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라는 새로운 성장 엔진 필요"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 "수출 중심 경제로는 한계"
        2016년 09월 08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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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가 8일 “우리 정부가 산업화 시대의 낡은 엔진에만 매달려 있다”며 “내수라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기조인 ‘선성장, 후복지’, 이른바 ‘낙수효과’가 더 이상 국내 경제성장에 동력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박 전 총재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지금은 잠재성장률 자체가 2~3% 수준으로 망가져버렸고 가면 갈수록 더 내려갈 확률이 더 많다”며 “과거보다 더 심각한 위기”라고 이 같이 말했다.

    박 전 총재는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환경이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했던 산업화 시대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이것을 우리 정부, 기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옛날 산업화 시대의 낡은 엔진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수출 강대국으로 성장한 이후 국제 무대에서 더 이상 우리의 투자·수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수출은 마이너스 8%, 올해도 거의 마이너스 10% 수준이고 투자도 기껏해야 2~3%밖에는 늘어나지 않는다. 수출이나 투자의 힘으로 끌고 가는 한국경제의 현재의 엔진은 세게 달려봤자 2% 수준의 성장밖에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러니까 매년 작년 올해 모두 2%대 성장 아닌가. 투자의 힘만으로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내수 경제

    방송화면 캡처

    박 전 총재는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내수’를 강조했다.

    그는 “절약해서 돈 저축해서 대기업에 투자 자금 대주라는 게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의 로직이었다. 그런데 지금 수출과 투자의 성장 엔진이 정지하고 나면 이 빈 자리를 메울 것은 ‘소비’밖에 없다”면서 “지난 3년간 우리나라 소비는 1.9%씩밖에 안 늘었는데, 만약 이 소비를 1.9%를 3% 수준만 올려줬다면 한국경제는 3% 이상의 성장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국제경쟁력 없이 수출과 투자는 될 수 없지만, 소비는 내수 부분이기 빈부격차 해소나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준다든가 여러 가지 정부정책으로 가능하다”며 “앞으로 엔진은 소비엔진이 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투자와 수출은 대기업이 주도하지만 소비는 가계가 주도한다. 지금까지는 대기업 보호정책만 해왔지만 앞으로는 더 큰 힘을 가계소득을 보호하는 데 써야 한다”며 또 “그동안의 ‘선성장 후복지’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성장과 복지가 같이 가야 한다. 복지 증대를 해서 가계소득과 가계소비를 늘리고 그래서 대기업들의 매출을 늘려주고 기업 성장을 뚫고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완전히 다른 엔진으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물론 수출도 늘리고 투자 노력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그러나 그건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일본에서 경제 부양책을 쓰는데 집집마다 몇 십만 원씩 돈을 주는데 한국에선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그럴 거다. 그런데 일본에선 그렇게라도 가계 소비가 늘어나야만 대기업도 살아나고 경제도 살아난다는 새 엔진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서도 박 전 총재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지금 유보로 쌓이고 있는데 지금 30대 기업 현금 유보만 해서 100조가 넘는다. 유보로 쌓이고 국내 투자하는 거 해외 투자하고 하니까, 그 돈을 가계로 환류해서 소비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촉진하자. 그 수단으로서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으로 투자가 줄고 기업이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법인세가 워낙 낮아서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없다”며 “미국이 39%, 일본이 30%인 반면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때 34%였던 것을 계속 내려서 22%다. 감면세까지 하면 실제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14%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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