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여성주의,
갈등과 연대의 민주주의
[토론] 정당 지향과 당내 민주주의
    2016년 08월 19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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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회의 글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땅’ 링크

차별과 혐오의 층위와 중첩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이번 사건에서 비춰진 ‘청년세대’의 대립 양상을 보며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이었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여혐 문화나 이에 대한 다양한 대립 양상들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살인사건 추모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별 간 대립은 그 동안 알고 있던 분위기를 훨씬 뛰어 넘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나도 그러한 분위기에서 세대라는 측면에서 실제로 한 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관망하는 자세가 가능했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컸던 가장 큰 이유는 궁극적으로 청년 남성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청년 여성이 아니기 때문이다.(1) 또한 이러한 갈등이 사회적 약자와 약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너무나 전형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계급 갈등, 젠더 갈등, 세대 갈등, 인종 갈등(우리나라의 경우 이주노동자나 이주 여성, 또 그 2세대로 나타나는)의 다양한 층위는 주거지역이 겹치기 때문에 발생하는 저소득 계층과 이주민들 사이의 인종 갈등, 일자리 부족으로 벌어지는 청년세대 사이의 젠더 갈등 등 ‘니치’가 겹치는 사회적 약자와 약자 사이의 갈등으로 현실화 되고 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청년세대 자체가 사회적 약자임은 명확하다. 그러나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 사회적 약자들의 층위는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사회가 얼마나 평등한 사회인가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계층 간 불평등, 소득 격차는 경제적인 차원을 넘어 건강과 사망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2)

2011년 우리나라 건강형평성학회가 발표한 ‘한국의 건강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30~44살 청장년층 가운데 중졸 이하 남성의 사망률은 대졸 이상 사망률의 8.4배에 이른다. 우리 사회에서 학력과 고용 형태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게다가 이런 건강 불평등이 대물림됨으로써 사회적 계급이 보다 공고해지고 있다.

OECD에서는 이러한 소득 불평등도를 사회구성원이 체감하는 주관적 판단을 반영한 앳킨슨 지수로 측정해서 발표했는데, 그 결과 OECD 국가들 중 이스라엘, 미국, 터키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3). 특히 청년세대의 취업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다. 2015년 신규 채용된 청년들(15-29세)의 64%가 비정규직으로(4),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인 32.5%(5)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카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현실을 다룬 영화 ‘카트’의 한 장면

그러나 비정규직이라는 문제에 있어서도 그 안에서 남녀의 격차가 매우 크다. 전제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32.5%인 것은 남성 중 비정규직 비율 26.5%와 여성 40.2%의 평균값이다. 게다가 단순 근로 형태가 아니라 소득 차이는 더욱 크다. OECD가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14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6) 임금 격차는 남성 정규직 임금(327만원)을 100으로 봤을 때 남성 비정규직(174만원)은 53.4, 여성 정규직(218만원)은 66.8, 여성 비정규직(116만원)은 35.4로 조사됐다. 남성 정규직 임금이 여성 비정규직의 3배 가량 많다.(7) 즉, 청년 세대가 세대 간 불평등의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전제하더라도 청년 여성은 그 보다 한 층위 더 약자이다. 소득 면에서도, 일자리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성추행이나 물리적 폭력에 있어서도.

이런 상황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약자인 청년들이 남성 여성 나눠져서 싸우는 것은 사회 변화에 아무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사회적 약자로서 청년세대는 지금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만든 세대/계층에 대항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대 내에서 서로에게 겨뤄진 잘못된 화살의 방향을 돌리고, 세대 내의 연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연대는 ‘혐오는 나쁘다’는 원론적이고 뻔한 이야기나 남혐 여혐 모두 하지 말자는 기계적 중립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존재하는 성차별적 사회의 심각성을 도외시하면서는 이루어 질 수 없다. 혐오와 사회적 약자 구도의 층위를 함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를 바꿀 힘을 엮어 내야한다. 그리고 그들을 연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진보정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세대의 남녀가 서로를 물어뜯으며 싸우는 모습은 그 동안의 진보정치의 한계를 방증한다.

이번 국면에서 우리 당의 대처 과정은 그러한 역할은커녕 일관적이지도, 당 내 체계에도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문예위 논평을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에게 비판을 면키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정당의 지향과 부문위원회, 그리고, 정책미래내각

​문예위 논평 발표 이후,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중앙당의 대응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물론 게시판이나 웹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논란에 중앙당이 일일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드러나고 이로 인한 당원들 사이의 갈등이 존재할 때, 당장이 아니더라도 이를 근본적으로 풀어내고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당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애매한 입장과 태도를 고수하며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미봉책으로 일관해 왔다.

문제가 된 논평은 누군가의 주장처럼 메갈리아를 옹호하기 위해서 갑자기 툭 튀어 나온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위원회의 회칙 총론에서 밝힌 것처럼 “문화예술인들 역시 노동자이며, 그 활동들 역시 노동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 명제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라는 문예위의 창립 취지하에 다른 여러 논평들의 연장선상에서 발표되었다.

이 논평이 초점을 맞추는 노동은 특히 문화예술인들의 특수한 계약관계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바탕에 두고 있으며, 나아가 불안정한 비정규 노동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사회에서 ‘노동권’이 작동하는 범위가 단순하고 명백한 부당해고에서 보다 확장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우리 당의 가치 지향과 맞닿아 있다.(8)

같은 맥락에서 게임노동환경 공론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평이 미래정책내각 노동부와 공동 명의로 올라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문예위의 논평은 지금까지 행해졌던 ‘통상적인’ 절차를 거쳐 사무부총장의 결재를 받고, 대변인실 명의로 브리핑룸에 올라갔다. 그러므로 논평에 대한 책임은 최종 결재자인 중앙당에게 있으며, 그 논란에 대한 논평 주체와의 협의, 당내 및 언론 대응 등 모든 과정을 책임감 있게 진행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으로는 논평 철회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내용적으로는 일반적으로는 논평 철회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이유(9)들을 나열했다. 중앙당의 논평 철회는 부당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실패한 결정이었다.

논평 철회는 ‘철회의 취지’ 전달에 실패했고, 정의당이 친메갈리아인가 아닌가라는 수많은 논쟁을 잠재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반발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당사자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철회 근거는 정당이 논평을 발표하는 사회적 기능과 목적을 고려(10)하였을 때 적절한 해명이 아니었으며, 논평이 취지 전달에 실패했다면, 당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회피한 채 논평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확히 취지를 전달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무위는 논평을 철회했으며, 사실상 당의 지도부가 인터넷 여론에 떠밀려 논평을 철회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 결과 논평을 지지하는 당원들과 논평에 문제제기를 하는 당원들 양쪽 모두에게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양쪽 당원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다. 논평은 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결과물이고, 그 가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다른 핑계로 논평을 철회하는 것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는 무책임한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제94차 중앙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는 “문화예술위원회에는 당 대표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당직자가 없”으며, 부위원장 등 문예위 구성원들이 “임의 직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김세균 대표가 문화예술위원회를 직접 관장”한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이는 이전 상무위원회의 논평 철회 결과와는 상충되는 내용이다. 월요일 상무위원회만 해도 논평 철회의 근거는 문예위의 권한이나 논평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닌 논평이 일으킨 불필요한 논란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으나, 며칠 뒤 갑자기 애초에 권한이 없는 단위가 낸 논평이란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렇다면 그 사이 문예위가 내놓은 십 수개의 논평은 무엇이며, 3기 제75차 상무위원회에서 공개한 자료(11)에서 보듯이, 부문·과제별 위원회 간담회 시 위원장 대신 권혁빈 부위원장이 참석하여 총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사실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게다가 이 발표 이후 문예위를 당 내 소모임정도로 격하시켜 바라보는 당원들이 늘어났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문화예술위원회 창립총회 보고(12)에 따르면, 2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집행부와 두 명의 부위원장이 인준되었다. 나는 이 창립총회에 기록된 4명의 비회원 방문자 중에 한 명이었을 것이다. 당시 비례후보의 후보로서 당내 경선을 치르고 있던 나 이외에도 김종대 현 의원, 양경규 전 비례후보 역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치러진 이 창립총회에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참석했었다. 이 창립총회를 주제한 것은 전 전국위원회에서 당대표가 임명한 위원장이었으며, 그 이하의 부위원장과 집행부는 부문위원회 내부의 회칙과 절차에 따라 임명되었다. 당대표가 위원장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해도 부문위원회 창립 요건을 갖춰 다수의 당원이 참여하여 창립한 문예위의 체계 자체를 부정하고 그들을 ‘임의 직책’으로 지칭하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사실상 기존 진보정당들의 체계에서 부문위원회 위원장의 임명권을 체계상 대표가 갖고 있다고 해도, 자체적으로 선출 절차를 거쳐 위원장 후보를 추대한 후 대표는 형식적인 임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진보정당의 역사에서 당 내의 부문위원회는 당이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장애인권, 성정치, 생태, 건강과 복지, 문화예술, 청년-를 각 부문운동의 맥락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구체화하는 역할을 해 왔으며, 당내에서 당원들의 전문성, 당사자성을 살려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자치기구로서의 역할이 컸다.

우리 당의 당규에서는 부문위원회를 ‘사회 각 부문의 정치참여 확대와 권리 실현을 위한’ 정의당의 집행기구로 규정하고 있다(제8조 1항). 그러나 실질적으로 당내 위상과 역할, 예산과 인력 배분의 적합성, 당 전체 운영시스템과의 관계 등 여러 면에서 당의 조직적 체계 속에 제대로 위치 지우고 지원하지 못했다. 부문위원장은 상무위원회는커녕, 업무조정회의 등 당의 일상적인 정치 사업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면서, 논란이 발생되었을 때에는 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호출되고 부담해야 할 정치적 책임은 가지고 있는 구조이다.

중식이 밴드 논란 시 여성위원회가 발표한 공식 입장(13)에서 ‘여성위원회에서는 ‘중식이밴드’ 선정 과정에 대해 사전에 인지를 하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정의당이 진보정당답게 성 평등한 가치관을 발전시켜야 하는 곳이라고 믿기에 더 실망하고 분노한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는 곤혹스럽고 모순되는 입장이 나온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정의당 미래

총선 전 정의당 예비내각 출범식 모습(사진=정의당)

그런 상황에서 최근 우리 당에는 부문위원회와 비슷하게 지향하는 가치, 혹은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미래내각’이라는 새로운 체계가 도입되었다. 5월 21일에 열린 3기 제8차 전국위원회 회의자료(14)에 따르면 정책미래내각은 원내외 통합적인 정책 및 조직 사업을 통해 상무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 하에 현직 및 전직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노동, 복지, 민생경제, 청년, 에너지환경, 국방안보 등 5∼6개 내외의 전략적 의제를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정책미래내각’을 중심으로 원내외 정책 및 조직사업의 집행력을 집중해 갈 수 있도록 관련 부문 과제별 위원회의 조직적 참여와 유기적인 상호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부문·과제별 위원회 간담회는 정책미래내각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상과 위계의 애매모호함 때문에 이를 확인하려는 자리였다.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정책미래내각은 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데 강력한 힘을 보여줄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당원 참여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부문 운동의 당사자성과 전문성을 담보해 온 기존의 부문위원회들을 새로운 체계에서 온전히 안고 가지 못한다면, ‘정책제일 민생정당’, ‘야당 속의 야당인 선명야당’, ‘종류가 다른 대안정당’으로서의 당의 활동과 면모를 강화해 나가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당내 부문위원회의 위상과 책임, 권한, 정책미래내각과의 관계 등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 진 문화예술위원회의 정상화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정의당 여성

 

정의당의 여성주의, 그리고 당내 민주주의

문제의 발단이 된 문예위의 논평이 여성주의적 논쟁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하더라도, 지금 불거진 이 논쟁의 핵심에 혐오와 여성주의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당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젠더 TF를 구성했다. 사실 이전에 있었던 총선 시 중식이 밴드 논란에 이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이어진 당원들 사이의 논란에 대한 해법에 대한 논의가 6월 7일 3기 제79차 상무위원회 회의에 올라갔다.(15)

이 보고자료에서는 당시의 상황 인식으로 ‘총선시기 당 내 성평등 가치와 관련한 여러 논쟁과 강남역 사건을 둘러싼 논쟁이 소모적으로 흘러갔고, 당도 이러한 논란을 정치의제화 하지 못한 데에는 이 논란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정확한 규정과 그에 따른 정당으로서의 역할 설정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하며, ‘정의당은 중식이 밴드가 작곡한 노래의 일부 가사가 문제시되거나, 강남역 사건에서 여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의 정서를 ‘여성들의 일상적 불안과 두려움’으로 규정하여 이 일상적 불안과 두려움에 맞서 정치적·정책적 대안을 제출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른 사업 기획으로 ‘당원토론회’, ‘책자 발간’, ‘여성 민생사업’ 등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당의 입장과 사업 계획은 당원들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은 채, 이 후 한 달 반 이상 사업이 추진되지 않다가 또 다시 문예위 논평 사태를 맞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새로 만들어진 젠더 TF에서는 당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당 게시판을 통해 과잉 대표되는 극단주의적 의견들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당 내의 조직 체계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당원들의 의견을 보다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전국 곳곳에서 시도당 혹은 가장 기본 조직 단위인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당 게시판의 문제점들은 오랫동안 지적이 되어 왔다. 이번 논란에서도 당 게시판에서는 혐오를 혐오한다는 사람들 자신이 스스로 혐오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문예위 구성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신상을 털고, 개인 공간까지 찾아와 사상검증을 시도하는 당원들도 있었다. 엉터리 계산법으로 ‘일주일 동안 천명이 넘게 탈당한 사건’이라는 마타도어를 뿌리고 다니는 당원도 있었으며, 문예위 여성 멤버가 쓴 글에 본인이 ‘게시판에서 칼 들고 기다리는 남성당원’이라는 답 글을 달며 스스로 여혐을 자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당원, 불특정 다수를 욕설로 매도하는 당원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당원 게시판을 닫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문제는 오프라인 곳곳에서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제대로 된 토론이 없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당 게시판에 쏠려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려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는 게시판의 권위를 현실 세계로 끌어내어 온라인상의 과열을 막을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는 의견이 다를지라도 자신들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조직하기 위해서 나선 ‘당원 비상대책회의’의 흐름도 환영한다. 사실 처음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는 우려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비대위’는 당의 지도부가 총사퇴를 했을 때 이를 임시로 대체하기 위해 꾸려지는 조직의 이름인데, 멀쩡히 당 지도부가 있는 상태에서 당원들이 비대위를 꾸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파편화되어 무책임한 언행을 일삼는 개인이 아니라, 정치적 집단으로 나선 이상 ‘당원 비상대책회의’는 앞으로 자신들의 주장과 권리를 요구하는 만큼 책임도 부여받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당의 체계를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논쟁하는 당원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나아가 시도당이나 지역위원회를 찾아가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바람을 당 체계 내에서 확립시켜 나가려는 과정을 거치며 책임과 권한이라는 정치의 기본적인 요소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 나가면서 활동들을 계속 해 나가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는 많은 부분 미흡했지만, 우리 당은 기층의 조직으로부터 당원들의 의사를 받아 안을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정의당은 진성당원이 50%가 넘는 유일한 원내 정당이다. 비례후보로서 전국을 다니며 시민들에게 가장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었던 부분은 함께 하고 있던 선거 운동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당원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청년 당원들의 땀돌이 유세단은 선거기간 내내 자랑거리였다. 게다가 우리 당은 준비위원회까지 합쳐 총 100개의 지역위원회를 가지고 있는 당이다.(16)

또한 이 100개의 지역위원회의 당원 커버리지를 계산해 보면 당원 약 3만5천 명 중, 2만9천여 명으로 84%에 이른다. 물론 모든 지역위원회의 여건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상근 여부와 무관하게 사무국장이 있는 지역위원회는 44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상적인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이번 사안 자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내 참여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당 조직 혁신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 할 수 있는 지역조직 강화에 당력을 집중하고, 당내 민주주의의 기틀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당, 특히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진보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정당을 만들어 가는 길에는 수많은 장벽과 관문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 약자들 사이의 갈등과 분노를 이해하고, 중재하고, 나아가 그들의 거대한 연대를 만들어 내는 것은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어 가는 길에서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과정 중 하나이다. 2016년 여름, 우리 당은 그 과정을 어떻게 거칠지 시험대에 올랐고, 우리는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참고>

1. 굳이 같은 세대의 누군가와 싸우겠다면 ‘왕자’들과 싸우자. 왕자를 거부하겠다는 여성들이 아니라. 왕자를 거부하는 여성들은 청년 남성들 역시 가부장제의 희생양으로 ‘왕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함께 거부할 좋은 동료다.

2. 참조: <불평등 연구자 4명이 말하는 ‘한국 불평등의 민낯’>,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00057.html

3. 참조: <한국 불평등 OECD ‘4위’>, 경향비즈,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602121727251&code=920100

4. 참조: <작년 취업한 청년 64%가 비정규직-8년전보다 10%P 늘어>, 세계일보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6/01/10/20160110002065.html

5. 자료: 통계청,
http://www.index.go.kr/potal/stts/idxMain/selectPoSttsIdxMainPrint.do?idx_cd=2897&board_cd=INDX_001

6.참조: <한국, 남녀간 임금 격차 OECD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다>, 허핑터포스트
http://www.huffingtonpost.kr/2016/01/18/story_n_9006402.html

7. 참조: <남녀간 임금격차 13년째 OECD 1위>,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49792.html

8. 경향신문의 기사에서도 ‘특수고용직’의 문제를 지적했다. (참조: <노동 포기한 정의당, 문제 모르는 심·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301827011&code=910100)

9. “당사자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와 “논평의 취지전달에 실패하고 정의당이 친메갈리아인가 아닌가라는 수많은 논쟁을 야기시켰다.”는 것이 주 이유였고, 원칙적인 절차상의 문제도 덧붙여졌다.

10. 정당의 논평의 목적은 해당 사안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사회구조 및 권력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합의했다하더라도 유사한 사례가 확산/반복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원칙을 제시하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이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

11. 참조: 3기 제75차 상무위원회 자료 및 결과, http://www.justice21.org/65563

12. 참조: 문화예술위원회 창립총회 보고, http://www.justice21.org/go/culture21/4134/41281

13. 참조: <여성위원회> 중식이밴드 논란에 대한 여성위원회의 공식 입장,
http://www.justice21.org/63676

14. 참조: 3기 제8차 전국위원회 회의 자료 및 결과, http://www.justice21.org/65764

15. [보고3] ‘당내 성평등가치 논란 관련 보고’, 참조: 3기 제79차 상무위원회 회의 결과, http://www.justice21.org/66812

16. 참조: 3기 제8차 전국위원회 회의 자료 및 결과, http://www.justice21.org/65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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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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