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국회 대표연설,
    청와대가 대신 써준 연설?
    정치혁명 말하며 정치혐오 조장
        2016년 09월 05일 06: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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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5일 국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막말과 갑질 등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많은 국민들은 국회야말로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힐난한다”며 ‘국회개혁’, ‘정치혁명’, ‘부패사슬 적출’ 등을 외쳤다.

    그러면서도 ‘부패한 고위공무원’의 상징이 돼버린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와 정치 혐오를 조장하며 청와대를 둘러싼 논란들을 회피한 것이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헌정70년 총정리국민위원회를 1년 시한으로 설치해서 혁명적인 국회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위원회가 국회의 실상을 낱낱이 알게 되면 그 자체가 국회 개혁이고, 정당 개혁이고, 선거 개혁이고, 정치 개혁”이라며 “이번에 정치 대혁명을 해보자”고 거듭해 ‘정치혁명’을 외쳐댔다.

    “국해(國害)의원…국회는 개혁대상”
    국회 힐난하는 댓글, 막말·갑질 의원 비난에 전력

    그는 초반 연설의 대부분을 국회를 향한 부정적 온라인 댓글을 소개하고 일부 의원들의 막말과 갑질을 비난하는 데에 할애했다. 이는 정치 혐오, 특히 국회 혐오를 부추기면서 우병우 논란으로 ‘개혁의 대상’이 된 청와대를 향한 화살을 국회로 돌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상당수 의원들은 툭하면 공무원들을 하인 다루듯 삿대질하고 고성질타로 윽박지르고 민원 거절에 대한 무형의 보복을 암시하거나 실제로 보복성 질의를 한다”며 “국민의 대표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들은 국회야말로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힐난한다”며 “국회가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이 댓글 상의 일반 국민 생각”이라고 했다.

    사드 배치, 정세균 국회의장 겨냥해 비난하며
    “오직 애국심으로 하나로…”, “눈물로 호소”

    사드 한국 배치와 관련해 이 대표는 “북한이 핵 도발을 연이어 하고 있으나 일부 정치인들이 안보 문제를 정략적 편가르기 수단으로 이용하고 혹은 양비론을 넘어 북한당국이나 주변관련국이 오판하게 접근을 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세균 국회의장 개회사에 포함된 사드 배치와 관련된 의견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사드는 철저하게 북핵 방어를 위해 신중하게 검토된 대안으로 현 단계에서 택할 수 있는 최상의 핵 방어 체계”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사드보다 더 좋은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대승적 결단으로 오직 애국심 하나로 받아 주실 것을 눈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청년수당’ 맹비난
    “부도덕한 정치행위” “국민 우습게 보는 인기영합 정치”

    이정현 대표는 서울시와 정부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청년수당’ 정책을 거론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일부 정치인이 현금은 곧 표라는 정치적 계산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있다”며 “생산적 복지가 아닌 퍼주기식 복지는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고 간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어르신들 상대로 아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다며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파는 것과 같은 부도덕한 정치행위이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인기영합 정치”라고 힐난했다.

    그러나 정부 또한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내용이 거의 흡사한 ‘취업수당’ 정책을 내놓았다. 정부의 취업수당 정책은 취업 준비 청년층에 6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인도 재벌 지배구조 지적해놓고는
    야당 재벌개혁 정책엔 “시비 건다” 비난

    이정현 대표는 “일부 대기업들은 아들, 손주, 증손주, 친인척 등이 차린 회사를 넓히고 키우려고 중소기업 업종으로, 골목상권으로 파고 들어오고 있다”며 재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과 재벌 지배구조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은 채 “일부 정치권의 대기업 정책은 대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모는 위험한 내용이며 민생과 무관하게 지배구조에 시비 거는 사실상 대기업과 권력투쟁을 하는 방향”이라며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결국 표를 모으겠다는 매우 의도적이고 정략적인 정치선전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하는 국회의 노동4법 처리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의한 노동법을 야당은 도대체 왜 반대만 하고 협조를 안 해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수정당 호남 차별에 “참회”…호남-새누리 연정 가능성 열려있어

    이정현 대표는 자신의 호남 출신 최초의 보수정당 대표임을 강조하며 “지금의 새누리당 정부와 이전의 보수 정부가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새누리당 당 대표로서 이 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은 진보도 과격도, 급진도, 특정 정당 전유물도 아니다. 호남은 호남이다”라며 “대한민국이 또 한 번의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이정현, 박근혜 아바타 연설?
    야당들 “현안 침묵, 국회 폄훼가 대표 역할인가”

    3야당들은 이정현 대표의 이러한 연설에 대해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정치 혐오에 편승한”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반정치적·반의회주의적 연설”이라며 “이정현 대표는 아직도 자신이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라고 혹평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이정현 대표가 국회와 야당의 비난에 열을 올리더라도 “우병우 수석의 잇따른 검증 실패와 부적격 장관 후보자들의 묻지마 임명 강행, 박근혜 정부의 도덕성 추락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현안은 외면한 채 대통령 생각 전파하기에 몰두한 아바타 연설에 박수조차 아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정현 대표는 민심을 앞세우고 있지만 민생대책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며 “이러한 현안들에 침묵한 채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회를 폄훼하는 것이 대표의 역할인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병우 민정수석 등에 제기된 특혜와 의혹, 사드 배치에 대한 국론 분열의 대안, 세월호 진실 규명에 대한 견해,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 등 수많은 현안에 ‘침묵’했다는 비판이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또한 ‘청와대가 대신 써준 새누리당 대표 연설’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의 현재 위기상황과 그 원인인 청와대와 여당의 잘못에는 눈을 감은 채 오로지 정치혐오에 편승해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국회와 국회의원들에게만 화살을 돌려 모든 책임을 묻고 현실을 인식하지 않는 이정현 대표의 낯 뜨거운 연설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을 연상시킬 뿐”이라고 질타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이정현 대표가 무엇보다 가장 노력해야 할 일은 여당이 청와대의 국회 출장소라는 오명을 벗는 일”이라며 “국민의 뜻을 파악하고 이를 청와대에 직보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과 의지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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