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5차 핵실험
    남, 말폭탄·안보포퓰리즘
    최경환 "정부, 국민들에 사과해야"
        2016년 09월 12일 01: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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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가 북한 5차 핵실험 이후 ‘비상상황’을 선포하며 ‘이전과 다른’ 더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더 이상 실효성 있는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일부를 중심으로 나왔던 ‘핵무장론’ 주장이 강화되곤 있지만 이 또한 현실불가능한 것은 물론 안보 의제를 장악하기 위한 의도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대북제재와 동시에 6자회담을 통한 대화와 협상의 길을 터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있던 지난 9일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응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더 이상 강화할 대북 제재도 남아있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쥔 중국과의 공조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5차 핵실험 징후조차 파악하지 못해놓고 매번 실험이 강행된 이후 부랴부랴 ‘실효성 없는’ 늑장대책을 내놓으면서 대북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12일 오전 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서 “압박과 제재가 주요한 제재 수단이었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총 5차례 중에서 3차례가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이뤄졌다”며 “우리 정부나 또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제재 이런 것들이 결국 실패했다, 실패의 책임에 대해서 정상적인 정부라고 하면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제재와 압박만 이뤄지면서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을 강화시키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렇게 밥 먹듯이 하는 상황까지, 최악의 상황까지 끌고 갔다”며 “이런 점에서 북핵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수단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한 언론매체는 지난 11일 군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국방부의 ‘대량응징보복(KMPR: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가 지도상에서 평양의 일정 구역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드는 작전개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평양을 지도에서 사라지게 한다’는 계획에 대해 “비현실적이 이야기”라며 “우리가 무슨 능력으로 그렇게 하겠나”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오늘 들어온다는 미군의 B-1B 폭격기 등이 이런 것들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런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말 폭탄만 쏟아내는 것”이라며 “국민들 듣기에는 좋은 이야기지만 미국이 그렇게 하겠나. 지금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순간에 중국, 러시아하고 군사적으로 대결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미국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미·중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기 싸움을 하고 군비경쟁까지는 할 수 있지만 ‘북한을 응징하기 위해서 평양을 지도에서 사라지게 만들겠다’ 이건 무책임한 이야기”라며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나라에서 무슨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큰소리를 치나”라고 질타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주장한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에 대해서도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라며 “미국이 결심하면 할 수 있지만,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중국이라는 배후국가 때문에 미국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미국이 말로는 다 해줄 것처럼 해주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게 안 갈 거다.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현실 불가능한 주장들을 통해 ‘안보 포퓰리즘’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만 제기되던 핵무장론이 5차 핵실험 이후 확산되는 모습도 ‘안보 포퓰리즘’과 궤를 같이 한다.

    최경환 의원은 “북한이 핵 실험 할 때마다 여권의 일부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리도 핵을 갖자고 하는데 매우 위험하고 즉흥적 발상이고, 일종에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의원은 “한국이 핵을 가질 경우 일본은 당장에 또 핵 무장을 하게 될 것이고, 동북아에 핵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동북아시아는 핵의 지뢰밭이 되고 정말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은 더욱 불안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핵무장론’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론 비핵화 원칙을 고수한다면 중국과 북한을 압박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정세현 전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북한은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해선“(우리의 핵무장을) 미국이 절대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중국이)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다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또한 전략적으론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북핵 능력이 갑자기 고도화 된 것은 2008년 12월 6자 회담이 중단된 이후다. 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8년 동안 북한이 핵실험이 4번을 했고, 북핵 문제가 고도화 됐다”며 “지금이라도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묵는 6자 회담을 열고, 한국이 거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북핵 능력의 더 이상의 고도화는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 관계가 악화됐지만 중국 내부에선 여전히 6자회담을 통해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한다.

    문일현 정법대 교수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해)중국 정부나 중국 민간은 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하고 UN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이다 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6자 회담을 조속히 재개를 시켜서 비핵화 논의를 해야 된다, 이른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내부에선 “북한이 5차 핵실험 하면서 중국이 대북정책을 바꿔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하는 그런 갈림길에 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한중간 공조가 다시 좀 복원되지 않겠는가 하는 그런 기대가 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문 교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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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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