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김앤장' 개입 정황 드러나
    사측 "야구방망이 갖고 노조 간부 10여명 병원 신세 지게"
        2016년 08월 17일 06: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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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을오토텍 노조 파괴 과정에 노무법인 예지 외에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개입,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이는 수사자료가 공개됐다. 특히 이 수사자료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와 갑을오토텍의 문자메시지 내용만 빠져있어 노동부와 검찰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정의당 이정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득‧강병원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갑을오토텍 Q-P전략시나리오 추가 문건 공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2015년 4월 23일 갑을오토텍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수사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수사자료를 보면 2015년 4월 14일, 박효상 전 대표이사는 권기대 전 노무부문장에게 “모든 카톡 및 문자는 지우세요-전화로 합시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러자 권 전 노무부문장이 “예. 다 정리하고 있습니다. 김앤장하고 지시하신 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회사와 김앤장 모두 압수수색를 열흘 가량 앞두고 노조 파괴에 대한 증거 인멸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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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문자 지우라는 지시 내용(관련 사진은 노조)

    실제로 권기대 전 노무부문장의 통화‧문자메시지 기록을 보면 박 전 대표이사가 ‘카톡 및 문자는 지우라’고 지시하는 문자메시지가 오간 전후로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통화내역 분석자료 관련 수사기록엔 김앤장 변호사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만 빠져 있다. 즉 단순히 누구와 통화‧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를 기록한 문건에는 김앤장 변호사와 연락을 취한 것으로 나와 있지만, 분석자료에는 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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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지시가 있던 전후로 김앤장 변호사와 사측의 통화 내용

    법률사무소 ‘새날’ 김상은 변호사는 간담회에서 5천 쪽에 가까운 해당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박효상 전 대표이사가 권기대 전 노무부문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나오지만 그 전후에 김앤장 변호사와 권기대 문자메시지는 통화내역 분석 자료 몇십 장이 빠져있다”며 “지난해 수사 과정에서 노동부와 검찰이 김앤장의 갑을오토텍 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관여한 부분을 축소, 은폐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갑을 경영진들의 노조를 대하는 천박한 태도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는 사람들 특근 제외해라”

    박효상 전 대표이사 등 갑을오토텍 경영진들이 주고받은 통화‧문자메시지 기록도 공개됐다.

    박 전 대표이사는 2015년 4월 16일 김을주 사업총괄전무에게 “아침부터 민주노총 방송차가 정문 넘어 수위실 건너편까지 들어와 있네…(중략) 방송차 정문 밖으로 내보내든지 수위들 해고통보하든지 조치하세요”라고 지시한다. 3월 말 경 회사가 노조 파괴 용병을 투입했다는 사실이 확인하고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 정문 선전전 등을 진행하던 때였다. 22일에도 박 전 대표이사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특근에서 제외시켜라라는 지시를 한다.

    이에 앞서 같은 달 3일 박 전 대표이사는 금속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노조에 대한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이사는 김을주, 권기대 등 노조 파괴 관계자들에게 “사즉생의 마음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죽어도 물어서면 안 됩니다. 정문에서 현장에서 몸싸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꼭 비디오 채증 및 사진, 목소리 포함해서 채증 담당자 정하세요. 절대로 밀리지 마세요”라고 당부한다.

    문제는 이러한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올 7월 26일 공격적 직장폐쇄 단행 후 용역경비를 투입했다. 이후 경총까지 가세해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모두 ‘Q-P 전략시나리오’ 내용 그대로다. 그러나 노동부와 검찰은 작년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사태에 개입하기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은 변호사는 “지난해 압수수색 당시 조합원들과 함께 경비 기숙사에 가서 확보한 자료를 보면 구체적인 폭력행위에 관한 자료를 발견했다. 일례로 3월 7일자 플랜B 문건의 내용을 보면 ‘20명의 결사대를 조직해서 야구방망이, 쌍절곤 등을 가지고 노조 간부 10여명을 병원 신세 지게 한다. 소송 비용은 회사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이는 갑을오토텍 팀장급 회의에서 제출된 자료로 이를 실제화하기 위해 기숙사 대기도 있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며 “이를 지난해 5월에 파악해 구속수사를 요구했는데 검찰에서 하지 않은 게 6월 17일 유혈사태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도 같다. Q-P 전략시나리오에 나온 부분이 계속해서 진행 중이고 현행범에 대해 강제 수사할 것을 노동부와 검찰에 요구하나 안 되고 있다. 과거를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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