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알라룸푸르 북미 대화,
    정부 간 대화로 갈 가능성 있어
    정세현 "미국 차기정부 대북 대화와 협상 가능성 대비해야"
        2016년 10월 24일 03: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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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전직 고위 관료들과 북한 외교 당국자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접촉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며 북미 접촉의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정세현 통일부 전 장관은 “‘자기가 못하니까 이런 식으로 깎아내리는 거 아닌가’”라며 남북대화를 원천 차단한 채 제재만 고수하는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2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미국 측에서 나간 사람들도 단순히 학자나 대학 교수, 전문가들이 아니고 과거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전선에서 북한과 협상을 했던 사람들”이라며 “(북한 측의) 한성렬 씨도 지금 외무성 부상을 하고 있는데 과거에 오랫동안 UN 북한대표부의 차석대사로 있으면서 미국과 꾸준히 대화를 했던 사람이다. 북한 내 미국통이고 미국 창구다. 이런 사람들이 움직였다는 게 앞으로 우리가 소위 쿠알라룸푸르 회의 이후에 북미 동향을 주시해야만 하는 이유”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지난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북미 접촉에는 북한에선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현직 관리 5명이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만든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만든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 전직 관리와 민간 전문가들이 나왔다.

    ‘반관반민의 대화가 정부 간 대화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 전 장관은 “그렇게 본다. 과거에 그런 경우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미 접촉의 의미에 대해 “북한보다는 미국이 어떤 점에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며 “지금 미국 현 정부는 임기가 며칠 안 남았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 모색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다만 미국의 싱크탱크나 차기 정부를 구성할 사람들은 ‘오바마 때의 북핵 정책 가지고는 안 되겠다. 북핵 실험을 사전에 막으려면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그런 모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필요를 미국 측에서도 느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강경일변도인 대북 제재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현재 한반도는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엄중하고 냉엄한 안보환경에 직면해있다”면서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보다 강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서 북한이 비핵화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못 박았다. 외교부 또한 미국에선 정부 측 인사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미 대화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이에 정 전 장관은 “이미 대북 제재는 전적으로 사드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빠져나갔기 때문에 기운이 빠졌고, 5차 핵실험에 대한 UN 제재가 지금 핵실험으로부터 오늘이 45일째인데 전혀 진전을 못보고 있지 않나”라며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2+2회담의 합의도, 20일에 끝난 한미 국방장관끼리의 연례안보협의회의 합의도 사실은 공허해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박과 제재를 통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가 한미 간에 합의가 됐고, 또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해왔던 얘기기 때문에 갑자기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미북 접촉을 계기로 해서 미국 차기 정부와는 대화와 협상 방식으로 북한이 문제를 풀 가능성이 높다는데 대비를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플랜B를 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 정책과 함께 대화와 교섭을 병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야권에서도 대화를 원천 차단하는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칫 외교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미대화를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북미 대화를 환영한다”면서 “우리 대한민국도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한다는 말씀을 오랫동안 드렸다. 북미 대화가 남한을 소외시킬까봐 걱정할 필요 없다. 그것이 두려우면 우리도 대화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당국자 간 대화가 부담스럽다면 필리핀에서 있었던 북미 대화처럼 채널을 다양화해서 접촉하면 될 것”이라며 “대화는 어느 상황에서도 진행되어야 한다”며 거듭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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