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과 성과연봉제
    공공 노동자들 파업을 지지한다
        2016년 09월 28일 03: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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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론>의 저자인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업 지지 :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정리해고제가 가져올 것들’ 제목으로 올린 개인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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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한국인의 사망 원인’에서 10대∼30대 젊은 층의 사망원인 중에서는 자살(고의적 자해)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더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에 관여해온 서울 어느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대화를 나눈 적 있습니다. 양심적인 연구자로 뵈는 그는 갑자기 ‘허무 개그’ 한 마디를 했습니다.

    “한국이 OECD 자살률 1위 자리를 벗어나는 방법은? … OECD를 탈퇴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으흐흐흐;;;;”

    그는 이 정부 때문에 실망했겠지요. 자살 문제에 관해서도 최악의 무능 정부는 아무런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TV에 꼴 나오는 일 같은 거 빼고는 말입니다. (지난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살예방에 공이 크다고 <무한도전> 팀에 상을 주었습니다. 이 무슨~. 정부가 정책으로 해야 할 몫보다 TV프로그램이 더 역할을 했다고 정부의 직무유기를 자백한 꼴이니)

    현행 자살예방법이나 자살예방 교육 등에도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해마다 약간의 변동이 있을지라도, 직장ㆍ학교ㆍ가족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실질적인 자살률의 ‘추세 하락’은 없습니다.

    자살률은 ‘총체성’을 지닌 사회적 지표입니다. 나라마다 달라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특히 그렇습니다. 경제상황(경기변동과 실업, 빚 등)과 자살률의 연동성이 매우 높은 나라라는 점이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차원도 넘는 것 같습니다.

    2.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정리해고제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직장은 더욱 황폐해지고 인간의 ‘사축’(社畜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 지칭의 신조어)화ㆍ노예화는 극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의 ‘헬 됨’은 전면 업그레이드ㆍ확장되는 거죠.

    이미 거의 모든 존엄과 연대의 마음을 잃고, ‘성과’와 ‘고과(考課)’ 앞에서 알아서 설설 기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더 사소해지고 가난해지겠지요. 학교든 직장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이 사회에 성과주의와 경쟁은 어디든 충분, 아니 이미 넘쳐납니다.

    3.

    유치원에서부터 경제활동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그날까지… 한 순간도 쉼 없이 짜내는, 평생 경쟁 및 평생 평가 시스템, 이 곧 헬조선입니다.

    초고도로 ‘성과주체’화(‘피로사회’ 등의 표현)된 존재의 (자기) 착취가 결국 자신의 생을 갉아먹어 ‘우울’에 빠지고, 치유하고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것. 그것이 자살입니다. 자본이 배후조종하는 이 같은 사회적 타살은 더욱 만연해질 것입니다.

    양적ㆍ맹목적 성과주의가 대학을 황폐화하고 ‘공공적 지식인’의 씨를 말리고 있듯, 성과연봉제는 우리 사회의 다른 영역의 공공성과 직업윤리에 큰 타격을 입힐 것입니다.

    요컨대 개개인의 (내적)삶과 사회세계 양쪽에 작용하는 파괴적인 위험이 제도화ㆍ일상화됩니다.

    나머지 필요한 말들은 그림들이 다 해주고 있네요. 재벌과 최순실에게만 귀가 열린 박근혜식 노동 개악에 대해 단호한 저항이, ‘국민 총파업’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3개짜리

    필자소개
    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 <자살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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