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연봉제 저지'
    금융노조 7만여명 파업 집회
    "10월, 2·3차 총파업 지속할 것"…만장일치로 의결
        2016년 09월 23일 07: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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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대노총 금융·공공부문 노조가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에 반대하는 연쇄 총파업이 22일 시작된 가운데, 한국노총 금융노조는 23일 7만 규모의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특히 금융노조는 이날 총파업 직후 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10월 2, 3차 총파업을 포함한 지속적인 쟁의행위를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노조의 총파업 집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성과연봉제 저지’ 손피켓을 든 집회 참가자들은 경기장 절반 이상을 빼곡히 채웠다. 노조는 조합원 7만 5천명이 집결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초 예상 참여 조합원 수인 9만 명보단 낮은 참여율이다. 노조는 사측의 총파업 불참 압박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은행권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가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지점장들이 퇴근도 시키지 않고 감금시켜 놓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강요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파업 엄정대처를 얘기하니 금융위원장이 은행장을 불러 파업을 막으라 지시하고, 은행장과 기관장들은 조합원을 파업에 못 가도록 불법행위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파업 바로 전날인 22일 IBK기업은행은 파업 불참 각서를 강요하며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직원들을 퇴근시키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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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금융노조

    김문호 “어떤 경우에도 절대 성과연봉제에 합의하지 않을 것”

    김 위원장은 올해 초 경총 회장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력하게 촉구한 것을 거론하며 “저들(정부)이 해고연봉제에 목을 매는 이유”라며 “우리는 10만 조합원과 우리의 가족,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 노동자를 위해 어떤 경우에도 절대 성과연봉제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오늘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태도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더욱더 끈질기게 싸워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격려사에서 “국민과 직결되는 총파업을 앞두고, 금융 철도 지하철 의료 등의 총파업이 현실화되고 시국 대책회의도 요구한 바 있지만 총파업이 첫 결행된 지금까지 정부는 아무 답변이 없다”면서 “박근혜 정권은 행정독재를 즉각 멈추고 분명한 답변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박근혜 정권이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으로 망쳐온 금융산업에서 성과연봉제를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노총도 27일 철도를 포함한 공공운수노조와 이어서 보건의료노조, 조선업종의 현대중공업 등 동지들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더민주·정의당 등도 참석해 총파업 지지 밝혀
    심상정 “성과연봉제, 검증된 실패…대한민국 불행의 시작”
    노회찬 “저성과자 해고, 국회와 청와대에 먼저 적용해라”

    금융노조의 총파업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박용진·이학영·유은혜·정재호·한정애 의원과 김민석 전 민주당 대표, 김기준 전 의원, 정의당 심상정·노회찬·윤소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새누리당에선 김성태 의원만 참석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노동계에서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공공노련 김주영 위원장, 공공연맹 이인상 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도 참석해 지지를 밝혔다.

    이용득 더민주 의원은 “오늘 금융노동자 동지들이 전국에서 모인 것은 5대 악법부터 4대 악법, 2대 지침에 이어 성과연봉제까지 끈임 없이 이어진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 때문”이라며 “청년노동자 일자리 만들기, 경제위기 극복 등의 성과연봉제 도입의 핑계는 거짓 명분”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성과연봉제는 이미 실패가 검증된 제도”라며 “낙하산 인사로 방만·무능 경영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성과연봉제를 공기업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상임대표는 또한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 해고의 통로가 된다”며 “저성과자 해고제가 도입되면 그것은 가족파탄이고, 대한민국 사회가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모든 노동자를 노예로 만들고 안 그래도 쉬운 해고를 더 쉽게 하려는 성과연봉제를 결사 반대한다”면서 “청와대와 국회에 먼저 적용해서 1년에 하위 20% 잘라내보고 그 다음에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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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유하라

    “기득권 아닌 생존권 지키기 위한 투쟁”
    10월, 2·3차 총파업 지속할 것…만장일치로 의결

    오전부터 시작된 집회는 점심시간 이후엔 사측의 압박으로 총파업에 참석하지 못한 조합원들을 격려하는 등 지부장들의 투쟁 발언들로 채워졌다. 노라조, 바다, 민중가수 최도은 등의 문화공연도 이어졌다.

    백운선 금융노조 사무처장은 “사측 때문에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동지들의 미안하다는 메신저가 지금도 계속 오고 있다. 미워하지 말자. 이후 투쟁엔 꼭 함께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자”며 정부 등을 겨냥해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강고한 연대와 투쟁을 통해 보여주자”고 목소릴 높였다.

    김영준 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이번 투쟁은 나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다. 모든 노동자와 국민을 위한 투쟁”이라고 규정했고, 김용진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은 “노동자가 행방불명된 이 시대 살고 있는 우리는 신의 직장에 다닌다는 비아냥을 받고, 파업이 기득권 지키기라고 매도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기득권이 아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눈물 나는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욱진 신용보증기금지부 위원장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성과연봉제는 22만 중소기업의 현재와 미래에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며 “이번 투쟁은 고임금을 받으며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22만개 중소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지키기 위해 중소기업 40년 동반자라는 자부심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발언들도 나왔다.

    나기수 기업은행지부 나기수 위원장은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를 이간질 정부라고 부른다”며 부모 세대 때문에 자식세대 일자리 없고 고액임금자 때문에 경제가 엉망이라고 한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안 해서 경제성장이 안된다고 한다. 도대체 세금 받아먹는 대통령과 고위 관계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그게 왜 노동자들 탓인가”라고 비판했다.

    김대업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고용 안정과 해고 요건 강화를 약속했다. 이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산은, 역대 낙하산 회장들이 다 말아먹었다. 홍기택 전 회장은 행방불명된 지 벌써 6개월째고, 강만수 전 회장은 오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며 “더 이상 산은이 낙하산과 관치금융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부 행사 직후 노조는 임시 조합원 총회를 열고 ‘2016년 2, 3차 총파업 등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지속적으로 전개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총파업 절차와 시기, 방법 등에 과해선 김문호 위원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금융노조 10만 조합원은 9.23 총파업을 계승해 오는 10월부터 총파업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며 “금융사업장에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관치금융 철폐, 성과연봉제 도입 등 성과문화 확산 저지를 위한 대정부 및 대사용 투쟁에 매진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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