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격의료의 경제학 :
    '고비용 의료' 부추기는 정책
    [민중건강과 사회] 세금과 건보재정으로 시범사업
        2016년 10월 19일 10: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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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6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이하 만성질환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이번 시범사업은 기존 만성질환 관리사업과는 매우 다르다. 원격의료를 도입한 것이다.

    환자가 가정용 혈당계, 혈압계를 이용해 혈압, 혈당 등을 측정하고, 그 정보를 주 1회 이상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의료진에게 전송한다. 의료진은 이 전송된 건강정보를 평가하여 SMS 문자 또는 전화를 이용해 월 2회 이상 환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피드백의 내용은 생활습관 교정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직 현행법상 약 처방은 불가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약 처방도 하지 않고, 화상진료도 아니기 때문에 원격의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건강정보를 스마트폰, 컴퓨터를 통해 원격으로 전달하고 이 정보를 통해 의료인의 건강관리를 받는 것은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상 원격의료가 맞다. 또한 화상진료와 원격 처방전이 가능해지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의사협회의 시범사업 참여, 원격의료 돕는 꼴

    이번 만성질환 시범사업과 비슷한 내용의 시범사업들이 과거에도 여러 개 있었다. 의사들은 참여를 거부했고 시범사업 자체에도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에는 의협이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의원이 1,870여 개나 된다. 2014년에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할 때 참여했던 의료기관은 총 152개에 불과했다.

    2011년 추진되었던 선택의원제에서는 환자 1명당 1년에 최대 1만 원을 지급했다. 의원에 인센티브를 총 100억 원 지급한다고는 했지만 평가 후에 차별적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선택의원제는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후 이름만 바꾼 만성질환관리제가 2012년부터 시행되었다. 여기서는 인센티브가 350억 원으로 증액되었지만 마찬가지로 환자 건강증진 효과 등 질 평가 후에 지급된다는 조건이 있었다. 2014년에 시행된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에서는 환자 1인당 최대 인정 수가는 연 87,000원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환자 1인당 최대 월 34,810원의 수가를 지급한다. 이는 연간 417,720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2014년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의 약 5배이며, 질 평가라는 전제 없이 받는 수가이다. 표1을 살펴보면 예전과 다르게 의사들 다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한 이유가 기존 시범사업에 비해 훨씬 큰 액수의 수가를 평가 없이 지급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사들은 적극적으로 원격의료 행위를 해야만 한다. 원격의료 관련 행위에 대해서 대부분의 수가를 책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시범사업 결과에서 원격의료가 효과적이라는 근거를 만들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사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들이 반대했던 원격의료 도입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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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만 원짜리 무용지물?

    실제 도입될 원격의료용 기기는 어떤 것이고 가격은 얼마나 될까? 최근 보건복지부가 시작한 ‘모바일 헬스케어 시범사업(이하 헬스케어 시범사업)’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헬스케어 시범사업은 병이 없는 사람 중 만성질환 고위험군에 대해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을 실시하는 건강관리서비스를 보건소 기반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 역시 원격의료기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자 전원에게 원격의료기기를 지급하고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헬스케어 시범사업에서 대상자에게 지급하는 원격의료기기는 블루투스 지원 활동량/체성분계와 블루투스 지원 혈압계, 혈당계 등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공고한 입찰서에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활동량/체성분계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안경, 시계, 의복 등과 같이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된 컴퓨터, 의료기기)인데 하나에 27만원이다(입찰공고번호 201607-28652-00). 블루투스 지원 혈압계와 혈당계는 하나에 평균 9만원 꼴이다(입찰공고번호 201607-28860-00). 만약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환자라면 4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더욱이 혈당계는 매번 검사할 때마다 소모하는 혈당시험지를 추가로 구입해야만 한다.

    정부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은 고가의 원격의료 기기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처럼 홍보하면서 세금과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원격의료 기기들의 효과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까지 웨어러블 디바이스 착용은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 근거가 된 대부분의 연구는 6개월 미만의 단기 연구였다. 장기 연구에 있어서는 결과가 달랐다. 2016년 미국의학협회지에 비만인 젊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체중 감소 효과에 대해 2년간 연구한 논문이 실렸다. 결과는 똑같이 표준적 체중감소 프로그램을 받았을 때, 추가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는 것은 효과가 없었다(John M. Jakicic, et al., 2016),

    혈당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당뇨 환자는 대부분 2형 당뇨인데, 보통 경구약을 복용하다가 약으로 혈당조절이 안되면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현재 한국의 당뇨 환자 중 인슐린 주사를 맞는 비율은 11% 정도다. 그런데 인슐린을 맞지 않고 경구약을 복용하는 2형 당뇨병 환자에 있어서는, 자가측정 혈당계가 혈당조절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URIËLL L. MALANDA, et al., 2013).

    원격

    고비용 의료를 부추기는 원격의료

    결국 원격의료의 근거로 제시하는 건강관리의 긍정적 효과는 기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화상진료, 원격모니터링, 전화 상담 등 원격의료의 방식과 상관없이 원격의료의 효과는 거의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Richard Wootton, 2012). 환자가 스스로 결심해서 생활습관을 교정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수단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가 원격의료기기를 사용해서 만성질환을 관리하거나 예방하는 것은 돈 낭비에 불과하다.

    그런 고가 의료기기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돈은 전부 환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것이다. 100% 비급여로 처리하게 되면 원격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이 큰 돈을 지출해야 할 것이며, 일부분이라도 급여화하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될 것이다. 이는 보험료를 내는 건강보험 가입자 모두의 피해다.

    특히 만성질환자뿐만 아니라 만성질환 고위험군까지 대상자인 건강관리서비스가 본격화되면 그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흔히 만성질환 고위험군을 지칭하는 의학 용어가 대사증후군인데, 이미 한국 대사증후군 인구는 10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이 모두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하면 그 비용은 현재 가격대로라면 2조 7천억 원이나 된다. 의료기기 업체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겠지만, 그만한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 시민들에게는 재앙이다.

    건강을 볼모로 한 원격의료 지원 중단해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모두 정부 재정에서 나온다. 만성질환 시범사업에서 의료기관에 수가로 지급되는 돈은 모두 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한다. 그리고 만성질환 시범사업과 헬스케어 시범사업에서 구입하여 대상자에게 배포하는 의료기기 구입 비용은 모두 담뱃세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출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사용해야 할 재정으로 정부가 원격의료 업체의 실험을 도와주는 꼴이다. 그런데 원격의료는 그만큼 건강에 대한 효과성이 입증되지도 않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스스로 이번 시범사업이 넓은 의미의 원격의료라는 것을 인정한 바 있다. 한편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원격의료가 아니라고 한다. 정부 내에서도 말이 다르다. 비판을 받을 때는 원격의료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원격의료를 추진할 때는 시범사업을 근거로 제시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렇게 시민을 현혹하지 말고, 이번 만성질환 시범사업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철회해야 한다.

    또한 시범사업의 실태를 낱낱이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정부는 원격의료 허용 추진을 멈춰야 한다. 국민의 건강이 정말 중요하다면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공공성 개선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재원을 마련하는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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