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유가족 전면 단식
    "숨기만 하는 더민주, 배신 그 자체"
    단식 8일째 유경근 집행위원장, 효소 섭취도 끊어
        2016년 08월 24일 05: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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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장에 무언가 바뀌진 않아도 희망을 잃지 않고 버리지 않아도 되겠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을 믿고 함께 싸워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야당이 우리에게 저지른 일들, 우리에게 내뱉은 말들은 배신 그 자체였다…그럼에도 여전히 국회만이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달라는 호소를 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단식하기로 마음 먹었다”(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24일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을 요구하며 ‘전면 단식’에 나선다. 지난 2014년 7월, 올바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 이후 2년 만이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 개정 촉구 전면 단식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부터 12명의 유가족들이 단식이 돌입한다. 유가족들의 이번 단식은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제1과제로 두고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던 야당들을 향한 호소다. 8일째 단식 중인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지난 17일부터 효소 섭취도 끊고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야윈 얼굴의 유 집행위원장은 거대야당이 되고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좀처럼 의지를 보이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표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과반수 의석이 돼야 참사의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더니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180석이 되지 않아 할 수 없다’, ‘선진화법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정치라는 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소수야당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표를 달라던 더민주가 거대야당이 되고선 또 다른 핑계를 찾아 세월호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야당이 유가족들에게 ‘유가족 여러분들이 여당을 만나 설득해주면 안되겠나’ 부탁했다. 그래서 여당 의원들을 쫓아다녔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특검을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더니, 정세균 의장은 국회 질서가 파괴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우리에게 ‘여론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 유가족들은 만나는 야당 의원마다 특별법 개정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관심가지고 있다. 박주민이 열심히 뛰고 있지 않나’라고 답한다. 박주민 변호사를 국회로 보낸 것이 후회스럽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거 다 알지 않나. 그렇게 수많은 야당 의원들은 뒤에 숨어, 자신이 왜, 이 일을 하지 않는지에 대한 핑계거리만 찾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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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기자회견(사진=유하라)

    “단식 왜 하냐고요? 그동안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유 집행위원장은 세월호와 관련한 여야 3당의 합의를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 세월호 선체를 조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합의서의 그 내용은 정부여당이 세월호특조위를 철저히 무력화하기 위해 내세운 모략이다. 그런데 야당은 그걸 받아놓고 그걸 합의라고 얘기한다”면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여당의 그 주장이 무슨 의미이고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몰라서 그러는 것인가. 여당과 왜 그런 합의를 했는지 일언반구 설명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2일 여야 3당은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활동을 계속하기로 합의하되, 조사 기간, 조사 주체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앞으로 원내대표가 협의하기로 한다’고만 합의했다. 이는 보다 앞서 3일 야3당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을 원포인트로 8월 국회에서 추진한다’는 합의와 비교했을 때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지난 2년 반 동안 야당만 바라봤다. 진도 앞바다에 빠져 죽고 싶다는 생각을 눌러 참으며 진상규명을 호소해왔다”며 “그런데 지금은 야당이 앞장서서 희망의 싹을 짓밟고 있다. 그런 정치인을 보며 희망을 가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어떠한 반응도 답도 없다. 더민주 못지않은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답을 달라”고 촉구했다.

    참사로 아들 재욱 군을 잃은 홍영미 씨도 “평범한 엄마가 우리 아이가 왜 희생됐는지 이유가 알고 싶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오직 그 마음 하나로 이 자리에 다시 단식을 하려고 나왔다. 단식 왜 하냐고요? 그동안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이제 정말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단식을 한다”고 말했다.

    홍 씨는 여야 의원들에게 “피가 마르고 뼈가 녹는 그 마음을 손톱만큼이라도 알아준다면 유가족이 더 이상 거리에 나서지 않도록 이 상황을 풀어주길 바란다”며 “진상규명으로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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