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편해도 괜찮아요"
    파업노동자에게 보내는 편지 하나
        2016년 10월 08일 09: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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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저녁 고려대학교 정경관에서 청년학생들이 파업 중인 공공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토크쇼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성균관대 학생이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 편지 내용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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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크쇼

    멋있는 싸움을 이어가고 계신 공공부문 노동자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00이라고 합니다.

    2013년에 저는 처음 서울에 올라와 대학생이 되었고, 그해 겨울 철도노조의 파업에 함께 했습니다. 그 때 철도노동자께서 하였던 발언이 저를 이제까지 계속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해 주셨는데요.

    “내가 잘리는 건 당연하다.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민영화에 맞서 끝까지 싸우자”였습니다.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자신의 일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 본 적 없거든요. 그렇게 민영화를 막아내는 싸움에 각오와 결의를 가지고 싸운다면 나 같은 학생 하나라도 힘이 더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부가 지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을 ‘철밥통 파업’, ‘귀족 파업’이라고 공격하더군요. 청년실업의 책임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정규직 일자리에 있다면서요. 솔직히 저는 동지들이 더 철밥통이였으면 좋겠고, 더 귀족 대우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나라 너무 많은 일자리가 비정규직에, 불안정한 일자리여서 다들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그게 너무 많은 일자리가 불안정하기 때문이지 누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있어서는 아니니까요. 진짜 귀족같이 놀고먹는 놈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노동자들께 귀족이라 공격하니 가소롭지도 않습니다.

    곰곰이 고민해 보았습니다. 애초에 돈이 안 되니, 돈이 되면 안 되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라는 게 어떤 의미일까? 제가 생각하기에 방법은 ‘돈으로 바꿔 먹을 수 있는 걸로 하자’인 것 같아요. 연금기금으로 재벌들한테 돈 대주고, 환자들 돈 받아서 건물지어서 재벌들한테 점포 내주고 팔자, 철도노선 매각하자, 할머니 할아버지 보험료 독촉하자.

    시민들이 얼마나 값싸게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얼마나 만족하는지, 공공서비스가 얼마나 신뢰 받는지는 수치화하고 계량화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안전업무를 외주화하고, 요금을 올리고, 필요 없는 서비스 비싼 서비스만 만드는 거겠지요. 돈 되는 거 하지 말자는 노조는 성과 못내는 저성과자니 쫒아내겠다는 거 아니겠나요?

    저는 성과연봉제가 노조 말살 연봉제라고 생각해요. 노조 다 없애고 지들끼리 해먹겠다는 거, 가만히 두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공부문에서 총파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3일 전부터 설레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진짜여요!) 이 싸움이 질 수 없다는 걸 아니까요. 성과 중심의 회사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어떻게 사람 목숨을 잡아먹는지 너무 많은 사람이 아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하철에 대자보를 붙이고 자발적인 파업 지지를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조를 지키는 게 내가 살아갈 사회를 지킨다는 게 너무나 분명하니까요.

    더 오래 파업해 주세요. 진짜 철밥통이 돼서 좋은 공공서비스 만들어 주세요. 공공부문에서 10원이라도 더 벌자 소리 다신 못하게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투쟁!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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