년 3월 발표됐다.

    박 대통령은 그보다 앞선 2013년 2월에 취임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1년이 넘게 청와대 보좌체제가 완비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문건이 연설문, 홍보문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JTBC 보도에 의하면 최 씨는 2013년 8월 5일 발표한 청와대 비서진 개편 내용을 담은 국무회의자료까지 미리 받아본 상황이었다. 청와대 인사개편에까지 손을 뻗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도 함구했다. 재벌 대기업에 800억 원의 강제 모금을 통해 순식간에 설립된 이 재단에 대한 의혹은 최순실 씨를 비선실세로 조명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사과가 최순실 게이트 축소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향후 더 큰 파문이 예상된다.

    아래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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