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노조 적대시,
    전근대적 사고의 경영인
        2016년 09월 07일 01: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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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노동 칼럼을 시작한다. 경기도 시흥의 시화공단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시화노동정책연구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공계진 선생의 칼럼이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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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2월, 필자는 많지는 않았지만 살만큼의 임금을 주던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으로 내려와 시화노동정책연구소라는 사무실을 내었다. 필자가 그만둔 직장은 남한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전국금속산업연맹(동년 동월, 전국금속노동조합이라는 산별노조로 전환)이었다.

    필자가 그만두기 아까운 그곳을 그만둔 오직 하나의 이유는 중소영세사업장들이 밀집해 있는 시화공단(현 시흥스마트허브)에 노동조합을 건설하기 위함이었다. 시화노동정책연구소는 노동조합 건설 지원을 위한 거점(?)이었다. 필자는 시화노동정책연구소에서 후배들과 함께 시화공단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상담 등의 형태로 만났고, 그런 노력의 결과물로 시흥안산일반노조를 만들 수 있었다.

    2002년, 일반노조에서 금창공업이라는 곳에 노조를 만들었다. 금창공업에서의 노조 건설은 모두를 환호하게 만들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왜냐하면 금창공업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집요하게 탄압, 1년 이상의 장기투쟁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창공업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전시흥적이었다. 금창공업 사용자는 물론 시흥시장, 시흥경찰서장, 시흥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소위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하며 금창공업 노동자들을 탄압하여 결국 금창공업에서 노동조합은 유지되지 못하였다. 당시 시흥상공회의소 회장은 조시영이라는 사람으로 대창공업 회장이었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16년, 14년전에 상공회의소 회장을 하며 노조 탄압에 앞장섰던 조시영 회장이 사주인 대창공업에서 노조가 만들어졌다. 조시영 회장은 노조 탄압과 와해의 주범답게 자신의 회사에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페이퍼노조를 만들어놓았지만, 노동자들은 페이퍼노조를 제끼고 보란듯이 노조를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14년전에 금창공업 사용자를 사주해 노조를 깨버렸듯이 이번에도 노조와해 공작을 하고 있다.

    조시영 회장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며 신생노조에게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 대창공업 노동자들은 필자가 일하고 있는 시화노동정책연구소에서 회의도 하고, 교육도 하며 지내야 했다. 대창공업노동자들이 계속 남의 사무실을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최근에 회사 마당에 텐트를 치고 그곳에 임시 노조사무실을 마련하였다.

    필자는 어제(9월 2일) 그 대창공업노동자들 지지 방문을 가서 이런 인사말을 했다. “14년전 우리는 조시영이 사주한 금창공업에서 1패했다. 이제 대창공업에서 승리해서 1승1패를 만들고, 그 여세를 몰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자. 2승1패…3승1패..로 나아가자”

    격려의 말을 하고는 왔지만 소위 자본측의 사고방식에 화가 난다. 한국경제가 안 풀려서 시화공단의 경영 상황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노사가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측의 전근대적 노사관이 이를 막고 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동으로 생산성 증진을 위해 나아가야 대기업의 횡포(납품단가 후려치기 등)를 극복하고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측은 아직도 노동조합을 빨갱이 취급하며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노동자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어야 소비가 진작되고, 소비가 진작되어야 상품도 팔려 회사의 발전도 이루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측은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줄 생각보다는 노동자들을 쥐어짜려고만 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통계자료는 시화공단, 반월공단 등 중소영세업체 밀집지역의 입주업체가 감소하고, 고용도 줄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소위 경영상태가 안 좋다는 것이다. 조시영 회장이 이 점을 직시하고, 노조 탄압에 나서기 보다는 노조와 함께 이 경영상태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래서 시화공단입주업체들의 경영상태의 개선과 한국경제의 활력제고에 기여했으면 한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아직도 노조에 대한 전근대적 사고에 젖어 있다면 그는 이미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필자소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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