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안위, 월성 원전
    수동정지 기준 초과 은폐
    '원전' 부정적 여론 우려해 숨긴 듯
        2016년 09월 22일 10: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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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월성 원전의 수동정지 기준을 초과했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4시간 동안이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원전 가동을 멈췄을 당시 수동정지 기준을 초과한 것이 아닌, “예방 차원의 선제적 조치”라고 한 한수원의 입장과 전면 배치된다.

    특히 한수원을 관리·감독하는 원안위에는 별도의 수동정지 기준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간 원자력 안전성과 관련한 문제를 한수원 자체의 내부규정에만 의존하고 있었던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원전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22일 ‘한수원 월성본부 지진경보 발생 관련 상황 보고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스펙트럼 값이 0.426g로 산출돼 해당 주파수대의 수동정지 기준 0.3g를 초과했는데도 이를 은폐한 채 4시간 동안이나 원전을 가동했다.

    응답스펙트럼 값이란, 지진 발생 시 건물이나 설비 등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진동수 또는 주파수)에 따라 최대로 흔들리는 값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한수원의 절차서에 따르면 이 값이 0.1g를 초과 시 4시간 이내에 원전을 수동정지 해야 한다. 이 시간 동안 현장 점검, 응답스펙트럼 재계산 등을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서, 즉 기준치를 초과하고도 4시간 동안 원전을 가동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전 매뉴얼은 1997년 측정기술이 발전되지 못한 1997년의 미국의 규정을 따른 것이다. 당시보다 원전 기술이 상당히 발달한 점을 감안하면 한참 후퇴한 매뉴얼이라는 뜻이다.

    신용현 의원은 “원안위와 한수원이 기준값 초과 사실을 알고도 수동정지 하기까지 4시간 동안 응답스펙트럼 값을 재계산하는 데 허비하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전력수급 현황을 측정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재난대응 매뉴얼 개선이 필요하다”는 신 의원의 지적에 원안위원장 또한 “20년 전 미국 규정을 따른 매뉴얼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답변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2개 중 기준치 안 넘은 측정값 발표하며
    한수원 “선제적 조치”라 주장…은폐에 가까운 주장

    한수원은 월성 원전을 중단했을 당시 “지진 자동정지 설정값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시 수동정지의 필요성은 없었고, 4시간 만에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은 예방점검 차원의 선제적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예방 차원의 ‘선제적 조치’라는 한수원의 해명은 사실 은폐에 가깝다.

    한수원 절차서에 따르면, 한수원이 놓은 대표지진계 2개 중 기준 값이 높은 쪽을 기준으로 수동정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수원 발표대로, 측정계 수치는 수동정지 기준을 넘지 않았지만 건물 고유의 주파수를 반영한 응답스펙트럼값은 기준치를 넘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응답스펙트럼값을 은폐하고 기준치를 넘지 않은 측정계 수치만을 공개하며 원전 가동이 “선제적 조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수원은 왜 수동정지 기준을 초과한 응답스펙트럼값을 은폐한 걸까.

    신용현 의원실은 “안 그래도 지진 발생 이후 원전 폐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데, 원전 가동을 중단한다고 했을 경우 원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질 것을 우려해 사실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원안위에는 원전 안전 문제에 있어 한수원을 관리·감독한 체계가 거의 없다는 점에 있다.

    원안위는 한수원을 관리감독하는 상급기관이지만 한수원에 원전의 수동정지를 지시할 규정조차 없다. 더 큰 문제는 무책임한 원안위의 태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한수원에 수동정지 지시를 내릴) 규정이 없고 원안위보다 한수원의 계측기가 더 정확하다’는 해명을 했다고 신용현 의원실은 전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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