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입제 폐지, 과적근절 등 요구
    화물노동자 10일부터 전면 총파업
    화물차 사고로 1년에 1,231명, 하루 3명 이상 사망
        2016년 10월 05일 01:1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기를 요구하며 오는 10일 0시를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한다. 화물연대는 현대판 노예계약으로 불리는 ‘지입제’ 폐지, 과적 근절을 위한 ‘도로법 개정’ 등에 대한 노정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5일 오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화물노동자의 권리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화물운송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길 기대했으나, 정부는 물류자본의 이윤 확보를 위해 그나마 있던 규제도 없애겠다고 한다”며 “정부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기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10월 10일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10일부터 시작되는 총파업엔 조합원 1만 5천 명 외에도 비조합원도 참가한다. 화물연대는 이 때문에 파업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원호 화물연대 본부장은 “총파업 참가 규모는 2003년, 2008년 파업에 버금갈 것으로 보인다. 비조합원들도 화물연대 파업을 촉구하고 있다”며 “공공운수노조의 철도파업이 끝나더라도 화물연대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 2

    앞서 지난 8월 30일 국토교통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수급조절제 무력화 ▲지입제 유지 ▲기업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 등을 담고 있다.

    지입제 유지와 수급조절 폐지는 사측의 이익만을 고려한 대표적인 개악안이다.

    수급조절제는 매해 ‘공급기준 심의위원회’를 통해 물동량과 차량 공급량을 비교해 화물자동차의 신규허가를 결정하는 제도다. 열악한 화물운송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화물차 공급 과잉으로 인한 과당 경쟁, 운송료 덤핑 등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2004년부터 실시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발전방안대로 수급조절제가 폐지될 경우 “화물차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운송료는 하락하고 화물노동자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수급조절제 폐지를 가장 원하는 쪽은 택배업계다.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택배차가 부족해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수급조절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는 무리한 총알배송 등과 같은 배송시스템이나 업계 간 경쟁으로 인한 낮은 단가와 수수료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은 일찍이 제기된 바 있다. 더욱이 수급조절제 폐지로 무한 증차가 허용될 경우 택배 단가가 더욱 하락해 오히려 노동조건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지입제다. 화물노동자는 자신이 구입한 차량을 운송업체 명의로 등록해 사업허가를 나타내는 번호판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운송업체는 화물노동자에게 일정한 사용료를 받는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단순히 번호판 대여만 해주는 지입 전문업체는 지입료 명분으로 화물노동자에게 수천만 원을 갈취하고 있다.

    심동진 화물연대 전략조직사업국장은 “운송업체가 1년이건 3년이건 번호판을 내놓으라고 하면 화물노동자들은 내놔야한다. 운송업체들은 지입제로 2년마다 1조를 가져간다”면서 “지입제로 엄청난 부당이득이 운송업체에 주어지는 노예계약이라고까지 불린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물류자본의 이익만을 충족시키는 해당 발전방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박원호 화물연대 본부장은 “화물운송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정부와 상당히 오랫동안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개악안이었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에 앞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기 ▲과적 근절을 위한 도로법 개정 ▲화주 책임 강화 ▲표준운임제 법제화 약속 이행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과 산재보험 전면 적용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화물3

    과적 근절 위한 도로법 개정은 노동자뿐 아니라 국민안전과도 직결

    특히 도로법 개정은 화물노동자 권리, 그 이상의 문제다. 현 도로법상 과적은 축중량 10톤, 총중량 40톤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경찰 장비 부족 등으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적 차량으로 인해 화물노동자뿐 아니라 국민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심동진 전략조직사업국장은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과적 차량이 도로에 나섰다가 2명이 죽는 참사가 일어났다”면서 “화물연대본부는 제일 첫 번째 요구로 과적 근절을 위한 도로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도로국에선 법 개정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법 개정과 함께 과적을 예방하기 위한 화주·운송업체의 책임 강화도 필수적이다. 불공정 계약관계에 있는 화물노동자는 운송업체 등이 과적을 강요하면 이 지시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차 과적이나 장시간 운전은 화물노동자만이 아니라 도로를 이용하는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과적 3진 아웃제 등으로 고의적·반복적인 과적운행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화주와 운송회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사전 과적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화물차 사고로 총 12,319명, 연평균 1,231명, 하루 평균 3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 돌입 예고에 과적 기준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산재보험 전면 적용도 화물노동자들의 핵심 요구 중 하나다. 화물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상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위험 직군임에도 산재 적용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화물연대는 “노동3권이 부정돼 상조회와 같은 단체도 만들 수 없게 하는 등 노예계약을 강요당해도 집단적으로 시정할 방법이 없다”며 또한 “높은 산재 경험률에도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사고가 나면 곧바로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화물연대의 총파업 돌입과 관련해 “정당성 없는 집단 운송거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했음에도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를 예고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