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미래를 위한 파업
4일 오후 대학로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2차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가족들이 나와서 파업을 지지하는 진솔하고 뭉클한 편지를 낭송했다. 그중 파업노동자의 부인이 낭독할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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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내가 이렇게 은근하게 부르면 참 무섭지?
그래도 오늘은 너무 쫄지 마!
오늘 난 당신에게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려고 해.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당신의 담배연기가 참 좋아.
왜냐하면 담배를 피울 때마다 당신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아이들 얘기며 내 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내뿜는 담배연기 속에서 당신의 고민과 한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니까.
며칠 전 여의도공원 집회에 가느라 공원 안을 들어서는데 그곳과는 어울리지 않게 담배연기가 그 길에 꽉 차 있었어.
마치 안개길 같은 뿌연 담배연기 속을 걸으며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 모인 많은 분들의 고민들이 공원 안을 꽉 채우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참 뿌듯하더라.
공원 한편에 앉아서 당신과 같은 옷과 띠를 두른 채 같은 마음으로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솔이 찬솔이를 키우면서 마음 한편이 늘 미안했거든.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훨씬 더 힘겹고 버거울 텐데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희망을 꿈꾸게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런데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이 조금이나마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 힘을 함께 해주고 희망의 고리를 만들어주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서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그 수고를 기억하며 또 그 힘으로 희망을 품고 살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세상 너무 고맙고 감사했지.
이번 파업을 준비하고 하루하루 채워가면서 숱하게 피운 담배연기만큼이나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지켜보았지
그리고 그 고민들이 얼마나 참된 것인지 알기에 당신과 또 이 파업에 온힘을 다하고 있는 분들을 응원하고 지지해.
더 힘내서 열심히 하고 그래서 당신이 우리 아이들을 바라봤을 때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이었으면 좋겠어.
다른 부부들처럼 자주 보지 못해서 한편으론 늘 새로운 당신,
사뭇 그 또한 고맙고 당신과 그리고 모든들, 기쁘고 힘찬 마음으로 이 파업을 이끌어가시실 바래.
그 희망찬 날을 위해 마음속에 노란 리본 가득 달고 기다릴게.
파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우리 진~~하게 술 한 잔 해.
여보!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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