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
    상원 투표에서 탄핵 확정
    노동자당의 13년 집권 기간 마감돼
        2016년 09월 01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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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 게릴라 출신이자 브라질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결국 탄핵을 당했다. 4월 하원의 투표(탄핵 찬성 367 반대 137)를 거쳐 8월 31일 상원에서 최종 표결을 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통과됐다. 상원의 최종 투표에는 전체 성원 81명의 3분의 2인 54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를 여유있게 충족한 것이다.

    표결에 앞서 30일부터 31일 새벽까지 상원의원 토론이 진행돼, 탄핵 찬성파 의원은 “(탄핵을 통해) 브라질은 다시금 미래를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호세프 대통령 지지 상원의원들은 탄핵 절차를 의회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누가 옳았는지는 역사가 판단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은 1992년 부정부패 혐의로 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한 페르난두 콜로르 대통령에 이어 24년만이며 사상 두 번째 탄핵이다. 콜로르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자 상원의 최종 표결을 앞두고 사임한 바 있다. 하지만 몇 년 뒤 대법원은 콜로르에 대한 탄핵 사유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호세프 대통령의 2018년 말까지 남은 2년 4개월의 임기는 테메르 부통령(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으로 채우게 된다. 당장 테메르는 대통령 자격으로 4일부터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우파인 테메르 부통령은 호세프 대통령의 런닝메이트로 부통령에 당선됐으나 탄핵 움직임이 시작되자 오히려 탄핵을 앞장서서 이끌면서 호세프 대통령 반대파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

    호세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방송화면)

    탄핵이 확정되고 대통령 선서를 한 후의 첫 연설을 통해 테메르는 “이제 단결할 때”라며 불황에 허덕이는 경제를 살리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안정을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녀는 “그들은 우리를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틀렸다.”며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이 위헌이라며 대법원에 제소할 예정이다.

    탄핵 사유는 호세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사용하고 이를 되돌려주지 않는 등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상원에서의 최후변론을 통해 이런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 관례에 따른 것이며, 이전 정부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고 탄핵에 해당되는 죄라고 할 수 없으며, 이를 빌미로 자신을 탄핵하는 것은 정치적 반대파를 몰아내기 위한 쿠데타에 다름 아니라고 반발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된 이후 브라질은 경제 상황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실업률이 급증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했다. 또 브라질 주요정당들이 거의 모두 연루된 국영기업 관련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흐세프의 지지율은 급락하면서 반대파들의 탄핵 움직임이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하지만 이 부패와 뇌물 스캔들과 관련한 검찰 조사에는 탄핵을 추진했던 주요 정치인들도 연루되었고 하원에서 탄핵을 표결로 밀어붙였던 쿠냐 하원의장은 법원의 자격정치 판결을 받고 의장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탄핵을 추진한 상원의 상당수 의원들도 이에 자유롭지 못하며 테메르 부통령도 부패 관련 의혹과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검찰의 부패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빨리 결정하고 정치적 안정을 모색하려는 것이 탄핵 찬성파들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극심한 경제난뿐 아니라 테메르 부통령 등 탄핵 찬성파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도 극도로 낮은 상황이며, 호세프 지지세력들의 강력한 시위와 투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브라질의 정치상황이 안정을 찾을지는 미지수이다.

    2010년에 당선된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으로 같은 노동자당 소속인 룰라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당선됐다. 이후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의 탄핵으로 노동자당은 2002년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13년간 이어오던 집권을 마감하게 됐다.

    한편 브라질의 탄핵 결정에 대해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좌파세력이 집권한 남미 국가들이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고, 반면 미국은 이번 탄핵이 브라질 헌법 질서 안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브라질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탄핵 결정에 대한 우회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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