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사회 붕괴시키는
    경쟁 만능의 성과연봉제 중단하라"
    공공파업 지지 - 노정 대화 촉구 1456인 시국선언
        2016년 10월 18일 0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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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아빠로 처음 길거리 투쟁을 시작했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이 혼자라는 마음에 두려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힘들 때 여러분이 있어 포기하지 않았다. 저도 여러분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다.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고, ‘사람’이다”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공공부문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강행을 중단하고 공공부문 노조와 대화에 나서라고 정부에 촉구하는 18일 시국선언 자리에서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오준영 학생의 아빠인 오홍진 씨가 한 말이다.

    공공노동자들과의 연대 의사를 표한 발언이지만, 한편으론 이윤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는 성과연봉제가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이 사회를 뒤흔들 수 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사회에 아들을 빼앗긴 아버지, 그리고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은 성과연봉제의 강행은 연대하며 살아온 사람들을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동물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법조·종교·청년학생·농민·학계 등 인사 1,456명은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각계 인사 1,456명 시국선언’을 통해 “국민 피해를 막고 공공성을 지키려는 공공부문 노동자 파업은 정당하다”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즉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시국선언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김세균 민교협 전 상임의장,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 회장, 세월호 희생자 가족 오홍진 씨,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인 도철 스님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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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국선언 모습(사진=유하라)

    학계·법조계 성과연봉제 강력 규탄
    “공공 노동자를 사적 이익 추구하는 자본의 노예로 만드는 제도”

    민교협 전 상임의장인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헌법에서 말하는 민주공화국이라면,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공공부문 노동자가 사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 봉사자로서 공익을 추구하는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성과연봉제와 성과퇴출제는 공공부문 노동자로 하여금 더 이상 국민 전체 이익을 보장하는 봉사자가 아닌, 자기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이고 경제적 동물로 전락시키고 결국 권력과 자본의 노예로 만드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성과주의 폐해는 국민연금공단의 사례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성과 경쟁 때문에 생계형 체납자를 독촉하고 압류를 강행하고 가입자를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 뿐 아니라 당사자인 국민연금 노동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기완 소장은 “성과연봉제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와 노동자끼리 헐뜯고 경쟁해 자본과 권력의 악독한 부정부패에 관심을 두지 말라는 것”이라며 “재계와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요는 노동자와 농민을 다 죽이고,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민변 사무총장인 강문대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만들지만 변경할 땐 노동자들의 동의 받으라고 하고 있다.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는 불법”이라며 또한 “성과퇴출제는 단순히 급여 액수를 조정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퇴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부당해고와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연봉제가 학계 연구와 해외 사례를 통해 효과가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럼에도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는 데에는 ‘노조 무력화’ 의도 말고는 이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안전사회 붕괴 우려
    “두 번 다시 세월호 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성과연봉제 도입의 가장 큰 문제점을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요금 폭등과 같은 경제적인 면을 넘어서는 문제다.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성과연봉제가 노동자 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오준영 학생의 아빠 오홍진 씨는 성과연봉제가 가져올 ‘안전사회의 붕괴’를 우려했다. 오홍진 씨는 “평범한 삶을 억울하게 빼앗기고 절망하시는 분들,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절망스러울 만큼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04명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인 세월호 부모님들은 두 번 다시 세월호 참사가 반복되지 않고 안전한 나라에서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오 씨는 “결국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노동개악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 이 투쟁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며 “반드시 성과퇴출제를 저지해 인간대접 받으며 살아갈 권리를 지키고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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