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첫 노동의 경험,
    10대 알바 노동자의 현실
    "제가 쓴 근로계약서가 노동법 위반이라고요?"
        2016년 08월 23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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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첫 노동에서 아르바이트 청소년 노동자 A는 ‘노동의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불법, 편법, 부당함, 모욕적인 순간과 먼저 맞닿았다.

    A는 일을 마치고 온 어느 날 밤, 억울하고 분하고 불안한 마음이 뒤엉켜 밤새 뒤척였다. 9시간 내내 서 있던 탓에 다리도 끊어질 듯 아팠고, 내일 또 ‘그 놈’ 얼굴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옥 같았다. 지금 당장 일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근로계약서의 퇴사와 관련한 조항들이 마음에 걸렸다.

    근로계약서라는 것 자체를 실물로 처음 본 A는 그 종이쪼가리가 자신을 이렇게 괴롭힐지는 몰랐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동의하고 서명을 해야만 일할 수 있다기에 그저 그리 했을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A는 어디에서도 근로계약서에 대해, 노동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다. 학교에선 하다못해 ‘근로계약서 작성 팁’도 배운 적이 없었고, 부모님에겐 밥상머리에서라도 들어본 적이 없다. A가 아는 거라곤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주면 안 된다는 정도였다.

    “싫다고 제대로 표현을 못했는데…괜찮을까요”

    내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A는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가기로 했다. 난생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다. 알바를 시작한 계기도 여행경비는 모으기 위해서였다. 대학 등록금을 준비해야 하는 부모님께 차마 여행경비까진 손을 벌릴 수 없었다. 친구들도 모두 알바에 뛰어 들었고 그 중에 알바 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친구도 있었다.

    방학 중엔 알바 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데다 3개월 수습기간을 정해놓고 최저임금도 안 주는 곳도 파다했다. 집에서 가깝고, 최저임금(2016년 기준 6,030원)은 주는 정도의 최소요건을 충족한다면 얼른 잡고 봐야 했다. 그렇게 지난 7월부터 한 퓨전 레스토랑에 문제의 근로계약을 하게 됐다.

    니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모습(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A가 일한 곳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부쩍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짬뽕과 파스타를 섞은 퓨전요리 프랜차이즈 니***이라는 곳이다. 방학 기간이라 홀은 늘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바쁠 땐 6명, 그렇지 않을 땐 3~4명 정도가 함께 일했다. 하루 4시간 일하기로 했지만 한 달의 절반 이상은 9시간, 거의 풀타임으로 일했다.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쉬운 일 없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더 많이 일하면 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거지’ 라는 생각도 있었다.

    차차 일을 배워갈 즈음해서 일이 생겼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A의 배와 허리를 주물렀다. 온 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A의 허리를 주물럭거린 자는 남자 직원 B였다.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선 채로 한참을 있었다. 그러자 B는 “다른 애들은 이렇게 만지면 난리치던데 넌 왜 가만히 있느냐”고 빈정댔다. B는 이런 일이 있기 전에도 A에게 간혹 ‘내가 널 왜 이제야 만났는지 모르겠다’ 등의 말을 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웃으며 무시해버리기 일쑤였다. 언짢았지만 그저 장난이겠거니 생각했었다.

    B는 탈의를 할 때에도 A가 버젓이 홀에 있는데도 카운터 뒤에 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와”, “보고 싶으면 들어와서 봐도 돼” 등의 말을 서슴지 않고 했다. A는 거절했지만 ‘더 이상 그런 말을 하지 말라’, ‘기분 나쁘다’ 수준의 의사표현조차도 하지 못했다. 일단은 너무 당황스러웠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맞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장난도 못 받아들이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진 않을까 생각했다.

    A는 출근할 때마다 온 신경이 곤두섰다. 어느 날은 B가 카운터 뒤로 들어가 또 다시 A를 불렀다. A는 B가 자신을 부르자마자 “싫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B가 A의 머리를 때리며 자기가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냐고 다그쳤다. 업무지시를 위해 부른 것일 뿐이라는 거다.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화가 치솟고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신고는커녕 친구들에게도 이 일에 대해 털어놓기 힘들었다. ‘그런 일이 있던 당시에 왜 저항하지 않았냐’는 비난을 들을까 두려웠다. 어렵게 엄마에게 말했더니 “가게에 전화하겠다”, “당장 그만둬라”며 화를 냈지만, 말렸다. 엄마 뒤에 숨어 스스로 ‘꿈틀’ 해보지도 못하는 건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A는 사장에게 사실을 있는 대로 말했다. 사장은 “직원 교육을 잘 시키겠다”고 하면서도 “내가 보기엔 별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사장은 B가 아닌 A를 다른 매장에서 일하도록 조치했다.

    계약서

    A씨의 근로계약서

    “제가 쓴 근로계약서가 노동법 위반이라구요?”

    “별일 아닌 것 같다”는 사장의 말에 A는 절망했다.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퇴사 사유로 더 이상 ‘별일 아닌’ 문제를 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 달 전 일을 시작할 때 썼던 근로계약서가 A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A의 근로계약서엔 ‘퇴사 시 최소 2주 전 사업주에게 통보해야 한다’, ‘무단결근으로 인한 퇴사 시 급여의 50%만 지급’ 조항이 포함돼있었다. 섣불리 당장 그만두겠다고 말했다가 임금을 온전히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 걱정이지만 근로기준법을 1도 몰랐던 당시엔 ‘급여의 50%만 지급’ 조항이 담긴 근로계약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사장에게 어렵게, 어렵게 말을 꺼내 근로계약서를 받았다.

    근로계약서를 들고 알바를 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심지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주변엔 딱히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었다. 한참을 인터넷 검색했지만 뭐가 뭔지 뜻도 모르는 단어들이 난무했다.

    A는 근로기준법에 대해 비교적 잘 아는 ‘친구의 언니의 친구’까지 알음알음으로 찾아 물었다. 근로계약서가 노동법 위반으로 가득하다는 것이 돌아온 답이었다. 퇴사 시 사전 고지 의무는 있지만 지금 당장 그만둔다고 해도, 급여의 50%를 삭감한다는 근로계약은 모두 ‘무효’라고 했다.

    근무시간이나 수당의 문제도 있었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계약을 맺은 ‘소정근로시간 이상을 근무할 경우’ 사업주가 시급의 50%를 가산해 ‘연장수당’을 줘야 한다는 거다. A는 근로계약서를 쓸 때 평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을 일하기로 했다. 그러나 8월 한 달의 절반 이상을 8시간, 9시간을 일했고, 계약서대로 4시간을 일하려면 2주 전에 미리 고지해야 했다. 출퇴근 시간 스케줄은 출근 이틀 전에 나왔다. 이에 더해 주 15시간 이상 근무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론 화가 났다. “내가 이 따위 계약서에 서명했다니”

    근로계약서엔 없는 이상한 내부규정

    A의 생애 첫 노동은 이렇듯 불법과 편법, 부당함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근로계약서엔 명시돼 있지 않은 내부 규정에 있었다.

    유니폼을 갈아입는 등 업무 전 준비를 위해 10분 전 출근을 원칙으로 했다. 이를 어길 경우 시급의 3000원, 50%를 삭감해버렸다. 실제로 함께 일하는 알바 노동자가 업무 시작 시간 기준으로 1분 늦었다는 이유로 이 내부규정을 적용 ‘당한 적도 있다’.

    시급 책정 기준을 30분 단위로 잘라 지급하는 것도 이상했다. 예컨대 오후 9시 20분에 근무가 끝나면 9시까지, 9시 50분에 끝나면 9시 30분까지 일한 것으로 쳐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20일 간 20분 씩 더 일했다 치면 무려 40,200원을 받지 못하고 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9시 55분에 근무가 끝나도 30분으로 잘라 3000원만 지급하기 일쑤였다.

    A는 노동청에 신고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자신이 받지 못한 수당과 임금을 모두 정당하게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알바를 하는 다른 친구들과 모여 노동청에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폰으로 돌려 일련의 상황을 설명하고 노동청의 답변을 기다렸다.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학교도, 부모님도 가르쳐 준 적 없는 근로기준법이지만, 그래서 ‘ㄱ’도 모른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사를 당해왔지만, 우리 10대 알바 노동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목전에 다가왔다는 사실에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A의 장황하고도 길고 긴 설명과 달리 노동청은 “앞에 대기자가 40명이나 되네요”라고 답했다. 너무나 단순명료한 답변이라 환호에 차기 직전까지 갔던 우리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A가 한 달 여간 일하며 받지 못한 각종 수당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사업주와 직접 싸워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의 고단함도 혼자 감당해야만 한다. A는 결국 노동청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 언제 쯤 받지 못한 임금과 수당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A의 생애 첫 노동은 끝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 중 무려 25.1% (2014년 기준)가 1번 이상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 대한 근기법 위반은 비일비재하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의 알바권리상담센터 조사 결과, 올해 최저임금인 6030원보다 적게 받은 10대 노동자는 31.9%나 됐다. 구직사이트인 <알바천국>에서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10대 알바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화 규정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고용노동부와 중앙대산학협력단의 조사 결과(2011년)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 추가근무를 요구하거나, 가산수당을 미지급 받은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됐다.

    생애 첫 노동을 경험하는 연령층인 10대 노동자들에게 부당노동이 빈번한 이유는 노동의 교육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 등 노동에 관한 기본적인 교육이 학교는커녕 가정에서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근로계약서가 ‘어리고 잘 모른다’는 이유로 그들을 공격하는 불법의 도구가 되고 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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