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력발전단지 개발, 이대로는 안돼
    [에정칼럼] 재생에너지사업, '과정의 민주성' 필요
        2016년 09월 02일 09: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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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햇볕이 전국을 달구고 있던 어느 날, 전라북도 장수군에 들어서니 거리마다 빈틈없이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장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중단하라”, “백두대간 파괴하는 풍력발전 막아내자”, “가야유적 파헤치는 풍력발전 결사반대”…

    장수군에 추진되는 대규모 풍력단지를 반대한다는 현수막들이다. 몇몇 기업들이 백두대간 위의 영취산을 중심으로 위 아래로 그리고 금남호남정맥 위에 위치한 장안산을 중심으로 세 가지 갈래로 뻗어나가는 산맥에 3개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개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체 규모를 보면 3MW급 풍력발전기 총 67개를 설치하여 총 201MW 발전용량에 해당한다. 대략 7천억원 대의 투자가 예상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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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사진은 필자

    장수군민은 지난 6월 중순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대운동에 나섰다. 풍력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회사 측은 봄부터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 서명을 받고 있었는데, 지역주민들은 그제서야 그 사업을 인지하게 되었다. 대책위는 사업 추진이 처음부터 불투명했다고 비판하고 있었다. 업체들은 이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채 서명부터 받고 다녔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장수군 이장단 협의회까지 참여하면서 폭넓게 지지를 받으면서, 신속하게 군내 여론을 모아 나갔다. 장수군의회는 7월 12일에 풍력발전단지 개발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이미 장수군수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었다. 전북 내 환경단체(전북환경운동연합과 전북녹색연합)도 대책위에 대한 지지와 연대 의사를 밝혔다.

    이 사업은 8월 26일에 개최된 전기위원회 회의에서 사업 승인이 거부되었다. 전기위원회는 “관할 지자체 및 상당수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전기위원회는 풍력단지 개발이 ‘가야문화 유산 보존’과 ‘야생생물구역 보존’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서부지방산림청은 <산림보호법> 등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수원함양보호구역’이라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었으며, 장수군은 사업 예정지 인근에서 가유문화권 유적 발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해보면 전기위원회의 결정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에너지전환론자들에게는 당혹스러운 것일 수 있다. 기후변화, 핵위험 그리고 미세먼지 문제 등에 직면하면서 에너지전환은 불가피하며, 그를 위해서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의 재생에너지 이용 비중이 아직 극히 적은 상황이서, 2012년에 한국에서 공급된 1차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3.2%에 불과하다. 에너지전환을 앞장서고 있는 독일의 비중이 11.9%에 달하는 것을 염두해두면 갈 길이 멀다. 서둘러 풍력발전을 비롯하여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앞의 사례와 같이 막상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장수의 사례는 사업신청 자체가 반려된 것이지만, 승인이 이루어진 사업도 실제 진행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2001~2014년까지 승인된 64건 중에서 개시 건수는 14개로 22%에 불과했다. 발전사업 전체의 개시율이 45%인 것을 보면 절반 이하의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자료(2015. 1. 29), 2014년 현재).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서 체계적인 분석․연구는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많은 경우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경북 영천에 예정된 풍력발전사업들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운동과 그에 영향을 받은 지자체장의 개발행위 허가 거부로 인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의하면, 40MW 용량의 영천풍력단지를 비롯하여 화산풍력, 보령산풍력, 용산풍력 등의 4개의 풍력단지가 전기위원회의 승인을 받아두고 있었다.

    한국에서 풍력발전은 현재까지는 주로 육상에서 시도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민간업체에 의해서 추진되면서 전력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바람 좋은 곳’을 입지로 삼으려 한다. 그 탓에 계획되는 입지는 대부분 생태계 보전이 잘 되어 있는 백두대간과 그로부터 뻗어 나온 여러 정맥들 위에 위치하게 된다. 2013년 정부는 육상풍력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면서 생태 보전 1급인 지역에도 풍력발전단지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이런 경향을 더욱 부추겼다.

    게다가 주민갈등을 겪는 사례를 살펴보면, ‘친환경적인 에너지’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형적인 ‘토건개발’ 식의 사업 추진 형태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에 대한 정보 공개와 참여 기회는 제한적이며, 보상금 혹은 지원금을 내세워 지역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경우도 잦다.

    이런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면, 지역에서 풍력발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 영덕 반핵운동에 열심히 참여하면서도 지역 내 낙동정맥에 들어서고 있는 풍력발전단지 반대운동에 앞장서는 영양 주민들의 일견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까지도 이해가 가능해진다.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 외부의 기업에 의해서 개발되며 그렇게 발전된 전력도 대부분 지역 외부의 이용자들에 의해서 사용된다는 점에서, 그게 무슨 에너지원이든 자신들의 생활세계를 침해하는 발전사업에 대한 반대운동에 나서는데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막다른 골목에 선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지구를 위협하는’ 핵에너지와 화석연료가 아니라 ‘세상을 구할’ 재생에너지(풍력발전)까지도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고, 그마저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니 대체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다.

    주어진 답은 따로 있지 않다. 특정 핵에너지와 화석연료 자체가 중앙집권적이고 억압적인 기술관료적이며 국제적․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이해나 그 반대 쌍으로 재생에너지는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사회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 주장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완화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회하고, 그저 재생에너지면 된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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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력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기술이 지역 외부의 것이 아니라 내부의 것이 되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우선 풍력발전단지가 왜 필요하며 그것이 어디에 들어설 것인지(혹은 들어서야 하는지), 그것이 도입된다면 예상되는 문제점과 이점이 무엇인지 함께 토론하고 학습하며 의사를 결정하는 참여의 과정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갈등을 경험하는 곳에서 대부분의 반대자들은 정보공개, 의사소통, 민주적 참여 등의 부재에 대해서 언급을 한다. 이런 주장을 풍력발전 반대 주장을 합리화하고 뒷받침하기 위해서 동원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장수군 주민들은 영광 핵발전소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는 자각을 가지고 있었다. 적절한 기회만 마련된다면, 풍력발전 반대운동은 지역 내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지역운동으로 변모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지역운동 안에서 (풍력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기술은 평가되고 길들여져서 적절한 방식으로 수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장수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이런 기대를 거는 것은 과하지는 않을 듯하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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