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탄화력발전의 꼼수
    [에정칼럼] 대기질 심각한 포천, LNG 발전을 석탄으로 변경
        2016년 09월 23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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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국립수목원(구 광릉수목원)이 있다. 조선 세조가 왕릉의 위치를 정하면서 산림보호를 명한 이후 500년 이상 원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곳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그 외에도 포천에는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산정호수나 한탄강 등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많다. 그렇게 포천은 수도권 거주민들에겐 환경이 좋고 손때가 덜 묻은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포천이 공장이 즐비한 인천 남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대기질이 좋지 않은 지역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5년에 포천은 미세먼지 농도 81㎍ 이상인 ‘나쁨’상태가 연중 20%에 가까운 71일을 기록했다. 분지 지형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기질 관리가 필수적인 곳이다.

    그런데 오히려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되고 있다면? 대기질이 더욱 악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포천시와 사업자, 그리고 지역주민들 간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시의회와 지역 국회의원까지 이를 문제 삼고 나서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갈등의 시작은 이렇다.

    포천시는 당초 도시가스 공급사업자 측과 열공급을 주목적으로 하는 LNG열병합 집단에너지시설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당시 포천에는 무허가 염색업체가 난립하면서 대기질을 훼손하고 있었는데, 장자산업단지를 조성해 정비를 하고, 이곳에 열을 공급해 대기질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지역 숙원사업이기도 했으니 여기까지는 문제가 안됐다.

    하지만 2011년 경제적 이유로 사업자 측과 협의가 무산되자 포천시는 주연료를 LNG에서 석탄으로 슬그머니 바꿔 STX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STX가 어려워지면서 GS로 사업자가 바뀌었고, 지난해부터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발전소 건설에 반발하고 있는 주민들은 발전연료가 LNG에서 유연탄으로 바뀐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멈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천시와 GS 측은 석탄화력발전소가 아닌 열병합 집단에너지시설이라고 주장한다. 또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질소산화물이 연간 472t에서 222t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고, 황산화물은 692t에서 383t, 먼지는 147t에서 27t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대기질 개선효과가 높을 것이라며 발전소 건설 반대 측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서는 사업자측이 작성해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그렇게 대기질 개선 효과가 높다면 대체 왜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추진을 했을까. 그게 갈등의 핵심이라는 걸 모르는 것 아닌가 싶다.

    포천3

    발전소 건립을 반대하고 있는 주민단체들은 경제논리에 따라 가뜩이나 대기질이 심각한 지역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LNG를 석탄으로 주민 동의 없이 바꾼 것은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오로지 경제논리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역이기주의인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포천지역 대기질은 전국에서도 매우 열악한 수준이고, 이미 포천지역에는 여러 개의 발전소가 있다. 또 주민들이 발전소를 아예 짓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LNG로 다시 바꾸라는 것이니 님비로 보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초미세먼지는 상당부분 석탄화력발전에서 배출된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것을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석면, 벤젠 등과 같은 수준이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매년 1,1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향후 40년간 4만명 이상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위해성으로 인해 선진국들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에 폐쇄하고 LNG 발전으로 대체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데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사업자인 GS측은 이미 2,000억 원의 공사비용이 투입됐기 때문에 공사를 중지할 수 없다고 한다. 발전설비를 LNG로 바꾸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공사가 중지된다면 GS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포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도 있다. 이 경우 소송비용은 포천시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포천 시민들은 자신들이 원하지도 않았고, 선택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막대한 부담을 안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뭔가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이런 상황에 손 놓고 있는 경기도와 중앙정부도 문제다. 산업부가 올여름 초미세먼지 문제로 부랴부랴 석탄화력발전소 대책을 내놨지만, 거기에 포천의 화력발전은 빠져있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한국전력거래소 내부문건에는 ‘석탄열병합발전소’라고 명확하게 명기되어 있다. 혹자는 열병합발전소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겠지만, 인근에서 필요로 하는 열공급량에 비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실상 열공급이 주목적이 아니라 전기 생산으로 이익을 내려는 석탄화력발전소나 마찬가지다.

    준공 이후 열공급량을 줄이고 전기생산시설만 최대 가동한다 해도 법적으로는 막을 길이 없다. 사실상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이 어려워지니 이런 식으로 우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따라서 상위 지자체인 경기도와 중앙정부가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문제고 지금에라도 분명한 책임을 지고 사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

    단기적 경제성 하나만으로 발전시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지금에야 석탄화력발전소가 경제성이 있어 보이지만, 많은 연구기관들이 2020년대에 화석연료 보조금이 사라지면 석탄화력발전과 다른 에너지원의 경제성이 역전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주민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경제성과 바꿀 수도 있다는 인식 그 자체다.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돈이 많이 드니 진통제로만 버티겠다고 하면 그 어떤 의사가 “참 좋은 생각입니다.”라고 말할까.

    세상에는 바꿔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지금, 포천에 있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시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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