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기 조건부 부검영장
    "주관적 자의적 조건 붙여…위법"
    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공동성명
        2016년 09월 30일 03: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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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지난 28일 발부한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조건부’ 부검영장이 위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 3개 법률원은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영장은 수사기관의 주관이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수 없도록 간단하고 명료해야 한다. 이런 식의 불분명한 영장은 유례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수사단계에서 법원의 영장 발부도 법률행위적 소송행위에 해당하므로 조건을 붙일 수 없다”면서 법원의 부검영장이 위법성을 지적했다.

    앞서 법원이 부검영장을 발부하며 내건 조건은 ▲부검 장소는 유족 의사를 확인해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원하면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할 것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할 것 ▲부검 절차 영상을 촬영할 것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 5개다.

    3개 법률원은 특정하지 않은 부검장소, 확정하지 않은 참관인 수, 유족 측에 제공해야 할 충분한 정보의 기준과 판단 주체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사전에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은 ‘어느 정도여야 충분하다는 것인지’, ‘충분하다는 것을 누가 판단하는지’, ‘충분하지 않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도무지 확정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법률원들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일반적으로 ‘기속행위나 기속적 재량행위에는 부관(조건)을 붙일 수 없고, 가사 부관(조건)을 붙였다 하더라도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며 “일반 행정행위도 이럴진대 이보다 더한 형식적 확실성과 절차적 안정성이 요구되는 형사소송 절차에서 장래 성취가 불확실한 조건과 결부시켜 조건부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위법·무효인 영장을 강제로 집행하거나 유족을 괴롭히는 일체의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위법한 영장에 근거하여 무리하게 경찰력을 동원하는 것도 또다른 위법행위”라며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공권력을 남용한 경찰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당초 부검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검찰의 1차 부검영장 청구를 기각했다가, 2차 영장 청구에 “추가 서류를 제출하라”고 보류했으나 끝낸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당시 법원이 발부한 조건부 영장에 대해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법원이 검찰의 압박과 유족의 항의 사이에서 절충안을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조국 “법원 조건 충족 못하는 영장 집행은 위법”

    조건부 영장 발부 자체에 위법성을 제기하기 보단,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영장집행이 될 경우 위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조 교수는 “조건부 영장의 핵심은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검경의 영장 집행은 불법이라는 것”이라며 “불법적 영장 집행을 통해서 어떤 증거가 확보돼도 위법 수집 증거이기 때문에 현행법과 판례에 따라 증거 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영장 자체는 합법적인 영장이지만 판사가 조건을 단 그 의도가 중요하다”며 “법원에서는 유족의 의무적 참여를 조건으로 들었다. 유족이 참여를 거부하게 되면 영장을 집행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조건을 강하게 강조하게 되면 (영장집행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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