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브로드 해고자, 일터로
    원직복직 등 노사합의...'연대'로 이룬 값진 승리
        2016년 10월 05일 04:3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하청업체가 교체되면서 해고를 당한 티브로드 전주기술센터와 한빛북부센터 노동자들이 243일 만에 일터로 돌아간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에 따르면 노사는 해고자 22명 전원 원직복직, 하청업체 교체 시 고용보장 등의 내용을 포함한 합의안을 마련하고, 5일 협력사협의회와 조인식을 가졌다. 지부는 전날 잠정합의안에 대한 총회와 찬반투표를 진행해 조합원 80%의 동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지부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지난 1일 국회 앞 농성장을 정리했다. 앞서 지난 2월 대규모 해고사태에 항의하며 농성을 시작, 한 달여 간 국회 앞 노숙농성을 벌이고 14일간 단식농성까지 돌입한 바 있다.

    총회 가결

    조합원 총회 가결 모습(사진=박호준님 페이스북)

    지부의 핵심요구안은 원직복직과 고용승계였다. 을지로위원회의 중재 등으로 이뤄진 교섭에서 사측은 원직복직은 수용하되, 고용승계는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추석 명절을 넘기면 투쟁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 하에 나온 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종적으론 ‘고용승계를 최대한 지원한다’고 합의했다.

    해고노동자들이 곡기를 끊어가며 장기간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힘은 지역사회와 티브로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연대’에서 나왔다.

    티브로드 대량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노동·시민사회계 인사 242명은 집단 단식에 나서기도 했고, 진짜사장재벌책임공동행동은 티브로드 이용자 가입해지 신청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해고노동자들의 복직과 고용보장을 촉구해왔다.

    시민사회, 종교, 정당 등과 같은 단체들의 적극적인 연대행동도 있었지만, 지역 내 풀뿌리 단체들과 일반 지역 시민들의 연대가 확산되면서 지부는 더 큰 투쟁의 동력을 얻었다. 물론 이 또한 240여 일이라는 긴 투쟁의 기간,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해온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오수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해고 조합원들이 남아서 버텨준 것이 이번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며 “생계 문제도 있었을 것이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할 거냐’ 이런 얘기도 많이 들었을 거다. 임신한 아내나 자녀들, 노모를 보기에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잘 버텨준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티브로드 내에 남아 있는 조합원들이 이 싸움을 내 일이라고 여기고 계속 지원했던 부분도 힘이 됐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합의안에 ‘원직복직’은 명확하게 적시했지만 ‘고용승계’에 관한 부분에선 ‘고용승계에 대해 최대한 지원한다’고 했다. 총회와 찬반투표 과정에서 우려가 제기된 부분 또한 고용승계에 관한 것이었다. ‘최대한 지원한다’는 문구를 회사 측에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 국장은 “완벽하게 승리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지부가 향후 투쟁을 전개하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최대한 지원’이라는 단어는 앞으로 달리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