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 노동자'
기간제보다 더 열악해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는 노동자
    2016년 08월 29일 07: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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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품을 위탁판매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 24일 나왔다. 근무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회사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들은 개인 판매사업자라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나’를 따져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따른 것이다.

노동자성을 부정당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노동관계법, 사회보험 등 어떤 것도 적용받을 수 없게 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성을 전면 부정하는 판례를 또 한 번 만든 것으로 다양하고 복잡해진 고용형태가 존재하는 시대 상황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우리나라의 특고노동자 규모는 218만 1000여명이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노동자성에 대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개인사업자로 위장된’ 200만 규모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노동권 사각지대에 몰아넣는 데에 일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용노동부가 정의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는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 영역에 있는 자로서, 스스로 고객을 찾거나 맞이해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고 일한 만큼 소득을 얻고, 노무 제공의 방법이나 노무 제공시간 등은 본인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다.

여기서 특고노동자와 노동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개념은 ‘사용자 종속성’이다. 사용자와 종속관계에 있는지, 임금이 근로의 대가인지를 판단해 종속관계에 있으면 노동자이고 그렇지 않으면 특수고용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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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모습(사진=유하라)

갈수록 복잡해지는 고용형태…
‘사용자 종속성’ 하나로 노동자성 판단할 수 있을까

산업구조의 변화로 서비스업종이 발달하면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규모와 직종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용자 종속성’ 하나로만 노동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기계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선진국은 이러한 흐름을 일찍이 반영해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 ILO는 종속적 위임자 또는 유사근로자, EU는 ‘경제적 종속근로자’, 독일은 유사근로자, 영국은 노무제공자로 부르고 있다. 프랑스는 특별한 명칭이 없이 특수형태직군을 지정해 개별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개념만 존재할 뿐 그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이들을 보호할 법제화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노총,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매일노동뉴스, 강병원 더민주 의원실이 주관한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는 노동자 : 특수고용 비정규직 실태와 대안 출간 기념 국회 토론회’가 29일 오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 책의 저자인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역시 “‘사용자 종속성’이라는 것은 제조업처럼 위계관계가 분명하고 지시‧명령관계가 분명한 전통적인 산업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산업이 변화하고 고용형태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해진 상황에서 ‘사용자 종속성’ 하나만 보고 종속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용업체의 지휘‧감독 하에서 업무를 수행할 경우의 ‘사용자 종속성’외에 사용업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내용의 계약 하에서 자신의 수익을 사용업체에 이전하고, 그러면서 사용업체 계산에 따라 임금을 받는 ‘경제 종속성’과 사용업체의 사업조직에 결합되거나 사용업체에 필요한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 종속성’도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노동자성을 결정하는 이 3가지 주요 근거 중 단 하나만이라도 인정된다면 그 특고 노동자의 노동자성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성 판단 근거가 된 기존 ‘사용자 종속성’ 외에 ‘경제 종속성’과 ‘조직 종속석’은 고용형태가 복잡하고 다양해진 시대적 흐름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에 의해 조작‧위장되는 종속성 지표

조 대표 등이 2006년 특고 노동자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특고 노동자 직종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으나, 10년 동안 특고 노동자는 50개 직종까지 늘어났다. 여당의 반대 등으로 특고노동자에 대한 법제화는 이뤄지지 못한 반면, 사용자의 ‘노동자성 지우기’를 위한 꾸준한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조 대표는 “특고노동자 법제화는 이뤄지지 않았는데 사용자들의 위장, 조장은 더 간교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경제종속성만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3가지 종속성 유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ILO가 사실 우선의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사용자들이 이 종속성 지표를 위장 조작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종속성과 경제적 종속성은) 사용자들이 얼마든지 사용자들이 쉽게 바꿀 수 있다. 이미 2006년, 10년 전 조사에서도 확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의 경우, 기존에 개시됐던 직무 수칙이 자율적인 행동수칙으로 바뀌었고, 학습지교사는 사무실 출근, 업무 일지 작성 등의 규정을 일시 중단했다. 택배기사는 택배회사와 기사 사이에 대리점이 생긴 점 등이 사용자 종속성을 은폐, 조작하는 사례다.

사용자 종속성이 조작, 은폐가 가능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경제종속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2006년 이후 사용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경제종속성 지표까지 조작, 위장을 확산해왔다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경제적 종속성 은폐 사례는 이렇다. 경제적 종속성의 주요 지표가 되는 작업 수단(가령 통신 노동자들이 업무에 쓰는 PDA)을 노동자 개인이 구입하고 유지‧보존하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타워크fp인, 굴삭기, 레미콘 등 건설기계 차량, 덤프트럭 등 화물차량 기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는 “하는 일은 똑같은데 IMF 이후 노동자들이 이 차량을 사도록 강제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는 수입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차량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유지비, 수리비용을 다 부담해야 한다”며 “사용자 입장에선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종속성을 은폐하는 수단이 되고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중으로 편의를 취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제종속성 지표는 조작은 확산되고 있다. 골프장 경기 보조원은 골프장이 캐디비를 지급해왔는데 이것을 고객이 직접 지급하도록 바뀐 것이 그 사례”라며 “사용업체에 대한 경제종속성이 낮아졌지만, 현장에서 하는 감시감독을 똑같은데 보다 간접적, 은밀하게 종속성 지표들이 하나씩 위장 조작되고 있다”고 했다.

기간제보다 나쁜 일자리 ‘특고 노동’
노동자 개념 ‘확대’하는 법제화 노력 필요

조 대표는 2006년 연구 당시와 마찬가지로 특고노동자에 대한 법제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법, 더 나아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근로자)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고노동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고, 업종조차 다 파악할 수가 없을 정도”라며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사람만 1백만명 규모이고, 자영업자로 분류돼있는 1백만 명만 봐도 어떤가.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가도 노동자성 인정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특고노동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직‧간접 노동자들을 조사해서 비교해본 결과, 종속성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있더라도 아주 근소한 차이였다. 특고 노동자 직종들을 살펴보니 종속성이 높은 경우도 나타난다”며 “이는 특고 노동자도 똑같은 노동자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 대표는 특고노동자를 “가장 나쁜 비정규직”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용자들이 사용자로서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그래서 노동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가장 나쁜 비정규직부터 없애야만 기간제 노동자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며 “기간제 보다 더 나쁜 비정규직인 특고 노동자를 그대로 둔다면 기간제 노동자들은 모두 불법파견, 용역, 특수고용으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가장 나쁜 것부터 없애는 것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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