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과 사전조율? 송민순 회고록,
    이재정 등 당시 참석자들 "부정확"
    김연철 "기권 결정은 당시 남북관계 반영한 결정"
        2016년 10월 17일 0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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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해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한 뒤 기권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 대해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 회고록의 내용을 부인했다.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사흘 전인 2007년 11월 18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에 찬성했다는 것이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논란의 핵심 쟁점이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확인하고 21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 결정을 했다는 것이 송 전 장관의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정부 인사들 대부분이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부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사전의견을 물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은 얘기”라고 지적했고,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한 적도 없다”고 반발했다. 당시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이었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월 16일, 이미 ‘기권’ 결론…
    “송민순 회고록 부정확, 원래 회고록은 자기중심적”

    11월 18일 회의에 참석했던 이재정 통일부 전 장관은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북한 얘기를 들어볼 이유가 뭐가 있겠나. 이미 16일 대통령 관저에서 대통령과 송민순 장관, 저하고 아주 토론을 격하게 했다”며 “그때 토론 끝에 대통령께서 ‘이번 상황에서는 통일부 장관 의견을 따르는 것이 옳다. 이걸로 결론 냅시다’ (라고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이 북한에 사전 의견을 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는 18일 회의, 그 이틀 전인 16일에 이미 기권 결론이 났다는 뜻이다.

    이재정 전 장관은 16일 회의를 자신이 요청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 당시에 송 장관은 찬성하자고 주장했지만 저는 ‘지금은 정상회담도 하고 온 상황에서 여러 가지 남북관계를 더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은 저는 그때 입장이 반대였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이나 대부분이 ‘기권으로 가는 게 옳다’고 해서 저도 (반대 의견을) 접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8일 회의는 송 전 장관이 16일 회의 결과에 불복해 요청한 것이고 그 자리에서도 마찬가지 결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전 장관은 “남북 상황을 정말 참 잘 관리하기 위해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할 때라서 저도 기억이 정확하고, 물론 메모도 해 놨다. 나는 송 장관이 회고록에 어떤 걸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부정확한 게 많다”면서 “회고록이라는 건 원래 자기중심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과의 내통’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야당을 몰아붙이는 새누리당에 대해선 “정말 한심한 게 남북 정상회담하면 내통한 건가,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서 장관급 회담하면 내통하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회고록을 가지고 여당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정말 이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재정 전 장관은 기권 결정 후 북한에 통보 여부에 대해선 “통상적으로 남북관계가 이런 상황에 있으니까 일단 작년에 찬성했다 금년에 기권을 하니까 이건 미리 통보해 주는 것이 옳지 않느냐, 그렇게 된 걸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사전의견 묻자…김만복이 제안하고 문재인이 동의했다?
    김만복 “그 회의 참석한 적도 없어…송민순, 국가기밀누설로 고발해야”
    홍익표 “문재인, 안보회의 주도할 위치 아니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하는 것에 동의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재정 전 장관은 “문재인 실장은 ‘인권문제라는 건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이건 작년에도 우리가 찬성했었기 때문에 일관성으로 본다면 (북한인권 결의안에) 찬성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전체 의견이 기권으로 가니까 그걸 수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선 당시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인 홍익표 의원 또한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비서실장은 공교롭게도 그 당시 처음에 찬성 의견을 냈고, 그래서 이재정 장관님이 오셔서 좀 화를 내셨다. 굉장히 언짢은 투로 저한테 이야기를 하셔서 제가 정확하게 메모하고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비서실장이 그 당시 회의를 주도할 위치가 아니었다. 그 회의는 외교안보장관조정회의이기 때문에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은 안보실장이었다”면서 “비서실장은 참여멤버 중 하나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당시 회의에 참석해 북한에 사전 의견을 구하자고 제안한 사람으로 기술돼 있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CBS라디오와의 사전인터뷰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에 내가 참석한 사실이 없고, 만약 대통령 주재 회의가 있었다면 거기서 결론이 내려졌을 것”이라며 “그리고 나도 기권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제시를 했었고, 이견은 있었다”고 반박했다. 송 전 장관의 주장과는 달리,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CBS 라디오는 “김만복 원장은 문재인 흠집내기다 딱 잘라서 말했다”며 “대선을 앞두고 외교 전문가인 반기문 UN사무총장 대통령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느냐 이런 조심스러운 해석도 내놓았다”고 전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송민순 장관을 국가기밀 누설죄로 고발을 해야 한다. 그리고 또 113조에 외교기밀 누설도 있다”면서 “대통령 회담에 배석해서 거기서 한 메모는 국가기밀문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CBS 라디오는 김 전 국정원장이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거짓말에 약간 더 무게를 두는 입장이었다”고도 했다.

    김연철 “‘기권’ 결정, 당시 남북관계에 따라 자연스러운 일”
    송민순엔 “알 만한 사람 이런 식으로 자기감정 배설하다니” 비판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기억의 오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거짓’ 주장은 다른 곳에서도 나왔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송민순 전 장관은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폈다. 그러나 통일부를 비롯한 다른 부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또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외교안보 장관회의에서 큰 소리가 날 정도로 의견차이가 부각되었다”면서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한 것이 아니다. 이미 정부 내에서 송 전 장관을 제외한 장관들은 누구나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에 따라 불참 혹은 기권했는데, 당시는 2차 정상회담 직후 남북관계가 가장 활성화되었을 시기였다고 전했다. 기권 결정에 다른 내막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11월 14일부터 서울에서 남북총리급 회담이 열렸다. 16일에는 북한 총리가 청와대를 방문했다. 그야말로 10.4 선언에서 합의한 다양한 쟁점을 조율하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불능화 조치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논의하던 상황이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송민순 전 장관은 자신의 소신을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다른 장관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인권결의안에 대해 기권하자는 입장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그런다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비롯한 남북관계의 핵심현안을 포기하고, 북핵문제 진전에 결정적 애로를 감수하자는 주장을 누가 동의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미워도, 감정의 앙금이 남았어도 그렇게(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다고) 쓰면 안 된다. 오래 외교관 생활을 한 분이라면, 외교관계에서 해당국과 관련한 조치를 취할 때 일반적으로 사전통보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나”라며 “송 전 장관이 당시에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결정 과정에는 맥락이 있다. 뻔히 알 만한 사람이 이런 식으로 10년 전의 자기 감정을 배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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