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종북몰이
    "사드 반대는 북한 의도 말려 드는 것"
    정의당 "대통령, 안전점퍼 입고 위기조장 퍼포먼스"
        2016년 08월 22일 05: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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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의 한국 망명을 두고 김정은 정권에 대해 “체제 동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논란에 대해선 “내부 갈등과 혼란을 가중시키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 공사의 망명을 근거로 한반도 긴장감을 조성해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 셈이다. 특히 사드 논란과 관해선 ‘북한의 의도’라는 발언까지 동원해 정부 정책 강행을 위해 대통령이 자진해 ‘종북몰이’에 나서는 등 내부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태 공사의 탈북과 관련해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극단의 길을 가고 있고, 핵심 엘리트층마저 이반하면서 탈북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잠시도 방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은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추가 탈북을 방지하면서 우리 사회에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사이버테러를 포함해 우리를 겨냥한 각종 테러와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또한 “이처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인 만큼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훈련도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실전 같은 훈련이 돼야 한다”며 “국민들도 경각심을 갖고 국가 안보에 있어서 한마음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드 한국 배치 논란에 대해선 “지금 북한 정권은 핵 보유국을 자처하며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이라고 선언하는 등 비핵화에 대한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면에 위선적인 통전 공세로 남남 갈등을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도발을 계속해 오기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도 적반하장으로 왜곡하면서 추가 도발의 빌미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며 “이런 북한의 공세에 우리가 휘말려서 내부 갈등과 혼란을 가중시키면 바로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환경영향평가조차 시행하지 않은 채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사드 배치와 배치 지역을 결정해 분열을 야기해놓고는 사드 배치 반대론자를 ‘북한의 공세에 휘말린’, ‘북한의 의도에 말려든’ 세력을 폄하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을 핑계 삼아 사드 반대 여론에 ‘재갈 물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야당의 지적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고 “사드 논란은 정부가 반성할 일이지 종북 프레임을 들이댈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으로 몰아 입을 막으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북한은 모든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치트 키’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이런 행태야말로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사드와 관련한 논란을 더욱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걱정한다면 테러 위기 등의 긴장 조성이 아닌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고려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변인은 “진정 북 위기설을 느낀다면 북한의 의도 운운하며 졸속적 사드 배치를 물 타기 하기보단 오락가락 외교안보 정책으로 추락한 정부의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면서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안전점퍼 입고 ‘위기조장 퍼포먼스’ 하는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북 핵심 엘리트층의 연이은 탈북이 북한의 체제 동요를 보여준다는 주장 또한 학계에서 ‘과대포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태영호 공사 개인의 망명을 두고 북한 체제 내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보도를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북한 체제 내에서의 심각한 변화 등은 관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유념할 것은 태영호 공사 등과 같은 외교관이 북한의 최고위 엘리트인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그 이유는 북한이 약 160여 개국과 수교를 하고 있고 적지 않은 해외 공관을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태 공사가 마치 북한의 외교관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보도는 과대포장”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태 공사 탈북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 “사건이 터진 이후, 3일 만에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 첫 반응을 보였다. 핵심 내용은 태영호 공사가 범죄자이고, 이 범죄 행위가 발각되어 소환을 앞둔 상태에서 그 법적 처벌이 두려워 도주했다는 것이다. 주요 범죄행위는 횡령, 기밀누설, 미성년 강간 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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