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노동계, 성과연봉제 효과
    "임금 양극화, 의욕 저하, 안전 위협"
    '해외 공공노동자의 성과연봉제 경험' 국제간담회
        2016년 09월 28일 03: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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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화로운 노사관계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한국정부의 목적이 생산성 향상과 근로의욕 고취 그리고 궁극적으로 최일선 대민 서비스의 품질 향상이라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런 조치 대신에 노조를 통해 공무원들과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면서 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들에 대해 합의를 이뤄가야 할 것이다”

    금융·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연쇄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8일 피터 앨런 호주 철도버스트램노조(RTBU) 교섭실장은 한국 정부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임금체계 개편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 같이 말했다.

    국제공공노련 한국 가맹조직협의회(PSI-KC)와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해외 공공노동자의 성과연봉제 경험과 한국사례의 문제점’이라는 주제의 간담회가 열렸다.

    찰스 플러리 캐나다 공공노조(CUPE) 사무총장, 피터 앨런 호주 철도버스트램노조(RTBU) 교섭실장, 하워드 필립스 뉴질랜드 철도해운노조(RMTU) 부위원장, 실뱅 에스놀 프랑스 철도노조(CGT Cheminots) 국제국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노동계 인사들은 자국에서의 성과연봉제 시행 여부를 떠나 성과연봉제가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며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모두 입을 모아 한국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방식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공 국제

    국제노동계와 양대노총 공공부문 간담회

    “성과연봉제 도입 이후 ‘임금 양극화 심화’, 노동자 의욕 떨어져…안전도 위협”
    “회사가 먼저 성과연봉제 폐지하자 제안도”

    간담회 참석한 인사 중엔 이미 성과연봉제를 적용받고 있거나, 사측의 제안이 있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여전히 근속이나 기술 등에 따른 임금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곳도 있었다. 뉴질랜드와 호주 등은 이미 일부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경우인데 이들은 성과연봉제 도입 이후 임금체계의 불투명성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워드 필립스 뉴질랜드 철도해운노조 부위원장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됐지만 전체 노동비용이 절감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위계구조의 가장 위에 있는 상위 직원은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아래층 노동자들은 더 적게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임금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전체 공공부문에 지난 20년 동안 성과연봉제가 도입돼있다. 뉴질랜드 철도의 경우에도 기관사는 근속, 차량정비는 기술, 사무직은 성과와 연동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성과연봉제에 대해 ▲노동자 사기 저하 ▲노-노, 노-사 갈등 격화 ▲임금 양극화 심화 ▲업무효율성 하락 ▲성과 평가의 불투명성 등을 지적했다.

    하워드 필립스는 “성과와 연동된 임금체계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는커녕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노동자 간, 노사 간, 노동자와 관리자 간 갈등을 격화시킨 경험을 했다”고도 했다.

    특히 “노동자들이 성과목표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다른 것은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였다. 직원들이 정보를 감추기도 했다. 더 많은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함에도 성과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기 때문에 그걸 감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가의 기준 또한 문제였다. 아무리 구체적인 평가 체계를 만들어놔도 평가를 하는 관리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포함될 수밖에 없고 평가의 투명성, 객관성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워드 필립스는 또한 “성과연봉제는 평가 체계 자체가 너무 복잡해서 그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없었다”며 “이러한 불투명성과 객관성의 부재 때문에 결국 관리자는 ‘개별직원의 호불호에 따라’, ‘기관이 원하는 팀플레이를 하는지 따라’ 성과급을 지급했다. 노동자 기술수준이나 노력, 생산성에 관련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도 자체와 사용자들이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점은 노동자 사기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의 각종 폐해가 드러나면서 뉴질랜드에선 이 제도를 폐지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심지어 회사에서 먼저 성과연봉제 폐지를 노조에 제안한다는 것이다.

    하워드 필립스는 “공공부문에서 흥미로운 상황을 보이고 있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일부 기관에선 이 제도 없애고, 성과와 연동하지 않는 임금체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세계적으로 성과연봉제가 성과를 올리는 효과가 없다는 학술적 연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성과연봉제 폐지는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추세적 흐름이라고 한다.

    호주의 경우도 일부 성과 연동 임금체계를 도입한 상태다. 다만 성과 측정으로 인한 급여 상승폭을 최소 0.25%에서 최대 2%까지로 제한하는 등 성과급을 상여금 수준으로 제한했다. 호주 또한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노동자들의 의욕이 떨어졌다고 했다.

    피터 앨런 호주 철도버스트램노조 교섭실장은 “상여금과 비슷한 성과급 도입했을 때 노동자에게 동기부여 강화하는 역할 하지 않은 것으로 경험했다. 오히려 동기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피터 앨런은 “본질적으로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있어서 돈이 동기인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노동자를 움직이는 것은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며 이들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이는 기술의 연마와 그러한 기술의 이용으로 가능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철도 산업의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협업이 파괴되고 안전사고의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철도산업의 경우 “철도 운영은 협업이 있어야 가능한 업종이다. 예를 들면 기관사는 신호 담당하는 노동자와 소통 없으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는 효과를 가질 수 없다”면서 “특히 위험한 기계를 운영해야 하는 경우 생명을 앗아가는 부작용까지 있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 사업장 내 성과주의로 인해 실업 문제까지 불거졌다.

    실뱅 에스놀 프랑스 철도노조 국제국장은 “성과연동 임금체계는 결국 운행 횟수 감소에 까지 영향을 줬다. 이렇게 이윤 창출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지면 결국 인원 감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20년 간 2만 일자리가 감소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력 감축의 문제는 결국 안전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철로가 관리 잘 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 근본적으로 비민주적…심각”

    피터 앨런 호주 철도버스트램노조 교섭실장은 한국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방식에 대해 “이런 일방적인 임금체계 변경은 반드시 실패한다”며 “고용제도에 있어 어느 일방 혹은 타자가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경우 균형점에 이를 때까지 반대편 일방은 저항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고 지적했다.

    피터 앨런은 “이번 파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과도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사간 자율교섭, 단체교섭권을 해치고 있다”며 “우리가 보고 있는 지금 한국 정부의 대응은 아주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많은 학술적 연구를 통해 증명된 부분인데 임금체계 개편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도입되면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결국 이직으로 이어진다”며 “철도와 같은 안전 중심 산업은 이런 경우들이 매우 위험하다. 노동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이직률이 높아지고 결국 안전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엔 생명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워드 필립스 뉴질랜드 철도해운노조 부위원장 또한 “한국 정부의 이번 파업에 대한 대응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민주적”이라며 “민주사회에서 시민들이 그들의 자유의사를 표현하는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가 큰 폐해를 가져올 수 있고 일방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만약 뉴질랜드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쟁의행위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도 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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