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으로 재확인된
    핵발전소의 강한 위험성
    [에정칼럼] 남·북에서 발생한 인재(人災)와 천재(天災)
        2016년 09월 13일 03: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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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핵발전소만이 안전한 핵발전소다. 둘째, 모든 핵발전소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안전하다.

    첫째는 일단 핵연료가 장전되어 반응이 일어나면 핵발전소는 가동을 완전히 중단할 때까지 꺼지지 않는 불을 안게 되는 데다가 그 자체가 수십 년을 두고 폐기해야 할 방사능 덩어리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수많은 핵발전소 사고 사례가 보여주듯 핵발전과 관련한 사고는 언제나 새로운 변수들의 조합을 통해, 즉 설계 기준이나 매뉴얼이 소용없는 상황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 장담은 허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진

    13일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의 기자회견(사진=미디어오늘)

    어제 경주에서 발생한 한국 관측사상 최대 지진은 온 국민을 놀라게 했을 뿐 아니라, 핵발전소가 갖는 원초적 문제점을 다시금 정면으로 따져 묻게 만들었다.

    정부와 발전사는 으레 그러했듯이 핵발전소는 잘 가동되고 있으며 더 큰 지진은 없을 것이고 충분한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경주의 진앙에서 27km 거리에 있는 월성 1~4호기는 수동정지 조치가 내려지고 정밀 안전진단에 들어갔다. 당장은 문제가 없다지만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은 예상되지 않았고, 지진대비 매뉴얼은 준비된 게 없었다. 반면에 경주와 울산 지역의 지진 우려는 수시로 제기되어 왔던 바다.

    이 지역의 지진이 앞으로 더욱 빈발하거나 규모가 커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지진의 확산이 없다 하더라도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그럴지는 더욱 모른다. 그러나 이 지역에 양산단층과 동래단층 등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단층이 60여개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 지역에 이미 건설된 핵발전소만 해도 부산, 울산, 경주를 합쳐서 14기에 이르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까지 보태어 이 모든 시설들이 수십 년부터 수백 년까지 이곳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일본 이야기로만 치부하던, 지진으로 인한 핵발전소 위험성이 하루 만에 한국의 일이 된 것이다. 이른바 핵발전 전문가들은 내진설계를 말하지만 그것 역시 가설적 상황 설정에 기반한 대책에 불과하다. 우선 리히터 규모 6.5 정도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 이상의 지진이 절대 없을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음으로, 내진설계가 노후화나 수명연장의 경우까지 다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는 맹점이 있다.

    핵발전소는 한눈에 들어오는, 예컨대 자동차나 가전제품 같은 단일체가 아니다.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무수한 배관과 전선들이 노후화 되었을 때 혹독한 재해 상황을 견딜 수 있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게다가 노심과 냉각 계통 같은 핵심시설 외의 크고 작은 부대시설들도 내진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적용되었는지는 더욱 알 수 없다. 부대시설은 결코 안전과 무관한 시설이 아니며, 유사시에는 더욱 그렇다.

    지진은 핵발전소 내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지하수와 연약한 지반 문제로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중저준위 처분장은 물론이고, 정부가 추진 중인 고준위폐기물 중간처분장이 만들어진다면 이 역시도 대규모 지진의 위험에 노출되게 될 것이다. 또한 부산과 울산의 동해남부선이 2018년에 완공될 동해중부선을 통해 포항, 영덕, 울진, 삼척까지 연결되게 된다. 이 노선을 따라 핵폐기물이 이송된다면, 이 역시 지진대의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경우들의 대응책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영원히 완벽한 통제도 가능하지 않다.

    2016년 9월, 남한과 북한의 인재(人災)와 천재(天災)가 합쳐지며, 한국의 핵발전소에는 군사적 타격과 지진이라는 새로운 두 위험 변수가 현실로 자리하게 되었다. 사드 배치나 자위적 핵무장이 핵발전소 공격을 막을 수 없고, 내진설계 강화를 포함한 갖가지 안전 대책이 늘어가고 노후화해가는 핵발전소들 앞에서 무용지물일 것임을 안다면, 탈핵 한국을 선택해야 할 엄청나게 중요한 이유 두 개가 새로 생긴 것이기도 하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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