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태영호 영국 공사 망명
    일반인 탈북 줄고 엘리트 탈북 늘어
    한국 망명 북 외교관 중에서 최고위급 인사
        2016년 08월 18일 01: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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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달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망명했다고 17일 정부가 밝혔다. 태 공사는 영국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로 19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대사 이후 최고위급 탈북이며, 남한으로 망명한 외교관 중엔 최고위급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분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며 망명 동기에 대해선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북한 핵심 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배계층 내부결속이 약화되고 있지 않느냐 하는 판단을 해본다”고 부연했다.

    최근 들어 북한 외교관 출신들의 연이은 탈북으로 북한 체제 내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태 공사는 빨치산 가문 출신으로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북한 체제를 적극 대변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 BBC방송은 16일(현지시간) 태 공사가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했고 지난 달 중순 아내, 두 아들과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망명) 이유가 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북한의 외교관들이 2014년부터 10여 년의 공백을 넘어서 다시 줄줄이 탈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빨치산 출신의 사람이 가족들하고 탈북했다, 이건 북한 체제 내에 뭔가 문제는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고위급 인사들의 탈북이 늘어난 것에 대해 “김정은의 통치 행태, 옛날에는 큰 말썽만 없으면 계속 잘 살았었는데 이게 고위 간부라 하더라도 김정은의 눈에 벗어나면 처형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금년에 연속적인 도발로 말미암아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굉장히 공관에서의 생활이 어렵고 더군다나 작년과 금년에 큰 당대회 같은 회의를 치르면서 상납, 외화 벌이를 많이 요구하는데 쉽지 않다는 점, 거기다 영국 같은 경우에 인권 문제를 굉장히 중시하기 때문에 북한 외교관들이 활동하기가 어려웠고, 경제적으로 지원도 별로 안 해 주니까 도대체 외교관 생활이 이게 뭐냐, 이런 여러 가지 불만이 겹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볼 때 탈북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상당히 대외 외교관들의 사기가 지금 저하돼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 체제 전체의 균열의 신호로 봐야하는 것이냐는 물음엔 “90년대에는 워낙 경제상황이 안 좋아서 우리 체제 곧 망한다, 이렇게 탈출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최근엔 북한의 경제가 약 1% 정도 성장을 하고 있다”며 “일반 대중 주민들의 탈북은 오히려 김정은 집권 때보다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체제가 붕괴 직전이어서 일반인들이 대량으로 탈북하고 있는 건 전혀 아니라는 뜻”이라고 했다. 다만 “최고위층과 특혜 받은 계층, 특히 외국과 접촉해서 북한 체제가 지금 다른 데 비해서 형편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탈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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