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노동부 장관,
사회적 논의 기구도 ‘거부’
김영훈 “‘공공부문은 이윤’아닌 ‘공공성’으로 평가해야”
    2016년 10월 04일 01: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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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에 양대노총 금융·공공부문 노조가 연쇄 총파업으로 맞서면서 노정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와 노동계의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 제안에 “이미 실행 중인 성과연봉제에 대해 대화를 한다는 건 시행 시기를 늦춰버릴 수 있다”며 또 다시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노정교섭

파업 돌입 전 대화를 촉구했지만 비어 있는 정부측 자리

공공운수노조는 총파업 돌입 직전까지 수차례 교섭을 요구해왔으나 정부가 번번이 이를 거부, 노조에 대한 정부의 적대적인 태도가 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까지 오게 하는 등 노정 갈등을 촉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기권 장관은 4일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대화를 해서 정리할 부분과 집행해야 할 부분이 다르다고 본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정 사이 중재를 위해 국회 내에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었다. 민주당은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여론의 추이에 따라 당론을 정하겠다는 취지로 그간 미온적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런 민주당이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치하자는 노조 측의 제안을 수용한 점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이미 과반의 공기업도 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지 않았나. 이 부분은 실행하면서 입법 관련되는 부분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우선 시행부터 한 이후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선 도입 후 보완’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정부가 철도노조의 파업만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보수규정으로 돼 있는 건 우리가 취업규칙이라고 그러는데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는 노사가 합의하도록 돼 있고 불이익이 없을 때는 의견만 듣도록 돼 있다. 철도의 경우는 특별히 어떤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이 고쳐졌다”며 “만약에 주장이 다르다면 사법적 판단을 따라야 될 내용이지 파업을 할 성질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법에 정해진 것을 일탈한 불법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연공급 호봉제로 오래 근무하면 희망퇴직 등으로 일하는 분도 고용불안이 원인이 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직접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대신에 다단계 하도급을 주거나 비정규직을 채용하게 돼서 청년일자리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고 또 대기업 10%의 우리 임금근로자가 있는 대기업과 90%가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 간 격차가 매우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성과연봉 도입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노조와 집단교섭을 통해 합의에 이른 점을 거론하며 “서울시하고 노조하고 합의에 의해서 도입한다, 이렇게 돼 있는데 일부 언론에서 그 합의란 것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안 하기 위한 거다’라고 비판이 있다. 연말 안에 서울시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법적 의무를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 한전, 경평 최고점…올 여름 국민들의 삶은?
김영훈 위원장 “공기업의 돈벌이 경쟁은 복지 ‘축소’”

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이미 실패가 검증된 제도”라며, 공공기관의 부패와 국민피해가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패가 검증된 이 제도를 공기업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면서 충돌이 일고 있다”며 “지난 9월 30일 국내 은행들도 성과연봉제 첨병이라고 극찬했던 미국의 시가총액 1위 웰스파고은행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고객 명의를 도용해서 미 금융당국에 적발된 유령 계좌가 200만 개, 유럽 카드가 50만 개다. 결국 성과주의는 고객의 불완전 상품 판매로 이어지면서 이 은행 CEO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서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겠다고 공식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공기업 2급 이상 간부직들에 대해서 성과연봉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그 결과 낙하산 사장들에 대한 줄 세우기 경쟁으로 국민 피해만 늘고 있다”며 “예를 들어서 올해 한전을 제외한 대부분 에너지공기업들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그 원인이 바로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한 자원외교 때문이었다. 과연 어떤 간부가 이런 것은 해도 안 된다고 소신 있게 말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은 지난 6월 14일,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한 한전을 극찬했다. 한전은 올해 경영평가도 최고점을 받았다”며 “그런데 과연 올해 여름 국민들이 행복했는지 묻고 싶다. 공기업의 돈벌이 경쟁은 또 다른 증세이고 복지의 축소”라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의 본질, ‘이윤 창출’아닌 ‘공공성 확대’로 평가해야”

노조가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 체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별 노동자의 성과, 즉 ‘얼마나 많은 이윤을 남겼는가’에 대한 평가가 아닌 ‘공공성 확보에 얼마나 기여했나’가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위원장은 “저희들이 평가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는 공공성, 예컨대 ‘얼마나 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많이 했는가’ 등 공공기관의 설립목적에 맞는 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철도·지하철이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무임으로 수송하고 있지 않나.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몇 안 되는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다. 그로 인한 서울지하철 누적적자가 대부분 많다”며 “저희들이 주장하는 성과의 제대로 된 기준이라는 것은 (적자와 관련 없이) ‘얼마나 국민들 복지를 향상시켰는가’, ‘얼마나 안전하게 수송했는가’ 이런 것들이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윤 창출을 주요하게 보는) 지금 평가기준은 ‘외주화 비율이 얼마나 높은가’, ‘비정규직을 얼마나 더 많이 확보했는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면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러면 왜 이런 난리를 치겠나. 정부는 ‘호봉제가 문제고 기득권을 깨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더 좋게 해준다’라고 하고 있다. 결국 국민을 속이거나, 직원들을 속이거나 둘 중에 하나”라며 “성과연봉제가 만약에 저희들을 좋게 해준다면 사측이 당당하게 나와서 교섭을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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