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나의 현장] 직장을 옮길 권리도 부정하는 고용노동부
        2012년 08월 08일 03: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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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번에 울산이주민센터의 김광식 대표의 기고 글에 이어 사무국장 조은정씨가 기고 글을 보내왔다. 이주노동자 사회에서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과 관련한 고용노동부 내부 지침에 관한 글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여전히 가혹하고 반인권적인 노동현장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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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4일 ‘외국인근로자, 브로커를 통한 직장 변경 유혹으로부터 차단’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이에 따라 8월 1일부터 기존에 구직 등록을 한 이주노동자에게 그동안 제공해왔던 구인업체 리스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구직 중인 이주노동자들의 명단을 구인업체들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3개월의 구직 기간 동안 이주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자신을 선택한(혹은 고용노동부가 알선한) 사업주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노동부는 그동안 구직 등록을 한 이주노동자에게 구인업체 명단을 제공해 이 명단이 유출되어 브로커 개입을 유발해왔다고 했지만 정작 브로커 개입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주노동자 상담을 하고 있는 센터들에서도 이로 인한 피해 사례는 거의 접해본 바가 없지요.

    오히려 이 내부 지침을 변경한 진정한 이유는 고용노동부가 슬그머니 그 뒤에 덧붙여 언급한 현상이었습니다.

    즉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이 너무 급증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고, 사업주가 사업장 변경을 해주지 않으면 사업장 변경을 위해서 이주노동자들이 무단결근 등으로 사업주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상이 진정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노동부의 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다른 공장으로 옮기고 싶으면 무단결근을 밥먹듯 해가며 소위 ‘시위’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곳입니다.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 모습(사진=울산이주민센터)

    지금 고용노동부의 내부 지침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분노가 전국적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욕하고, 괴롭혀도 이제 참아야만 하나요?”

    한 미얀마 노동자는 “같이 일하는 한국 사람이 너무 괴롭혀요. 같이 해야 할 일인데 항상 나에게만 많이 시켜요. 혼자서 너무 빨리 하다가 불량이 나오면 공장장님 앞에서 나를 이 새끼 저 새끼 하면서 욕설을 해요.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자체가 하루 종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고요, 몇 시간 동안 힘들게 일하고 나서 조금 편하게 할 때도 있어요. 그런 때면 한국 사람이 내자리에 와서 일하고 나를 힘든 자리에 보내서 일하라고 시켰어요.

    나도 인간답게 뭐라고 말하면서 싸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 새로운 노동법이 생겼다고 해요. 노동부에서 회사 리스트를 안 준데요. 그래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질 거예요. 어쩔 수 없어요. 한국 사람들이 괴롭혀도 참아야지요.”라며 민주주의 나라에 왔는데도 이러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본인의 경험을 토로했습니다.

    “나는 노예가 아닙니다. 인간으로 존중해주세요”

    한국에서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일하면서 사업장 변경 경험이 있던 한 필리핀 노동자는 “나는 이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로서 나는 이주노동자에게 좋거나 나쁘게 대하는 회사를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나는 노예가 아닙니다. 나는 노동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권리가 있습니다. 내 경우에 이전 회사는 휴식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고, 식사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 법이 시행된다면 내가 어떻게 좋은 회사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우리가 회사를 바꾸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우리에게 더 나은 일자리와 노동법에 따른 정당한 대우와 급여 인상을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인간으로 존중해줘야 합니다.”

    “공장에서 안전하고, 문제없게 해준다면 회사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양산지역의 한 미얀마 노동자는 “우리가 회사를 바꾸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위험한 일을 하거나, 폭행을 당하거나, 월급이 밀렸을 때 등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회사를 바꿀 수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요? 무조건 참아야 되나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좋은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월급을 더 올려준다거나, 공장에서도 안전하게 위험하지 않게 일하게 해주면 회사 바꾸고 싶은 노동자도 없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미등록이 더 많이 생길 거예요.”

    또 다른 이주노동자는 “이렇게 이주노동자를 생각하지 않고 사장님만 생각하는 반쪽짜리법이 있으면 우리 이주노동자들에게 어려운 일만 생길 거예요. 이번 고용센터에서 새로 적용되는 법에는 우리를 위해 좋은 것이 하나도 없어요. 우리를 너무 무시한 것이에요. 이런 일이 계속 있으면 미등록 사람들이 더욱 많이 있게 될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사업장 변경 이유와 횟수의 제한은 이주노동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현행 고용허가제의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사업장 변경이 순조롭지 않아서 그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하다가 미등록 신세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습니다. 만약 사업장 변경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선택권을 극도로 제약하는 이번 고용노동부의 조치가 계속된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더 많이 양산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내부 지침이 발표되면서 전국에서 이주민 인권 단체들과 이주노동자 공동체들의 항의 행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항의 성명서, 서명 운동, 기자회견, 집회 등이 이어지고 있지요.

    이러한 항의 행동의 성과로 8월 1일부터 시행되는 애초의 지침에 들어있던 만약 이주노동자가 고용노동부가 지정해 준 사업장에서 일하기를 거부하면 징계성으로 2주 동안 일자리 알선을 중단한다는 내용은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작업장 선택의 자유를 완전히 부정하고 사실상 이주노동자를 노예 노동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이번 노동부 내부 지침이 완전히 철회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들이 더 나은 작업환경을 찾아서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필자소개
    울산이주민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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