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文정치'의 시대인가?
    더민주 전당대회, 아직 길은 멀다
        2016년 09월 02일 10: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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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대표였던 최택용 씨의 글이다. 앞으로 정치 관련 칼럼을 연재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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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개최되었던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親박’의 압승으로 끝난 터였다. ‘非박’인 것 외에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끼리 토너먼트 식으로 연속하여 단일화를 했다. 그러고도 親박 이정현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未(덜)박’ 후보들의 득표까지 합하면 압도적인 박의 잔치였다. 전당대회 장은 스스로 군(軍)이라 칭하면서 한 목소리를 내던 국민학교 시절의 운동회를 연상했다. “박군 이겨라! 박군 이겨라!”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선거 제도 하에서 새누리당과 ‘적대적 공존’을 해 온 더민주의 차례가 왔다. 더민주의 전당대회는 예상과 한 치도 틀리지 않게 “문군 이겨라! 문군 이겨라!”가 울려 퍼졌다. ‘非문’ 후보는 ‘문과 사이가 나쁜 것’ 외에 ‘親문’ 후보와 어떤 가치가 다른지를 알기 어려웠고, 게임이 성립되어야 승리자가 될 수 있는 친문 후보를 위한 상대에 불과했다.

    초등학교 시절 들었던 “백군 이겨라! 청군 이겨라!”를 2016년의 대한민국 제 1,2당 전당대회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동심을 잃어버린 탓인지 모르겠지만, 설레지도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

    오해마시라! 나는 박군과 문군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결과를 야유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절차에 의한 결과라면 스코어 차이가 많든 적든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스포츠가 그렇듯이 정당의 경선도 그렇다.

    양당 대회

    새누리당(위)과 더민주 전당대회 모습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심각하다. 경기침체의 장기화, 가계부채 시한폭탄, 양극화 격차 문제,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 남북문제의 파탄, 국토의 원전 밀집화 … 개선되기는커녕 날로 악화되는 이러한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임계점을 넘었을 때, 예상되는 우리 공동체의 붕괴에 모골이 송연할 뿐이다. 위기에 스스로 지탱할 방어력이 가장 낮은 사회적 약자들에겐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상위 10% 노동자와 하위 10% 노동자의 임금격차는 5.25배고 차이는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런 극심한 양극화는 정상적인 사회에서 용납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 비율은 14.7%로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다. 사회가 868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을 조르고 있는 형국이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7.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중 4위이다. 시중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지난해에만 22조7105억 원이 늘었다. 2004년 개업한 서울시내 식당과 편의점 중 10년 동안 살아남은 곳이 2곳 정도 비율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견디지 못한 사람들의 합류로 늘어 난 556만 자영업자들은 과잉 경쟁과 경기침체에 의해 몰락하고 있다. 이런 상태는 경제 성장에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국가적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려고 노력할 때, 정당이 국가를 운영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당면한 중차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당 대표 후보는 없었고, 그러므로 대안과 노선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더민주 당원들 중에서 먼 나라의 ‘버니 샌더스’를 흠모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은 ‘대통령후보 매니저’ 후보를 면접 보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후보들의 주장은 한가지로 수렴된다. ‘내가 좋은 대통령후보 매니저이다. 나를 뽑아야 대통령 선거를 승리한다.’ 아무리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정당이 집권하여 할 ‘일’이 있을 때 성립되는 말이다. 그 ‘일’과 관련된 비전이 없는 정당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혹자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집권을 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이므로 국가적 비전은 대통령 후보가 제시하고, 당은 대통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뒷받침만 하면 된다.’ 참으로 아니 될 소리다.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복수정당제에 기반한 정당정치를 보장하고 있다. 그 의미는, 민주적 정당 운영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서 결정된 그 정당의 가치와 정책을 대통령 후보가 대표하여 국민에게 제시하고 집권하라는 것이다. 행정부와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은 대통령이지만 집권은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함께 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 아무개가 당을 대표하는 것이지, 당이 대통령 아무개 후보에게 소속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인식이 부재하므로 전당대회장에서 “박군 이겨라! 문군 이겨라!”가 울려 퍼지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이 행정부는 물론이고 자기 당을 통해서 의회를 장악하려는 시도, 대통령 주변 참모들의 호가호위가 국정을 농단하는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기실, 더민주의 당 대표 후보들은 더민주가 집권하여 할 ‘국가적 일’에 관한 비전만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4.13총선 당시에 국민들이 지긋지긋하게 들은 뉴스가 무엇이었나? ‘친박, 비박 공천 파동’ ‘당 대표 정무적 공천’을 비롯한 ‘공천 파동’이었다. 지난 2012년 총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책 경쟁은 완전 실종되었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의 대한민국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공천 파동’이 주요 뉴스다.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에서 공천 파동으로 싸움질을 한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는가? 민주주의의 기본을 정립하지 못한 한국 여야 정당들의 현주소다. 국민들이 어떻게 정치권에 희망을 느끼겠나? 초등학생도 자신들의 대표를 공정한 룰에 따라서 민주적으로 선출한다.

    정당 운영의 민주적 원칙과 시스템이 확고하지 않다면, 정당의 주요 인물들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당권과 권력 자체를 잡기 위한 싸움, 공천을 받기 위한 편 가르기와 다툼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런 후진적 정당 질서와 정치 문화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가를 두고 정책 경쟁을 하는 ‘생산적 정파 경쟁’이 아닌 ‘이권을 위한 계파정치’는 지속될 것이고, 민생 대안과 복지정책 수립을 위하여 논쟁하는 정치는 여전히 보기 힘들 것이다.

    즉, 군사독재자의 정당에 맞선 양金 이후 지속되어 온 봉건적 야당을 ‘종이 다른 현대적 민주정당’으로 진화시키는 정상화의 과정은 아직도 본격화 되지 않고 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이, 당권이 당원과 지지자에게 있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실현되어야 할 과제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중에는 당연히 가야 할 그 길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민주적 리더’는 없었다.

    이번 더민주 전당대회의 결과는 존중되어야 한다. 경선의 과정이 대체로 공정하고 민주적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의 두 가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지역위원장 선출과 지역위원회 대의원 선출이 민주적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모래 위에 쌓은 민주주의가 아닌가? 또 하나, 절차적 민주주의는 그 정당의 상태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것일 뿐, 그 정당의 발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야당 역사상, 대의원과 권리 당원들의 투표율이 가장 저조했던 이유를 고민하고 있는가? 승리에 취하지 않은 추미애 당 대표는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필자소개
    전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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