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무법천지?
    공공 파업에 '초법적' 직위해제 남발
    "불법파업 규정, 헌법상 단체교섭 부정하는 주장"
        2016년 09월 28일 06:1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27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직후부터 철도·지하철 노조 간부 등 파업 참여자에 대한 한 무더기 직위해제가 이어지면서 노정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파업 2일차인 28일까지 849명, 철도노조는 100명이 직위해제를 당했다. 정부와 사측의 초강경 대응으로 인해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산지하철노조는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파업 참여자 직위해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교통공사가 파업 참여 전 조합원을 직위해제하는 등 사상 초유의 노조 탄압에 나선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한 “정부는 파업을 방해하고 탄압하는 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관리하는 공기업 사용자의 불법을 자제시키고, 노조와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는데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교통공사는 27일 부산지하철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직후 현 시점까지 주간 파업 참가자 840명과 노조 간부 9명 등 총 849명을 직위해제했다.

    최무덕 부산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공사가 파업 방해를 위해 파업 1일차 만에 파업 참가자 847명 직위해제했다. 이는 조합원 대비 27%”라며 또한 “공사는 밤낮 가리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여러 형태로 협박와 회유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사는 노조 간부 등에 대한 직위해제 사유로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또는 직원으로서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라는 회사 인사규정 제47조 제1항 제3호를 들었다.

    공사가 이러한 이유로 무더기로 직위해제를 내리는 것에 대해 이범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성과퇴출제가 시행된 후의 모습을 미리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산교통공사 등의 직위해제에 대해 “사상초유의 불법적인 노조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 간부에 대한 직위해제 사유는 바로 우리가 우려하고 이번 총파업에 단초를 제공했던 저성과자 해고였다. 회사 마음대로 얼마든지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퇴출할 수 있고 그 대상이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며 “부산교통공사가 보여준 이번 작태로 우리가 그동안 우려했던 성과퇴출제의 폐해를 직접 확인했고 증명됐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 스스로 쟁의조정신청 취하
    “공사의 불법파업 주장 근거 완전히 사라져”

    공사는 이날 오전에 열린 부산지방노동위원회 특별조정회의에서 노동쟁의조정신청을 스스로 취하했다. 이로써 공사가 그간 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던 근거도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공사는 “금일 조정신청 취하와 관계없이 ‘성과연봉제 저지’ 노동조합의 파업은 명백한 불법 파업으로 공사는 관련자 전원 형사고발 및 손해배상청구 등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노조가 쟁의조정 기간이라는 이유로 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앞서 노조는 지난 성과연봉제 등 임금체계에 관한 교섭을 10차례 진행한 후 파업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공사는 9월 21일 일방적으로 쟁의조정을 다시 신청했다. 조정 종료가 난 지 이틀만이었다. 노조는 공사가 다시 쟁의조정을 신청한 것이 파업을 막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미 조정이 끝나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 노동조합에 다시 ‘쟁의조정신청’을 제기해서 파업을 막겠다는 꼼수”라며 “노조는 불법파업 운운하여 정당한 조합활동을 방해, 개입한 것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공사가 조정신청의 위법성을 인정한 것으로 부산지하철 파업의 합법성이 재차 확인됐다”며 “파업의 합법성이 확인된 만큼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무더기 직위해제와 파업 복귀 문자 폭탄 등 파업 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지하철노조 쟁의대책위원회도 “부산교통공사는 성과연봉제 관련 노동쟁의조정신청 사건을 스스로 위법성을 인정하여 조정신청을 취하했다”며 “부산지하철 파업의 불법성은 완전히 소멸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박종흠 사장 외 관련자 6명을 노조 탄압 및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노동조합은 “노사 간 쟁의행위에서 노동자들은 조금만 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어도 구속을 시킨다”며 “사측의 불법이 드러나면 엄벌에 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2006년, 2009년,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자행된 직위해제에 대해 법원과 노동위원회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부지 고소

    부산지하철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는 노조(사진=부산지하철노조)

    철도반박

    철도노조 불법파업 규정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

    철도노조, 노조 간부 등 100명 무더기 직위해제
    법조계 “임금체계 파업이 불법이라니…사상초유의 사태”

    철도노조 간부 등 파업 참가자도 이날까지 100명이 직위해제를 당했다. 코레일과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이미 도입돼 사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파업의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위해제 이유 또한 ‘불법파업’이라는 이유세다.

    그러나 법조계는 정부와 코레일의 이러한 주장이 “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날 오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정부의 철도노조 파업 불법 규정 반박’ 기자회견에서 “임금파업이 불법이라는 주장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과도한 해석을 넘어 법률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우 변호사는 “노사가 교섭 중 일방적 (성과연봉제) 도입하고는 이미 도입했으니까 법원의 판단을 들으면 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헌법상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행위”라며 “이 자체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대표인 이오표 노무사 또한 “성과연봉제 도입은 누가 봐도 새로운 임금체계를 결정하는 이익분쟁”이라며 파업의 정당성을 강조한 후 “노동부 산하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가 불성립으로 조정하고 노동쟁의가 맞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불법파업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문제를 권리분쟁이라고 규정, 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는 모순된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사 간 임금체계 결정의 불일치로 인한 이익분쟁의 경우 파업이 정당화되지만 권리분쟁은 파업이 불가하다. 체불임금 등의 문제가 권리분쟁으로 분류된다.

    철도노조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철도노조도 성과연봉제라는 임금체계를 노사합의는커녕 교섭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중노위 과정을 거쳐 조정 종료 후 쟁의행위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유독 철도노조의 파업만을 ‘불법’ 운운하며 권리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성과연봉제의 일방적 도입이 ‘사법적 판단 대상’이라는 주장은 정부조차 불법인지 합법인지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철도파업이 불법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근거는 어디 있나”라고 반박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