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부검 시도
'사망원인 왜곡·조작 의도'
유가족·야당·의료진·법률가 등 모두 "반대"...검경만 부검 고집
    2016년 09월 26일 02: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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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 기각과 관련 경찰이 26일 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 각계가 일제히 이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백남기 대책위도 이날 오후 경에 관련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기 전 국회는 ‘백남기 청문회’를 열어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책임자를 추궁했으나 강 전 청장은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사과도, 병문안도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백난ㅁ기

25일 밤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는 시민과 청년들(사진=백남기 대책위)

추미애 “유가족 반대하는 부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심상정 “박근혜 사과하고, 황교안 빈소 찾아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경이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부검하겠다며 한밤중 영장 신청을 한 것에 대해 “유가족이 반대하는 부검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유가족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사안은 그 어떤 것도 강제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또한 “국가의 품격은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며 “가시는 길만큼은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저희가 반드시 지켜드리겠다. 진실을 규명하고 시시비비를 가려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국가인권위 조사에서 ‘물대포 직사 살수’라고 사인을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부검을 실시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는 아직도 국가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고인을 두 번 죽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검찰이 지금 당장 할 일은 부검이 아니라 사건을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해서 국가와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백남기 선생의 장례가 원만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황교안 국무총리의 빈소 방문을 요청했다.

심상정 상임대표는 긴급전략협의회의에서 검경의 강제 부검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막장일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를 겨냥해 “선거로 권력을 잡았다고 민주정부가 완료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시민을 상대로 한 국가의 범죄는 시민들 사이의 범죄보다 더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민주국가의 기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심 상임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고, 황교안 총리는 정부를 대표해 빈소를 찾아 조문해야 한다”며 “백남기 농민의 영전과 유족 앞에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 검경 부검강행 위법
“진료기록만으로도 충분…책임회피 위한 것”

민변도 백남기 농민에 대한 검경의 부검 시도는 위법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16일 백남기 농민의 뇌수술을 집도한 주치의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과정에서 “함몰 부위를 살펴볼 때 단순 외상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임상적 소견으로, 그냥 서 있다가 넘어질 때 생기는 상처와는 전혀 다르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또한 25일 “(고인의) 발병원인은 경찰살수차의 수압, 수력으로 가해진 외상으로 인한 외상성 뇌출혈과 외상성 두개골절”이라며 “외상 발생 후 317일간 중환자실 입원 과정에서 원내감염과 와상상태 및 약물투여로 인한 합병증 등으로 다발성 장기부전 상태이고 외상 부위는 수술적 치료 및 전신상태 악화로 인해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사망 선언 후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바로 전날인 25일 검사와 대리인, 의사들이 입회하에 실시된 검시 과정에서 ▲병원 입원 직후 뇌수술을 위해 절개한 두개골 부분(손바닥 만한 크기)에서 길이 5cm 이상의 골절상 ▲안구 출혈 ▲아래 치아 3개가 일부 깨진 점 등이 발견된 것 모두에 대해 국립과학연구소 법의관은 직사살포에 의한 충격으로 발생했거나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은 제시하기도 했다. 또 이 법의관은 안구출혈이나 치아가 깨진 점 등 검시만으로 확정할 수 없는 부분도 의료기록과 CCTV 등을 종합해 규명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부검 없이도 진료기록 등 제반 기록을 종합하면 충분히 사망의 의학적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민변은 이 같은 내용의 논평을 내고 “고인의 피해상황에 대한 증거와 중환자실에서의 상세한 의료기록, 검안의의 의견서 등 고인이 사망하기까지 전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 있는 상황에서, 법리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부검절차는 불필요하다. 이제 와 부검을 하더라도 현재까지의 기록을 종합하는 것 이상으로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는 어렵다”며 “인과관계 규명을 명분으로 부검시도를 계속하는 것은 어떠한 의학적·법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경 모두가 병력까지 배치하며 부검을 서두르는 것을 두고 백남기 사망의 피의자격인 경찰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기 전까지 검경 모두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민변은 “부검을 강행하려는 검·경의 시도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이제까지 수사를 소홀히해온 책임을 부검 강행으로 면피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고, 참여연대도 논평에서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서도 경찰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는 명백히 드러났고,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수사과정에 관여하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노총 또한 논평을 내고 “경찰의 부검 영장청구는 명백히 국가폭력에 의해 돌아가신 고인에 대한 모독이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사하겠다는 또 한 번의 폭력적 공권력 행사였다”며 “국가폭력의 가해자인 경찰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치 않고 있는 가운데 부검을 하려는 의도는 경찰 공권력에 의한 사망원인을 왜곡하거나 조작하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고, 한국노총도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는 차일피일 미루던 경찰이 부검부터 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사망의 책임을 다른 이유로 몰아가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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