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레기들과 공공파업
    '내부자들'도 기레기언론 추악함 다 드러내지 못해
        2016년 10월 10일 09: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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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레기란?

    하도 말이 많아서 ‘기레기’란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인터넷을 뒤지니 “기자 + 쓰레기의 합성어인데 좋은 용어는 아니니 가급적 사용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라는 친절한 답변이 있었다. 참으로 모욕적인 말이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기자들의 지위가 하락했을까?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거늘 오늘날 쓰레기 취급마저 당하고 있는 일부 언론의 모습이 처량하기만 하다.

    이번 공공부문 파업의 특징은 불법파업 논란의 실종이다. “관계기관 장관들의 엄정대응 방침 → 불법파업 → 징계 남발 → 지도부 출석 요구 → 경찰 투입”의 매뉴얼대로 진행이 되어야 하는 데 그게 안 되고 있다. 물론 철도노조 지도부 5인에 대한 출석요구서와 100여명에 달하는 직위해제가 이뤄지긴 했지만 정부도 감히 불법 프레임을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귀족노조, 물류대란, 시민불편”이라는 낯익은(?) 프레임을 구축하면서 정부와 사측 입맛에 맞는 기사를 남발하고 있는 기레기가 있다. 특히 일등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그렇다. 돌아보면 노조혐오가 이 기레기들이 살아가는 방편이다.

    “문제의 핵심은 언제나 보도의 정확성과 객관성이다”

    이 말은 다름 아닌 조선일보가 97년 11월 10일 사설을 통해 한 말이다. 그러나 그건 말뿐이었다. 1999년 4월 19일부터 지하철노조를 중심으로 데이콤 등 17개 노조 20,700여명이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조선일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시민이 제물이냐” “시민들이 견뎌야 파업 끝난다”라고 온갖 선동을 일삼았다.

    2001년 6월 12일부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를 중심으로 지역난방공사 등 23개 사업장 20,766명이 전면파업에 돌입했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충의 기사만 보아도 “이 가뭄에 연대파업 비상” “왜 아픈 사람 볼모잡나” “노조 불법행위 해도 처벌조차 받지 않아” “파업에 멍드는 우리 경제”와 같은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어디에도 보도의 정확성과 객관성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기레기

    언론, 권력, 재벌의 담합과 비리를 다룬 영화 ‘내부자들'(위)과 3일 파업을 비난하는 조선일보 1면

    “공개토론 하자”는 말엔 무응답인 조선일보

    습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번 공공부문 파업에 대해 조선일보는 10월 3일 기사를 통해 공공부문 총파업을 철저히 왜곡하는 기사를 1면부터 도배했다.

    “고임금 투톱만 남는 추투(秋鬪)” “착취와 쟁취…1980년대식 투쟁에 매달리는 귀족노조” 등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6개 노조가 파업을 진행 중임을 뻔히 알면서도 철도노조만 남은 듯 왜곡한다. 그러면서 “김영훈 현 철도노조 위원장 등이 내년 1~2월 선거를 앞두고 사측과 극한 대립을 불사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시 노조 위원장을 하려는 욕심으로 일부러 투쟁을 한다는 것이다. 연봉을 부풀려 “공공부문 평균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거짓말도 버젓이 일삼았다. 거짓 선동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이 “조선일보 언론노동자 여러분들의 성과 평가 기준은 무엇이냐? 기자들의 평가 기준은 진실에 대한 보도인가, 아니면 자본과 권력에 대한 줄서기냐?”라며 “언제라도 좋으니 노동운동이 나갈 방향이 무엇인지, 언론과 지식인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주제로 한 공개토론을 정중히 제안한다”고 밝혔지만 묵묵부답이다. 이러고서도 1등 신문을 주장한다면 우리가 줄 것은 <기레기부문 1등상>뿐이다.

    사실 관계 확인, 쟁점 분석 없는 허위 보도는 여론 조작

    천만 명을 돌파한 <내부자들>이란 영화조차 기레기들이 날뛰는 현실을 모두 담지 못한다. 가진 자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주워 먹는 것으로 삶을 유지하는 이 기레기들은 자본과 정부가 원하는 대로 쓰레기에 불과한 글을 버젓이 기사화 한다. 진실을 떠나 사실 조차도 이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10일 오전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린다. ‘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자유언론실천재단,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새언론포럼,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저지 시민사회 공동행동’ 등 많은 단체가 참여한다.

    조선일보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태도를 보이며 우리를 조롱할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말은 내뱉는 순간 사라지지만 글은 오래도록 기록으로 남는 문자 언어다. 매문(賣文)의 기록은 후세까지 길이 남는다. 반대로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나 글은 지웠다 다시 쓸 수 있는 수정의 ‘기회’가 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기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는지를 한번만 더 보겠다.

    마지막 하나 더. 쓰레기는 인간에게 각종 도움을 주고 난 부산물이다. 그리고 재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그들에겐 쓰레기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조차 아깝다.

    조선일보 규탄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사진=곽노충)

    필자소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 정책실장. 정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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