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극우정당의 대약진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2016년 09월 05일 10: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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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극우정당의 약진과 그 배경을 다루는 글이다. 필자가 이 글을 보낸 직후 진행된 독일의 지방의회 선거에서 필자가 우려하던 대로 극우정당의 약진이 이뤄졌다. 극우정당이 메클렌부르크 주의회 선거에서 1위를 노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2위 득표를 했다. 충격적인 것은 연방정부의 집권당이고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가 있는 이 곳에서 집권 기민당이 극우정당에도 밀려 3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독일 기민당(CDU) 소속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가 있는 메클렌부르크주 지방선거에서 반 난민 극우정당(AfD)이 대약진하며 CDU를 제치고 2당의 지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이날 밤 현재 공영 ARD, ZDF TV 등 현지 언론이 보도한 정당별 잠정 득표율을 보면 지금의 주정부 다수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30.4%, 반유로·반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21.4%, CDU 19.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서 좌파당(Die Linke)은 12.9%, 녹색당은 의석배분 최소득표율인 5% 기준에 약간 모자란 4.9%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 신나치 세력으로도 불리며 해산심판이 논의되는 민족민주당은 3.0%, 친기업 자유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은 2.9% 득표에 머물러 의회 입성이 좌절됐다.

    기민당의 이런 득표율은 이 주의회 선거에서 기록한 역대 최악의 성적이며, 기민당이 지금까지 선거에서 AfD에 뒤처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선거 결과는 필자가 우려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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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31일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가능한 모든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을 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메르켈 총리의 베를린선언은 더블린조약의 파기를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 등과 같은 국가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반면에 헝가리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과 스페인·이탈리아는 일제히 환호의 메시지를 보냈다. 엇갈린 반응의 이유는 더블린조약이 가지고 있는 독소조항 때문이었다.

    1997년 난민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더블린조약이 출범할 때만 해도 가입국은 12개국에 불과했다. 더블린조약은 “최초로 도착한 국가에서 난민문제를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최초로 도착한 국가라고 규정한 것은 난민들이 복지 혜택이 좋은 국가들을 선택하는 소위 ‘망명지 쇼핑’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20여년이 지나면서 EU 가입국들이 계속해서 늘어나자 “최초로 도착한 국가”라는 규정은 독소조항으로 돌변했다.

    지난해 시리아를 탈출한 대규모 난민들이 발칸국가들을 지나 헝가리에 도착하면서 더블린조약의 독소조항이 그대로 조약에 따라 수십만의 난민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헝가리는 더블린조약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헝가리 정부는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난민들의 행렬을 조약에 따라 ‘통제’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이 헝가리의 태도를 격렬히 비난하면서 사태는 외교문제로 비화했다. 문제는 난민들의 목적지가 오스트리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8월 29일, 오스트리아 고속도로에 버려진 대형냉동차에서 어린아이를 포함해 71명이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됐다. 이들의 목적지는 독일의 뮌헨이었다. 이틀 후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선언을 통해 “최초로 도착한 국가”라는 독소조항의 무효를 선언했다.

    사민당(SPD) 총리라도 어려웠을 문제를 보수정당인 기민당(CDU)의 메르켈 총리가 ‘인도적 차원’이라며 전격적으로 결단하자 유럽의 좌파언론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최초 국가일 가능성이 없는 영국과 프랑스가 반발한 것도, 헝가리나 크로아티아를 비롯해 언제나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최초 국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환영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연방의회 진출을 목전에 둔 독일의 극우정당 AfD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치생명이 최대위기에 직면했다. 난민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동시에 메르켈의 지지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뮌헨에서도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지면서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당장 9월 4일 실시되는 메클린부르크 주 의회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를 보면 다소 충격적인 결과까지 예상되고 있다.

    기민당은 22%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 차이로 추격하며 언론들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반 난민정서를 선동하고 있는 AfD가 선전을 넘어 전후 독일 역사에서 극우정당이 비록 주 의회 선거지만 1위를 차지하기 직전인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메클렌부르크에 선거구를 가지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난민과 테러는 무관”하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기민당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AfD의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다.

    AfD의 급부상은 단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올해 3월에 실시된 작센안할트 주 의회선거에서 AfD는 제2당(24%)으로 뛰어올랐다. 기민당은 제1당(29%)을 차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사민당(10%)뿐만 아니라 녹색당까지 끌어들였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굴욕적이었지만 구 동독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좌파당(16%)의 양해를 얻어 3당이 ‘소수연정’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주 의회는 AfD의 다수 의석과 좌파당의 캐스팅보트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교착 상태에 놓였다. 타협이 가능한 의제는 녹색 정도뿐이다.

    AfD의 급성장 배경은 극우단체인 페기다(PEGIDA,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동유럽과 터키 등의 이주노동자(난민들이 아니라)들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를 거쳐 뮌헨으로 들어오거나, 체코의 프라하을 거쳐 뉘른베르크 혹은 드레스덴으로 대거 들어왔다. 이동경로의 특성 탓에 바이에른 주와 구 동독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바이에른 주 자체가 우익경향이 강한 지역인데다 이곳의 집권당은 기민당의 연립정당인 기사당(CSU)이다. 바이에른 주에서 네오나치가 득세한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페기다

    올해 7월 드레스덴에서 페기다가 개최한 반 난민 집회에서 2만 여명이 참가해 독일을 경악시켰다

    수공업적인 네오나치와 달리 페기다를 설립한 루츠 바흐만(Lutz Bachmann)은 체계적인 네트워크 형태로 조직을 구축했다. EU 사람들은 비아냥거리지만 “기독교와 유대교에 기반한 인본주의”를 페기다의 노선으로 내세우며 이슬람에 반대하는 극우주의자들을 계속해서 끌어 모으고 있다. SNS를 통해 지역별 활동들을 공유하는 것도 과거의 극우조직과는 다른 모습이다.

    페기다는 지속적으로 대중집회를 개최하면서 불과 2년 만에 정확한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급성장했다. 7월 한 달 동안, 조직의 근거지인 드레스덴의 집회에 2만여 명이 참여한 것을 비롯해 구 동독 지역에만 십만 명 이상이 ‘반 난민’ 깃발 아래 모여들었다. 구 동독지역에서 맹위를 떨치던 페기다는 니더작센의 쾰른 등을 포함해 구 서독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시에 규모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페기다와 AfD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다. 이를테면 페기다 조직이 탄탄한 곳에서 AfD 역시 높은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 페기다 조직이 전국으로 확대되자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구 서독지역에서 AfD의 지지율도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와 실업률이 높은 주에서는 지지율이 20%가 넘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 정당들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AfD는 페기다의 낙수효과를 톡톡히 받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 내부에는 페기다와 연대해야 한다는 강경파도 존재하지만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와 주요 지도부는 선을 긋고 있다. 현재의 지지율이라면 내년 연방선거에서 수십 명의 의원을 배출하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돌발변수가 생기는 것을 피하자는 것이 지도부의 판단이다. 루츠 바흐만이 SNS에 히틀러를 연상하게 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일이 벌어지자 AfD는 재빠르게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페기다의 등장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분명 AfD이다. 불과 3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봐도 AfD는 불과 몇 개 주에서 5% 내외의 지지율을 보이는 정도였다. 페기다가 독일 전역에서 ‘반 이슬람과 반 난민’을 선동하면서 AfD의 지지율도 덩달아 올라갔다. 메르켈 총리의 선언으로 지난 1년 동안 수십만 명의 난민들이 독일로 들어왔고, 페기다의 목소리는 더 커졌으며, AfD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재의 지지율이 그대로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으로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메클렌부르크 주 의회 선거에서 AfD에게 제1당의 자리를 내준다면 메르켈 총리의 정치생명마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심지어 AfD 악몽에 기가 눌린 사민당의 가브리엘 부총리 겸 당 대표는 “난민문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보수정당인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가 난민문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민당의 대표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기현상이 벌이지고 있다.

    AfD에도 악재는 있다. 그동안 AfD의 충실한 외곽부대 역할을 했던 페기다의 루츠 바흐만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신당 창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드레스덴 회의에서 잠정적으로 결정된 신당의 명칭은 ‘자유와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당’(Popular Party for Freedom and Direct Democracy)으로 알려졌다. 루츠 바흐만은 AfD와 경쟁을 피하면서 선거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메클렌부르크과 베를린(9월 18일)에 전력투구하고 있던 AfD는 드레스덴 회의를 놓고 당 내부의 강·온파 사이에 논쟁이 재 점화되고 있다.

    재선거 치러지는 오스트리아 대선, 극우정당 후보 당선 유력

    전후 연방의회에 극우정당의 진출이 가시화된 독일만이 아니라 오스트리아도 격랑에 빠져있다. 다음 달 실시되는 대선 재선거에서 극우정당인 자유당(FPA)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호퍼 후보가 무려 36%의 득표율을 올리며 1위를 차지하며 유럽을 충격에 빠트렸다. 녹색당 출신의 무소속 알렉산더 반데어벨렌가 2위에 오르며 집권 대연정 다수당인 사민당과 국민당(APP)은 결선투표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베르너 파이만총리는 사민당 대표와 총리직을 사퇴하며 50대 나이에 정치인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결선투표에서 반데어벨렌가 우편투표에서 극적으로 역전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대법원이 우편투표의 개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재선거를 판결했다. 불과 몇 개월이지만 난민문제는 더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자유당은 오스트리아가 최대의 피해자라고 선동하면서 호퍼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유럽의 극우정당들과는 달리 전쟁의 상혼이 채 아물지도 않은 1956년에 등장한 긴 역사를 가진 정당이다. 다른 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록 한 자리 숫자의 지지율이지만 곧바로 원내에 진출했다. 30년 동안 조금씩 지지율을 늘리며 두 자리 숫자의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원내에서는 극우적인 목소리들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자유당이 급성장한 것은 외르크 하이더가 대표를 맡으면서부터였다. 빈 대학교 법학교수인 하이더는 화려한 연설과 능수능란한 제스처를 구사하면서 당의 지지율을 계속해서 끌어올렸다. 1999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27%를 득표하며 최대의 성공을 거두었다. 중도우파인 국민당이 제1당을 유지했지만 과반수에는 턱없이 부족하자 반세기 동안 경쟁관계였던 사민당에게 연정을 제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독일의 기민당과 사민당처럼 대연정을 하는 경우가 흔한 일이지만 ‘붉은 비엔나’의 주역인 사민당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2000년 초, 유럽 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당과 자유당의 연립정부가 탄생했다. 비록 파트너지만 극우정당이 집권당이 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국제적인 공식행사에 국민당을 초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압박했다. 자유당의 성공이 국제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자유당 내부는 연정을 이탈하자는 주장과 유지하자는 주장이 대립하면서 당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졌다. 연정을 유지하려면 무언가 대가가 있어야 했다. 하이더는 자유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내각에 불참한다는 선언을 하면서 연정을 가까스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이더의 사퇴를 둘러싼 논쟁이 자유당에서 그치지 않으면서 연정은 붕괴됐다. 이어 열린 조기총선에서 자유당의 지지율은 1/3토막이 나면서 책임소재를 놓고 또다시 당은 내분에 휩싸였다. 하이더는 당을 떠나 ‘오스트리아 미래연합’이라는 또 다른 극우정당을 창당했다.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하이더를 앞세운 미래연합은 2008년 총선에서 21석(전체 183석)을 얻으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2008년 총선은 9년 만에 오스트리아에게 두 번째 충격을 준 선거였다. 하이더가 떠난 자리에 그에 견주어 손색이 없는 대중 장악력을 가진 30대의 하인즈 크리스천 스트라체가 자유당의 대표로 등장하면서 단시간에 지지율을 회복했다. 같은 해 총선에서 자유당은 34석을 획득했다. 두 개의 극우정당이 무려 30%의 지지율을 올리면서 오스트리아를 교착상태로 만들자 사민당과 국민당은 대연정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재기에 성공한 하이더는 총선 후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미래연합은 이후 총선에서 곧바로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hc

    오스트리아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대표 하인즈 크리스천 스트라체. HC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며 자유당을 제1당의 지지율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명목상의 국가원수에 불과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유럽의 국가수장들로서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대통령에게 의회해산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자유당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호퍼 후보는 당선될 경우 “난민문제 해결에 무기력한” 의회를 해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극우정당이 제1당에 오르는 사태가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나기 일보직전인 것이 현재형이다.

    유럽 전역에서 사민주의 정당들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독일 사민당은 내년 총선에서 반세기만에 최저 득표율을 기록할 수도 있는 여론조사가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사민당의 가브리엘 대표가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을 공격하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사회노동당(PSOE)는 포데모스에게 2위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지지율의 하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사민주의 성향의 집권정당인 이탈리아 민주당도 현재의 지지율이라면 차기 총선에서 의석수가 반 토막이 날 전망이다. 북유럽 사민주의정당들의 찬란한 역사도 이미 저물고 있다.

    유럽전역을 보면, 사민주의 정당들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중도우파 정당들의 지지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 지지율을 극우정당들이 흡수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을 이주노동자와 난민문제라고 선동하면서 극우정당들은 계속해서 급성장하고 있다.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스페인의 포데모스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노동계급을 옹호하는 급진좌파정당이 강력할수록 극우정당이 발붙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민주의가 이제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사민주의와는 너무나 동떨어져버린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의 좌회전이 필요할 때다.

    또 하나,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국 내에 빗장을 걸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유럽의회는 급진좌파 정당들과 극우 정당들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교섭단체 규정을 의석수가 아니라 7개 국가로 규정해왔다. 포데모스 같은 급진좌파정당이 유럽의원 당선시키면서도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리 르펜을 중심으로 극우정당들은 유럽국가자유(ENF)라는 교섭단체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2개의 상임위원장을 배분받으면서 유럽의회의 공금으로 유럽전역을 누비고 있다. 교섭단체에 주어지는 연간 300억의 보조금은 극우정당들의 또 다른 자양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때, 포데모스의 대표인 이글레시아스가 그리스 시리자의 지지를 호소한 것처럼,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은 오스트리아 호퍼의 지지를 호소하며 유럽 극우정당들의 단결을 촉구하고 있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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