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노조 설득 과정 거쳐"
    노조 "정부, 교섭도 응하지 않았다"
    공공부문 역대 최대 총파업 돌입...정부는 '불법' 규정
        2016년 09월 27일 10: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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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27일 오늘부터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공공운수노조 소속 전국철도노조, 서울메트로노조, 부산지하철노조도 22년 만에 공동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정당성 없는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하며 엄정조치를 예고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정부가 노사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불법적 성과연봉제 도입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성과연봉제는 임금에 대한 결정이다. 임금에 대한 결정은 명백하게 노사 합의로 단체교섭을 통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경영진의 이사회를 통한 취업규칙 변경으로만 도입됐다”며 “잘못된 일방적 결정이 철회될 때까지 저희들은 파업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노동자에게 불이익하지 않기 때문에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뿐 아니라 도입 과정까지 문제 삼는 이번 파업에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장은 이날 같은 매체에서 “(성과연봉제는) 정부에서 방침을 세워서 강행됐다기보다 사측에서도 노측과 여러 가지 설득 과정(을 거쳤고) 그리고 취업규칙의 변경이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부분이 아니라는 관계기관들의 유권해석 절차를 거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실질적인 파업 목적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서 제정된 보수규정의 철회다. 이 부분은 법원에 가서 사법적으로 따져야 할 부분인데 이것을 파업의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 파업의 목적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성과연봉제가 정부 방침에 의해 강행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올해3월부터 도입시기(2016년 4월 말) 등을 못 박아두고 노조 동의 없이도 제도를 관철할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업장 곳곳에선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사측의 불법이 횡행했다. 노조가 임금손실까지 감수하며 파업에 나선 이유다.

    전날인 26일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 공개한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과 산하기관의 간담회 자료 또한 정부가 치밀한 단계적 시나리오를 만들어 산하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종용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관련기사 링크)

    공공 파업

    26일 총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

    법조계에서도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 과정에 불법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에는 노조나 (노조가 없는 경우) 노동자 과반의 동의 얻도록 한 근로기준법 94조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6월 입법조사회답을 통해 “공공기관이 이사회 결의로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중요 근로조건인 임금체계를 변경하는 것이므로 노동관계법상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영훈 위원장 또한 “노조법에 따라 임금체계 변경은 노사 합의 사항이고, 이번 파업이 이것을 바로잡자고 하는 것인데 정부는 이런 부분에 대해 한 말씀도 저희한테 안 하고 법을 지키라고 하니 무슨 근거로 불법이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아닌데 누가 무노동, 무임금을 감수하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려가면서 파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겠나. 불이익이 아니라면 사측은 지금이라도 법률이 정한 바대로 단체교섭에 나와서 노조와 정당하게 논의하면 된다”고 맞섰다.

    앞서 철도노조가 소속한 공공운수노조는 총파업 돌입 바로 전날인 26일까지도 교섭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단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영훈 위원장은 “공공부문에서 성과의 지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과만능주의가 도입되면 그것은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며 “예컨대 성과가 나지 않는 일은 안 하게 되는 식이다. 공공성을 파괴할 수 있다”고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공공부문의 가장 큰 문제는 박피아, 관피아, 낙하산 문제”라며 “저성과자 해고제로 이어지는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더욱더 잘못된 낙하산에 줄서기 경쟁을 할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 중에 가장 많은 낙제점을 받은 기관들은 에너지 관련된 공기업들이다. 잘못된 자원외교의 결과로 공기업의 부채가 늘어나는데 그런 잘못된 자원외교를 정부 방침으로 밀어붙일 때 그것을 내부적으로 ‘이것은 옳지 않고 타당성이 없다’고 자신 있게 소신 있게 얘기를 해야 하는데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바로 저성과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저희 파업으로 인해서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시민 여러분들에게 깊은 이해 말씀을 드린다. 다만 이번 파업이 비단 저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국민들의 이해와 직결된다”며 “임금체계도 사용자 마음대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면 해고도 사용자 마음대로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노동조합조차 만들지 못하는 수많은 또 다른 우리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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