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해 본 파업 어땠어?
    파업 경험한 2030 젊은 노동자들을 만나다
        2016년 10월 12일 1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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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공공 총파업에 참여한 2030 젊은 세대들의 경험과 느낌, 의견들을 듣고 싶었다. 이들이 바로 이후 우리나라 민주노조 운동의 주인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 행사가 아니라 조촐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의견을 들었던 기회가 있었고 고민과 의견들이 터져나왔다.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는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생애 처음으로 파업을 경험한 이들의 솔직한 생각, 참신한 의견들이 이후 민주노조 운동의 문화나 방식에서도 반영되면서 민주노조 운동도 더욱 진화해나가기를 기대한다. 공공운수노조 등에서도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만들 예정이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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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시시하다. 돈 말고 다른 가치가 있어서 파업에 참여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노조에서 쟁의기금을 걷을 때 3%니 4%니 하면서 싸우는 것을 보며 이상했다. 더 큰 가치가 있다면 돈도 더 낼 수 있다”

    “우린 선배 세대와 다르다. 열심히 하면 집을 살 수 있다 등등의 꿈은 포기한 지 오래다. 그러나 아파트는 못 사도 4만원 짜리 딸기뷔페는 갈 수 있다. 매번은 못가지만.. 친구들 중에는 주기적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있다. 금전적인 면에서는 다른 의미로 내려놓은 것들이 많다.”

    “솔직히 속내를 못 내놓겠다. 선배들과는 공유가 어렵고 젊은 친구들끼리 깊은 얘기를 한다. 임금피크제와 달리 성과연봉제는 젊은 세대들 문제다. 바로 우리 문제다. 선배들은 임금피크제 때문에 임금을 고려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남은 이후 직장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깊게 연동된 문제다. 젊은 세대들은 만약 성과연봉제가 정착되면 애써 구한 직장에서 선배들이 임금피크제에 적용되는 58세가 되기도 전에 짤릴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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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인사동 인근에서의 조촐한 술자리 대화 모습

    공공부문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어느 노조는 먼저 복귀했고, 어떤 노조는 늦게, 그리고 철도노조와 서울대병원노조는 여전히 파업 중이다. 처음으로 장기파업을 경험한 젊은 세대들은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공공운수노조는 첫 파업을 경험한 청년노동자들의 만남을 주선 중이다. 사업장을 넘어서 파업의 경험을 공유하고, 청년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후 활동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 서울지하철, 5678 도시철도, 서울대병원 등 각기 다른 사업장에서, 처음으로 파업이라는 경험을 한 젊은 조합원들끼리 8일 대학로 집회 전과 11일 저녁 7시 인사동 근처의 카페에서 두 번 만났다.

    “집회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재미없다. 민중의례 등 반드시 해야 할 것은 하되 다양했으면 좋겠다. 운동권끼리 고립된 것 같다. 말랑말랑한 표현을 너무 터부시하는 것 같다. 집회에 참가한 자체가 어느 정도 의지가 있는 것이다. 그냥 집회하는 사람들로 인식되지 않고, 축제 같은 것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 집회도 축제로 만들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서 하면 좋겠다. 문턱을 낮춰서 하는 그런 집회를 기획해봤으면 좋겠다.”

    “우리 보고 예산 주고 기획해봐라 하면 좋겠다. 분명히 조합원 중에 춤 잘 추는 사람, 노래 잘 하는 사람 있을 꺼니까. 노동자들의 파업이지만 노동자 축제 같은 것은 어떨까? 가만히 있는데도 재밌는 그런 거,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으로 해봤으면 좋겠다.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체육대회 같은 것도 한번 하구”

    “몸짓패도 항상 검은 옷에 빨간 머리띠만 하지 말고, 젊은 세대들에게 맞춰서 하면 반응도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붐바스틱 등 요즘 유행하는 것들도 하고, 길 가는 행인들과 같이 할 수 있게 응용하는 것은 어떨까? 왜 꼭 빨갱이처럼 보이려고 할까? 우리의 투쟁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과 함께 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번에 공공운수노조에서 나눠 준 흰색 티셔츠 입고 선전전하는 데 내부 반응이 좋았다. 지방조합원들은 우리는 왜 안주냐고 하더라. 종로에서 선전전하고 여의도로 이동하는데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다른 회사 사람이 길도 알려 주더라. 같은 옷을 입고 있는데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번 얘기의 물꼬가 터지자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이야기와 대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솔직히 먼저 복귀하면서 노조에선 승리했다고 하는데 부담감이 컸다. 미안하기도 했다. 함께 갔다 함께 돌아오자고 하더니 이게 뭔가 싶기도 했다. 화가 난다. 현장으로 복귀 후 다시 재파업을 말하고 있지만 아마도 나가기 어려울 듯 같다.”

    “나는 처음엔 파업이라고 해서 집에 있는 걸로 알았다. 방학 같은… 파업에 참여하면서 내내 즐거웠다. 같은 분위기라도 다른 생각들이 있어서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고 있는데 이후 꼭 연대파업이 아니어도 우리 중에 어느 한 곳이 파업할 경우도 같이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15개 사업장을 넘어서 다른 사업장의 젊은 조합원도 만나고 싶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은 끝에 “처음 해 본 파업 어땠어?”(가제) 비슷한 이름으로 행사를 한번 해 보기로 했다. 계단식이 아닌 원형테이블이 있는 좋은 공간에서, 부드러운 진행자와 파업에 처음 참가한 조합원을 중심으로 모두가 경험을 공유하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런 형태가 분임토론식이라고 말했다가 “분임토론이라는 표현도 쓰지 마라”라고 따끔한 소리를 들었다.

    “같은 직장의 50대와 30대보다는 다른 직장의 30대 모임이 더 좋을 수 있다. 2030으로 만들어서 경험을 나눠보자”라는 것으로 얘기는 맺었다. 10월 중에 이런 행사가 열릴 것이다. 그 내용과 형식이 어떨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이 자리에 참가한 젊은 조합원들이 중심이 되어 기획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필자소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 정책실장. 정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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