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재계, 총파업 비난
    비정규직, 공공 파업 지지
    "성과연봉제, 일상적 퇴출로 연결"
        2016년 09월 20일 04: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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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경영계가 예상대로 금융·공공부문 총파업을 ‘기득권 지키기’, ‘철밥통 지키기’로 매도하고 나섰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공공부문 총파업이 비정규직과 청년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난했다. 또한 “불법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면서 “특히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확실히 적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장관은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연이은 북한의 대남 위협과 관측 이후 가장 강력했던 지진 등으로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며 “조선업에 이어 해운업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특히 청년과 중장년층의 고용 사정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총파업과 별개의 문제인 북핵 문제와 지진, 조선·해운업 부실을 근거로 총파업이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같은 날 경총도 성명을 내고 총파업에 대해 “가뜩이나 힘든 우리 경제와 국민 일상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근로조건이 높은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다름 아니다. 쉬운 해고를 운운하는 것은 호봉제에 따라 높은 임금을 받는 자들의 ‘철밥통 지키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총파업 사태는 고용노동동부가 불법적 2대 행정지침을 발표하고, 이를 공공부문부터 적용하면서 생겨난 사상 최대 파업”이라며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번 파업에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기권 장관의 오늘 기자회견은 파업을 자극하는 내용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의 참된 노동개혁을 요구하는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공공부문 비정규직부터 정규직화하고 해고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이기권 장관은 마치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과 청년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처럼 거짓 담화를 발표했다”고 질타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이기권 장관은 성과연봉제가 격차해소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거짓 선전도 반복하고 있다”며 일례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했는데 청년실업율은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격차해소 이전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아무런 기반과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며 “결국 성과연봉제 불법 강행의 진짜 목적은 자의적 성과를 기준으로 일상적 퇴출제도 시행, 노동조합 무력화를 통해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을 권력을 위한 기관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공공 비정규

    공공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지지 기자회견(사진=유하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규직 노동자 파업 연대 선언
    “공공기관의 성과주의 … 비정규직 고용불안, 임금삭감 우려”

    정부와 경영계의 주장과 달리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동개악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도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 공공병원 등에서 일하는 공공운수노조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이기권 장관의 기자회견이 진행된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성파괴·국민피해로 이어지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강제퇴출제 도입을 중단하라”며 “공공기관 파업에 비정규직도 지지하고 함께 하겠다”고 했다. 회견엔 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 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의 이번 파업은 우리 모두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우리 모두의 싸움이며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의 비참한 현실을 바꾸는 진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공공부문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 강제퇴출제 도입 중단 ▲성과연봉제을 위해 소용되는 각종 재원으로 비정규직 임금인상과 차별 철폐 실시 ▲저성과자 해고가 아닌 고용안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실시 등을 공동의 요구로 제시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인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의 박명석 지부장은 “서경지부엔 동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야만적인 노동·인권문제가 심각하다”며 “청소노동자들은 이사장 제사음식 준비, 이사장의 아들 집 청소까지 하고 있고, 관리자의 막말과 노동 감시가 상시적으로 일어나며, 현장소장이 시키는 다른 회사 일을 하고도 그 대가로 받은 수당을 착복 당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간접고용 상황이 생존의 무게 앞에 자존심과 인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며 “조합원들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성과퇴출제가 바로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자신을 평가하는 상관에게 아부 굴종하며 성희롱을 당해도, 막말을 당해도, 불법적 대우에도 노동자들은 항의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설령 성과퇴출제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하더라도 고용불안을 조성하는 가능성 한 가지만으로도 반대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은 성과퇴출제 도입이 노동개악을 관철하기 위한 것임을 알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재앙이 될 것을 알고 있다”며 “비정규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연순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민들레분회 분회장은 공공기관의 성과주의와 그로 인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결국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삭감, 노동조건 악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분회장은 “2014년 서울대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은 한 달이 넘는 전면파업을 통해 근로조건을 지켜냈다. 이러한 성과는 서울대병원 정규직 조합원들의 헌신적인 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성과도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아내지 못 한다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청은 정부에서 말하는 성과 때문에 가장 먼저 비정규 예산을 축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비정규 근로조건과 고용은 후퇴할 수밖에 없고 이는 생존권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분회장은 “우리가 힘들 때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해준 것처럼 우리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공공기관 총파업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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