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찬-반 뚜렷한 여야 주요 정치인들
    야권 문재인·박원순 등 "반대", 김종인 김부겸 "환영"
        2016년 10월 24일 08: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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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완수’ 발언으로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여야 차기 대선주자 등 정치권 내에선 개헌 논의에 대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그간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던 박 대통령이 돌연 개헌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서는 최순실 게이트 등 현 정권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 카드가 아니냐는 비판이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다.

    야권이 전반적으로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비리 물타기 정략용이라면서 비판적 입장이 다수를 이룬 가운데 김종인 김부겸 박지원 의원 등이 어느 정도 긍정적 입장을 드러냈고 여권에서는 환영 입장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유승민 이재오 의원 등이 현 시점의 대통령 제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의원과 노회찬 의원은 개헌 이전에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게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리게이트 국면 전환용”
    “박 대통령에 의한, 박 대통령을 위한 개헌 절대 안 된다”

    야권 내에서도 개헌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문제는 시기와 정치적 배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무성한 이 시점, 정권 말기에 이뤄진 개헌은 논의 자체가 권력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먼저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에 명확한 반대론자는 야권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추미애 민주당 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지사 등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이재오 새누리당 전 의원도 박 대통령 주도의 개헌 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야권 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박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완수’ 주장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그간 개헌 자체에 반대하진 않았지만 정권 초기에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왔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의한 박 대통령을 위한 개헌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정권 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건가”라고 했다. 이어 “권력형 비리게이트와 민생파탄을 덮기 위한 꼼수로 개헌을 악용해선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정략적 방탄 개헌”이라면서 “비리게이트 위기국면 전환을 위해 개헌을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 무책임의 끝을 보여주는 정략적 정치”라고 질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정권 말기 박 대통령의 개헌 주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이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고 비판한 발언을 보도한 기사를 캡처해 게재했다.

    박 시장은 이후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략과 재집권에 눈이 먼 낡은 정치인들의 손에 개헌을 맡길 순 없다”면서 “99% 국민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오로지 1% 최순실과 정유라만 생각하는 개헌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특히 “진짜 국민권력시대를 위한 개헌을 원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페이스북에 “국민들은 불평등과 불공정, 전쟁 위협 등으로 신고의 나날인데 권력구조 논의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개헌을 하겠단다. 임기 말 레임덕과 최순실, 우병우 등 측근비리 권력부패를 덮기 위한 정략 꼼수로 보인다”면서 “개헌 적기가 아니라 비리은폐무마 적기라고 본 듯”이라고 적었다.

    이러한 대통령 주도 개헌에 대한 비판에 대해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많은 의사를 표현하고 의지를 밝힘으로 개헌의 진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향후 일정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주도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 자신이 개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에 노회찬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적 합의로 이뤄져야 할 개헌을 25% 지지율의 대통령이 주도해선 안 된다”며 “퇴임 후 안전보장과 영향력 행사를 위해 친박 정권을 직접 만들어내겠다는 의도인가”라고 반문했다.

    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돌연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민생파탄과 대형 측근비리사태, 최악의 지지율 이 모든 것을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쓸어 넣겠다는 뜻”이라며 “박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친박 세력의 재집권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안철수 노회찬 “개헌 전에 난이도 낮은 선거제도 개편부터”

    안철수 전 대표도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하시겠다는 건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 의혹 이런 일을 덮으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든다”고 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개헌 이전에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해야 한다”며 “개헌의 핵심 요지는 분권으로 한 사람, 한 세력에게 너무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많은 문제가 있어 이를 개선하고자 개헌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양당 체제에 극도로 유리한 선거체제를 그대로 두고 개헌하겠다는 것은 민심에 정면으로 반해 양당 다선의원들이 다 해먹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먼저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편해 다당제와 분권, 협치가 가능한 형태를 만든 뒤 개헌으로 넘어가는 게 순서”라며 “개헌보다 쉬운 선거제도 합의를 못 하면 난이도가 높은 개헌은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른 시일 안에 국회 정치발전특위에서 안을 만들어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시점에 개정 선거법을 통과시키면 그다음에 개헌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선거제 개편은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중대선거구제가 더 좋은 방향이라 생각하지만, 비례대표제까지 열어두고 법률을 개정해 튼튼한 기초를 다지고 합의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 또한 박 대통령의 개헌 주장이 있기 전인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서 “핵심적인 것은 현행 국회의원 선거 제도를 그대로 둔 채 국회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것은 오히려 정치가 퇴행할 수도 있다”며 “정치권의 기득권, 승자 독식의 그간의 문제를 타파하는 첩경은 선거 제도 개편에 있다”고 개헌보단 선거제도 개편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주주의 단일 가치가 문제라 개헌하자?
    안희정 “그럼 독재주의라도 병기하자는 건가. 박 대통령, 개헌 논의 빠져야”

    개헌 논의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주도의 개헌이 돼선 안 된다는 우려는 여야를 불문하고 나온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 개정 논의를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하지 말라. 대통령은 의회 개헌 논의에 협조자의 위치에 서달라”고 적었다.

    안 지사는 “정당과 의회의 지도자들은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면서 “충분한 논의 시간을 확보하고 새헌법 시행 시점을 정하고 헌법 개정 추진 절차를 규정한 특별법을 만들자”며 개헌 논의 주도권을 국회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이날 시정연설 중 “87년 헌법 당시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가치가 주를 이루었으나,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목표가 혼재하는 복잡다기한 사회가 되었습니다”는 부분을 인용하며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민주공화국의 헌법은 민주주의 철학과 가치에 기초하는 것이다. ‘독재주의’라도 병기하자는 것인가”라며 “청와대와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 같은 인식에 할 말을 잃었다.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서 빠져달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질타했다.

    개헌론자인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재임에 무게를 두고, 다분히 우병우-최순실 등의 이슈를 덮기 위한 블랙홀을 만들려는 정략적인 것도 숨어 있지 않는가 싶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어떻게 됐든 우리는 개헌논의에 활발히 참여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여권의 유승민·이재오, 박 대통령 주도 개헌 반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는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하면 국민이 그 의도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며 “정치적 계산과 당리당략에 따른 권력 나눠먹기를 위한 개헌은 야합에 불과하며 국민의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대통령은 지난 4년 가까이 개헌은 블랙홀이라는 이유로 자유로운 개헌 논의조차 반대해왔고, 올해 초에도 대통령은 ‘지금 우리 상황이 블랙홀같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을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인가’라며 개헌을 반대했다”면서 “당초 대통령이 우려했듯이 대통령과 정부마저도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당면한 경제 위기, 안보 위기 극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등한시 한다면 이는 국민과 국가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를 통틀어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이재오 새누리당 전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 주도 개헌엔 분명히 반대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금 (개헌) 하면 ‘블랙홀’ 아니고 작년에 (개헌) 하는 건 ‘블랙홀’인가”라며 “(박 대통령) 자기 말에 앞뒤가 안 맞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또 “누가 봐도 급하니까, 정권이 무너지게 생겼으니까. 불을 끄려고 개헌 카드를 꺼내든 것처럼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바로 1주일 전에도 청와대가 ‘개헌 없다’고 했지 않았나. 정국 돌파용으로 위기 모면하려고 개헌 꺼낸 것밖에 안 된다”고도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개헌 얘기하면서 최순실·우병우 문제를 확실히 정리하고 나가면 진정성 있다고 보겠지만 그렇게 안 하면서 개헌만 하자고 하면 야당이 (개헌 논의를) 받아들이겠나”라며 “나야 박 대통령 반대할 때도 시종일관 개헌을 주장했기 때문에 야당에서 별 말이 없지만 이때까지 개헌 반대했던 박 대통령이 저런 식으로 (개헌) 주도권을 잡는다고 하면 야당이 찬성할 명분도 뺏은 격”이라고 말했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야권에선 김종인·김부겸
    여권에선 김무성·원희룡·정우택 등 임기 내 개헌 “환영”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난 지금까지 개헌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전반적인 장래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며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도 일반적인 인식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는 옳다고 생각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김종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단임제는 적절치 않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지금 정당정 치하는 입장에서 한 정당이 오랫동안 집권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내각제로 가겠다는 그런 의미가 섞여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4년 중임제를 할 거라면 개헌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 임기를 3년 더 연장해주는 것 뿐”이라며 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입장자료를 내고 “우선 국회 안에 개헌특위를 만들자”고 했다. 다만 “임기 말의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모양새를 취하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국회에서 진지한 토론을 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주최한 ‘지진-원전사고의 위험, 에너지정책 대전환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통령이 이렇게 나서는 건 유감이지만 이번 가을에 개헌특위를 만들어 토론하자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거듭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까지 개최해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국가적 결단을 내리셨다. 큰 결단에 환영과 존경을 표한다”며 “저는 그동안 개헌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길이라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현 대통령 임기 내에 개헌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국회와 행정부가 별도로 개헌을 논의해서는 임기 내 개헌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오히려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분권형 개헌을 대통령이 주도하고 나선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이제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요구한 개헌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분권형 대통령제’로 해석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완수’ 결단을 크게 환영한다”면서 “이 막중한 국가적 대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여야를 떠나, 청와대와 국회, 사법부와 학계, 시민사회 등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저 역시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단 한 방울도 아끼지 않고 보태겠다”고 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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